혹시 '장어'와 '미스터리'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냥 맛있는 혹은 비싼 보양식 정도로 생각했던 이 장어에 미스터리라는 키워드가 씌워진 건 장어가 어떻게 산란을 하고 번식하는지에 대해 그다지 밝혀진 게 없기 때문입니다. 꽤 친숙한 물고기라고 생각했지만, 장어가 알을 낳는지 새끼를 낳는지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고 어디서 산란하는지도 알려진 게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수십 년간 추적한 끝에 대략의 위치는 추적했지만, 저 넓은 망망대해의 한쪽에서 2세를 만들어낸다는 이 신비한 존재. 그래서 우리가 아는 양식 장어는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치어를 잡아서 키우는 방식으로 생산된다고 하는데요. 이 신비한 물고기를... 먹고 왔습니다.
=_=^ 네. 서론이 묘한 꼭지로 길었죠. 모처럼 민물장어 먹고 왔다는 얘기를 이렇게 풀어보렵니다. 장소는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그래서 픽업용 승합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가게 이름은 장수천한방민물장어 분당본점. 카카오맵에 리뷰가 많은 걸 보니 꽤 유명한 곳인가 보네요. 전 처음이었지만요.
정말 장수하실 것 같은 도인이 민물장어를 땀나게 타고 가는 큼직한 로고가 걸린 건물은 꽤 큼직합니다. 일단 식당이 크니 매출이 적지 않았겠구나, 그래서 건물도 세운건가 하는 자본주의적 사고가 밀려드네요. 기다란 후드가 걸려있는 자리에 앉습니다. 메뉴는 참 간단하네요. 중량을 기준으로 1인분(28,000원)과 2인분(56,000원)으로 나뉜 장수천한방장어 단일 메뉴입니다. 양념 장어가 있긴 하지만, 메뉴판 만들고 나중에 추가한 건지 여긴 없고 에어컨에 떡하니 붙어있더군요.
대략 인원에 맞춰 장어를 주문하고 주의를 좀 더 둘러보니 쟁반 크기만큼 잘라낸 테이블 위에 살짝 얹혀 있는 쟁반 안의 기본 찬이
눈에 들어옵니다. 쌈채소부터 깻잎, 백김치, 락교 등이 준비되어 있고 구운 장어를 찍어먹을 수 있는 장이 있는데요. 한 가지
아쉬운 게 썰어놓은 마늘 등이 너무 건조하게 말라 있었다는 겁니다.-_-^ 바쁜 점심시간을 위해 미리 준비한 거겠지만, 이렇게
바싹 말라 있으면 아무래도 성의 없게 보이죠. 그리고 가게 입구에 셀프 코너가 있어 된장국이나 다른 찬들을 필요한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참고하세요.
잠시 후에 참숯이 들어오고 내장 등을 깨끗이 제거한 주인공 장어가 찾아들었습니다. 적당히 살이 오른 모습으로 불판 위에 올라간 하얀 자태가 꽤 신선해 보였습니다. 굵은소금을 약간 더하고 본격적으로 익어가는 장어들. 직원분이 적당히 구워주시니 이렇게 저렇게 뒤집어지는 것만 보고 있다가 노릇하게 색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더군요. 잘 익은 장어는 적당한 크기로 잘려지고 이후엔 취향대로 소스를 찍고, 쌈채소에 싸고 해서 맛보면 그만입니다.
장어를 자주 먹는 편이 아니다 보니 장어 맛에 대해 평가하는 게 쉽지 않지만, 최소한 제 입에는 잘 맞았습니다. 실망스러웠던 찬의 상태와 달리 적당히 기름지고, 고소한 특유의 맛이 입안을 풍성하게 채우더군요.
양념 장어는 먼저 일반 장어처럼 구운 후에 나중에 양념을 덧바르는 형태인데요. 양념 맛이 딱 양념치킨 양념 맛이더라고요. 역시 치느님 인가 하는 생각으로 익숙한 듯 낯선 식감의 장어와 친숙한 맛을 함께 경험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양념을 바른 건 아무래도 빨리 타게 마련이라서 많이 타지 않게 얼른 드시길 권해 드립니다.
그리고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는데 공기밥(1,000원)을 주문하면 공기밥과 오징어젓갈(아마도?), 구운 김이 나오더라고요. 국물은 기본으로 나오는 된장국이 있어서인지 별도로 제공되진 않았습니다. 공기밥이라고 정말 공기밥만 나오는 건 오랜만에 본 듯~ 아무튼 이렇게 또 한 번의 회식이(어쩌면 2016년 마지막?) 지나갔습니다.
요즘은 워낙 영양 과잉 상태로 살다 보니 따로 보양식을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하는데요. 저도 장어든 뭐든 몸에 좋냐 아니냐 보다 내게 잘 맞는지, 맛은 좋은지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이번 회식에는 다른 분들의 선택에 그냥 몸만 따라갔었지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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