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대멸종이라고 해서 6,500만년 전 지구는 소행성과 충돌했고 그 결과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체가 멸종될 정도로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인류의 먼 조상이 됐을 포유류가 그 뒤에 운좋게 지구의 새로운 주인으로 성장해 이렇게 인터넷으로 글을 쓰게 됐다는 것도 배워서 알고 있죠.
"만약 이런 대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래도 인류는 공룡을 밀어내고 지구의 지배자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The Good Dinosaur)는 그런 상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구로 향해 달려오던 소행성과 운좋게 충돌하지 않은 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공룡과 인간의 관계를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거든요.
이 뒤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나중에 읽으셔도 됩니다.
공룡 알로는 작은 목장을 꾸리는 부모님과 살아가는 삼남매 중의 막내.
가끔 들짐승들이 귀찮게 하긴 하지만, 가족과 함께 열심히 농장을 꾸려가며 살아가는데요. 겁이 많았던 막내 알로를 강하게 키우고 싶었던 아버지와 사고에 휘말리면서 평온했던 삶이 어그러져 버립니다.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알로에게 찾아온 건 그를 귀찮게 했던 그 들짐승 스팟. 알로와 스팟은 그렇게 함께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뭔가 굉장히 평이한 전개죠. 맞습니다.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은 굿 다이노는 진부할 정도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펼칩니다.
다만 이 작품이 특별해지는 지점은 공룡과 인간의 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라는 점이죠.
공룡이 지금의 인간의 지위를 갖고 있고 인간이 들짐승처럼 살아간다는 반대 설정이 소행성 충돌을 피한 지구라는 설정에서 태어난 차별점인데요.
이런 역발상이 작품을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 작품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데 성공했냐고 하면 꼭 그렇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 하네요. 전형적인 미국의 농장을 연상케하는 공룡 가족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것과 달리 헐벗은체 동물 가죽옷을 입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알로와 유대감을 갖는 건 누가봐도 강아지와 인간의 그것이거든요.
그렇게 뒤바뀐 상황이 인식된 순간, 마법같이 영화는 뻔한 작품이 되어버립니다.
이제 공룡과 인간의 동행이라는 전개는 사람과 강아지로 그대로 전이되어 버리고, 중간에 만나는 공룡들.
예컨대 들소를 모는 카우보이 티라노사우르스나 애완동물 키우기에 중독되어 버린 듯한 트리케라톱스 등의 설정이 너무 인간적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이 공략하고 있을 어린이들은 여전히 동화책에서 비슷한 의인화된 이야기를 읽고 있을테고, 의인화된 내용으로 무언가 배우는 부분이 있겠지만... 성인의 눈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교감(우정이라 말하기엔;;)을 나누는 두 주인공의 버디 무비로 읽힐 뿐이거든요. 그렇다고 모험 자체가 흥미롭냐하면 아쉽게도 딱 시청 연령을 고려한 듯한 평이한 수준.
긴 모험의 끝에 조금 더 성장한 알로가 집으로 돌아가고, 가족과 만나면서 외톨이 생활을 청산하게 된 스팟의 이야기도 그저 어린이를 위한 동화 수준이라서 왠일인지 아쉽게 봤던 작품이 되어 버렸네요. 함께 본 조카들은 그래도 공룡이 주인공이라는 것 만으로 흥미롭게 본듯하지만~ 최근 흥하는 애니메이션을 쏟아내는 디즈니의 작품치곤 역시 아쉽네요. IPTV 등에 빨리 풀린 것도 작품의 아쉬움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분은 재밌게 보셨나요?
[관련링크 : Movie.daum.net]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