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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사고 예언만화라고? 평범한 미소녀 액션활극이던데... 코펠리온 - 도쿄 방사능 그 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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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사고 예언만화라고? 평범한 미소녀 액션활극이던데... 코펠리온 - 도쿄 방사능 그 후...

라디오키즈 2014.01.15 07:00

지금 이 시간에도 방사능 오염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통제 불능의 시설.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인류의 근심거리가 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대지진이란 자연재해와 허술한 대처라는 인재가 겹치며 피해 규모가 커져만 가고 있는데요.

이런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예언했다며 화제가 됐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있었죠.
듣기론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만화로 나왔다가 지진이 터지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이 미뤄졌다고 하는데요. 얼마 전 1기에 해당하는 13편짜리 시리즈가 마무리됐더군요.



코펠리온 - 도쿄 방사능 그 후(コッペリオン COPPELION).
그런 코펠리온이 과연 어떤 작품일지 호기심을 누르고 챙겨 봤습니다. 정말 비참한 원전사고 이후의 암울한 인간사를 보여줄 수 있을런지... 이 뒤에 본격적으로 쓸 이야기에는 스포일러가 될 부분이 있으니 아직 작품을 보시기 전이라면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초기 설정부터 예상을 깨기 시작한 코펠리온...


애니메이션 안에서는 장소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듣자니 코펠리온 속 원전은 도쿄의 오다이바에 세워진 것으로 설정되어 있더군요. 도쿄 한복판의 최첨단 원전이 사고를 일으키며 대참사를 일으킨 수십 년 후의 일본이 배경이 되는 거죠. 엄청난 인명 피해를 야기한 사고 이후 일본의 수도는 쿄토로 옮겨졌고 구 수도 외에서 일본인들은 삶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구 수도 안에서 저마다의 사정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이 문제.
코펠리온은 그렇게 폐허 속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구할 목적으로 자위대가 만들어낸 클론 인간을 의미하는데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코펠리온들은 평범한 인간과 달리 고농도의 방사능 안에서도 안전장치 없이 살아가는 게 가능하고 한가지씩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을 깔고 있더군요.




원전 사고로 피폐해진 구 수도를 누비는 세 소녀.
발랄하기까지 한 고등학생들의 등장부터 제 기대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는데요. 원전 사고 이후 인간들의 피폐한 삶, 물고 물리는 암울한 모습을 기대하고 보기 시작한 작품은 그렇게 세 소녀가 펼치는 활극과 피해자와 가해자가 된 사람들의 동거와 화해 같은 이야기들이 이어지더라고요. 뭔가 말랑한 느낌이랄까요...




다큐가 아니니 당연한 거겠지만 휴먼 드라마가 아닌 액션 활극으로 흐르는 이후의 이야기는 흥미롭다기 보다는 일견 평범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원전 사고와 방사능의 위험성이 작품 저변에 깔려 있긴 하지만 전기뱀장어 유전자를 이용해 전기를 뿜어내는 소녀나 방어막을 만드는 소녀 같은 설정은 기존에 보아오던 흔한 일본 애니메이션 속 액션 활극과 전혀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좀 더 진중한 걸 기대했는데... 쩝.


진부한 메시지를 뛰어넘는 코펠리온의 작화는 만족...




그렇게 설정부터 제 기대와 어그러진 탓인지 스토리나 캐릭터 구성도 썩 맘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원전 사고라는 큰 줄기를 가지고는 있지만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정한 삶 속에서 인간인지 조차 불분명한 자신들의 가혹한 운명을 묵묵히 수행하는 코펠리온과 코펠리온의 삶을 저주하며 인간들과 맞서려는 코펠리온의 대립. 그들의 화해. 또 원전 사고를 일으킨 이들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 간의 화해 같은 어딘지 새롭기보다 진부하게 느껴지는 익숙한 메시지들이 줄줄이 이어지니까요.


중간중간 원전이 인간의 욕망으로 열린 닫을 수 없는 판도라 상자라거나 원전 시설의 운용이 비용 문제로 외주로 돌려지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상황, 돈을 목적으로 이미 방사능으로 오염된 구 도심에 방사능 폐기물을 버리는 탐욕스런 기업 등을 꼬집기는 하지만 그런 메시지를 진지하게 담기보다 쉬이 흘려 보내면서 소년, 소녀들의 액션 활극에 치중하는 구성이 못내 아쉽더란 얘기죠.




애초에 애니메이션이었으니 무언가 진지함을 기대한 게 제 실수였을 테지만 그렇다고 작품이 못 볼 수준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의 작화가 무너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코펠리온의 공들인 배경은 제 마음에 쏙 들더군요.


인간이 없어진 이후 숲으로 돌아가는 삭막한 도쿄의 구 도심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것은 물론 특유의 색감까지 어찌 보면 뻔한 소재들의 향연으로 끝날 수 있었을 작품을 남다른 무엇으로 만든 데는 이런 남다른 화면의 공이 컸던 것 같습니다.




만화를 본 게 아니라서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풀어야 하는 이야기가 많은 만큼 애니메이션도 계속 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시청률이 잘 나왔어야 가능하겠죠. 개인적으로는 더 진지한 작품을 기대했다가 너무 가벼운 작품이라서 실망하기도 했지만 원전 이야기를 빼고 생각하면 친숙한 액션 활극에 개성 있는 색감과 공들인 배경까지 뭐 중박 이상은 되니까요.^^;;

코펠리온 - 도쿄 방사능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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