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에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에 열광하기 시작한 게 얼마나 됐을까요?
스파이더맨에 아이언맨, 어벤져스까지 극장은 슈퍼 히어로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줬고 코믹스에서 영토를 넓인 슈퍼 히어로들은 이제 극장에서도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로 더 없는 인기를 영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끌리는 작품들은 영화관을 찾아 코믹스에서 튀어나온 히어로들과 만나고 있는데요.
아쉬운 점을 꼽자면 마블과 DC로 양분된 줄 알았던 슈퍼 히어로 중에서 유독 마블의 캐릭터들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 아닌가 싶네요. 그나마 배트맨과 슈퍼맨이 분투하고는 있지만 그 외에도 많은 슈퍼 히어로를 보유한 DC 입장에선 요즘의 상황이 썩 맘에 들지는 않을텐데요.
개인적으로는 DC의 슈퍼 히어로들도 극장에서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지만 여러 사정이 있을테니...
그나마 저스티스 리그 워(Justice League War) 같은 작품을 보고 나니 그런 조급함이 조금은 사라지는 느낌이네요. 이 작품은 코믹스에서 출발했으니 애니메이션으로만 활약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 정도로 코믹스의 매력을 잘 살린 극장판 애니메이션이거든요.
2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을 채우고 있는 이야기는 마블의 어벤져스에 버금가는 DC의 히어로 연합,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저스티스 리그 : 오리진(Justice League : Origin)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리부팅 성격이라서 함께하는 캐릭터 얘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저스티스 리그를 이끄는 주요한 초인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고 그들이 어떻게 힘을 합치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에피소드를 메인으로 하고 있죠.
덕분에 작품에 나오는 슈퍼 히어로들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 못합니다.
예컨대 메트로폴리스의 슈퍼맨은 고담 시티의 배트맨과 친구는 아니라는 얘기죠. 다만 각각의 도시에서 활동하는 그들이 우연한 계기로 하나가 되어 지구를 공격해오는 외계인에게 맞선다는 게 이야기의 주요 얼개입니다.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한 데다 그 동안 서로의 힘을 잘 모르고 활동했던 지라 처음엔 서로 맞부딪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캐미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하나의 적을 향해 함께 대항하게 되면서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팀으로 뭉치게 된다는 이야기를 DC 특유의 화풍으로 풀어내고 있죠.
극장판인 만큼 흔히 말하는 작붕(작화 붕괴)도 적고 전개나 스토리의 짜임새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주요 등장 캐릭터는 수퍼맨, 배트맨, 플래시, 그린 랜턴, 원더우먼에 사이보그와 샤잠까지 7명인데요. 워낙들 성격이 다른 캐릭터들이라서 각각의 히어로를 지지하는 팬 입장에선 아쉬움도 있겠지만 여러 모로 고려된 설정일테니 적당히 받아드리시죠. 아울러 슈퍼 히어로들을 묶는 구심점이 되는 절대 악(7:1로 싸워도 밀리지 않는) 다크 사이드와의 전투도 완성도 높게 그려지고 있는데요. 영화를 보셨다면 후반 엔딩 크레딧에 국내 스탭들의 이름이 주루룩~ 올라가는 걸 보실 수 있는데 하청일테지만 그들이 묵묵히 완성해준 작품의 재미는 꽤 괜찮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정도면 굳이 비싼 배우들을 투입하면서 실사화할 게 아니라 흥미로운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내는데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물론 이런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타겟이 영화보단 어릴테고 대중적이지 않아 큰 수익을 낼 수 없을테고 덕분에 스토리도 최근의 히어로 영화들이 보여주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보다는 비현실적인 전개가 주를 이루지만 애초에 그런 히어로들의 이야기이니 요렇게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도 계속 출시한다면 좋겠습니다. 엔딩 크레딧 이후를 보면 다음 이야기는 바다가 될듯 한데... 아쿠아맨도 참전할거란 얘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DC 히어로들의 영화화를 기다리시는 분들은 슈퍼맨 vs 배트맨 프로젝트가 대박나길 정화수 떠놓고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작품이 잘 풀리면 DC도 저스티스 리그로 이어질 캐릭터들을 줄세워 극장을 공략하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요런 애니메이션으로 아쉬움을 달래셔야 할 테니까요~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