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정말 문제야랄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어른들에게도 비슷한 꾸지람을 들었던 어린시절은 있었다. 장난질에 해가 지는지도 몰랐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아스라한 추억이 코 끝을 간지르는데...
국내에서는 투니버스를 통해 TV 시리즈가 방송되고 있는 짱구는 못말려.
최고의 악동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짱구가 최근 챔프TV 등을 통해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를 선보였는데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이 바로 짱구가 보여주는 어른 들의 이야기.
짱구는 못말려 : 어른 제국의 역습이었다.
줄거리는...
떡잎 마을에 들어선 20세기 박물관은 떡잎 마을 어른들을 유혹하는 추억의 장소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의 기분을 내볼 수 있는 복고풍으로 꾸며진 그곳.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마을의 어른들이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모두 20세기 박물관으로 떠나버린다.
졸지에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부모에게 버려진 짱구와 아이들은 20세기 박물관으로 부모님을 찾으로 가는데...
짱구는 못 말려 극장판은...
긴 연재 시간 만큼이나 긴 TV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짱구의 모습은 TV 시리즈와는 조금 달라서 일상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 위주인 TV와 달리 기승전결이 명확한 사건 안에 짱구네 가족이 던져지고 주어진 문제들을 가족 간의 단결과 사랑으로 해결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부분은 대체로 TV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했던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이지만 어른 제국의 역습도 마찬가지... 갑자기 아이가 되어버린 아빠, 엄마를 원상태로 돌리고 이번 사건을 일으킨 악의 무리
(?)를 무찌르는 것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짱구 아빠 이야기...
그런데 영화 속에서 내 눈길을 사로 잡았던 부분은 짱구 아빠의 회상 장면이었다.
옛날 냄새에 취해 자신을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는 아빠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려고 짱구가 내민 구린내 나는 신발. 끔찍한 자신의 발냄새와 함께 주마등처럼 아련히 스쳐지나가는 추억의 편린들.
아빠의 등에 기대 자전거를 탔던 어린 시절,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아픈 첫사랑의 추억도 지나가고 상경해서 사회인이 되고 힘든 직장 생활 속에서 만난 짱구 엄마와 만들어가는 소박한 삶의 모습들. 말썽만 부리는 아들과 딸을 둔 가장으로서의 삶은 고단하지만 또 그 아이들이 있어 행복할 수 있는 시간들...
우리네 삶과 그리 다르지 않은 특별할 것 없는 짱구 아빠의 이야기는 그렇게 3분 여의 짧은 영상으로 정리된다. 추억을 부르는 선율과 함께 흐르는 영상은 우리의 아버지, 아니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이 영상은 그 사이 인터넷에 '짱구아빠의 일생'이라는 제목으로 흘러다니는 것이었는데 그 출처가 이 작품이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고 영화 전체의 흐름에 비춰 이 부분이 얼마나 소중한 고리인지를 다시금 느꼈다고 할까.
덕분에 늘 생각했던 것처럼 짱구는 못말려가 어린이용 만화가 아니라는 것을 재확인하기도 했는데... 아직 이 작품을 챙겨보지 못했더라도 이 부분만은 꼭 나눴으면 좋겠다.
우리들의 이야기...
황금빛으로 내리쬐는 저녁 노을과 함께 찾아오곤 하는 아스라한 과거의 추억들.
짱구는 못말려 : 어른 제국의 역습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벌인 사건 속에 던져진 짱구네 이야기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돌아가고 싶은 시절에 대한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극단적인 설정도 모두 용서가 되는 향수어린 메시지들.
요즘만 해도 세상은 복고 열풍에 휩싸여있고 물질적으로는 지금보다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마음 만은 더 풍요로웠던 그 시절을 추억하고 있지 않던가.
아마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먼저 찾아들었던 것 같고 그래서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등을 배경으로 과거를 추억하는 어른들의 공간 20세기 박물관 등의 설정을 넣어 2001년에 이 작품을 내놓았던 것 같다.
물론 과거의 기억이란 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아름답게 윤색되어 기억되는 특징이 있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얹혀진 때문인지... 그 시절을 떠올리면 그저 가슴 한곳이 먹먹해지는 나 같은 과거 회귀형 인간들에게는 그저 가벼운 짱구의 이야기라고 넘겨버릴 수 없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현재를 살고 미래로 나아가지만 아름다웠던 과거를 추억하며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모양이다.
PS. 왠지 작품 속에서 등장한 옛날 냄새를 한번 쯤 맡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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