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애써 관심을 주지 않고 버텨오던 와중에 클럽하우스(Clubhouse)가 급격히 핫해지는 바람에 살짝 발을 담가 보고 있습니다. 아직 iOS용 앱만 제공 중인 클럽하우스는 작년 4월에 출시된 음성 기반의 제법 핫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데요. 가장 특이한 점이라면 과거 폰팅(요즘 세대는 모를지도;;;)을 하는 것처럼 왁자지껄 말로 수다를 떨 수 있는... 텍스트, 사진, 동영상을 넘어 새로운(그렇지만, 문자 이전부터 있었을 가장 오래된) 음성이란 대화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걸테죠. 뭐든 훅~하고 달아오르는 한국 네티즌의 호기심과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는 미묘한 희소성(?)이 만나 또 하나의 외산 SNS를 한국에 빠르게 뿌리내리게 만들고 있는 상황인데요.
자. 그럼 제 짧은 클럽하우스 경험기를 풀어볼게요. 초대장과 관련해서는 가입 자체는 아이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클럽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는 다른 사용자의 초대를 받아야 본격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더 정확한 소개인 것 같네요. 그런 초대장 제도 때문에 최근 클리앙 같은 IT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초대장을 구한다는 분들의 글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데, 심지어 중고나라 같은 곳에서 초대장을 돈을 주고 사고 판다는 이야기까지 있더라고요.-_-^ 그럴 필요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궁금한 서비스인 거겠죠.
초대장을 받아 가입에 성공하셨다면 이름과 닉네임 설정을 시작으로 흥미있는 주제 선택, 팔로우하면 좋을 사람들 리스트까지 고른 후에야 클럽하우스라는 세상에 온전히 던져지게 됩니다. 다행히 던져진다고 해도 크게 당황스럽진 않더군요. 첫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서비스 자체가 아직 단순한 편이거든요.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이나 관심 있는 주제 관련 방들의 목록이 기본으로 노출되어 그 방 중에 하나를 선택해 바로 입장할 수도 있고 원하는 주제가 없다면 직접 다른 방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내가 새로운 방을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할 수도 있고요. 저는 아직 방을 만들어보진 않고, 그냥 다른 방을 살펴보기만 했는데...
각각의 방은 그 방을 운영하는 모더레이터와 그 모더레이터의 선택을 받아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스피커, 그리고 모더레이터와 스피커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 사람들인 오디언스로 구성되는데요. 조용히 듣기만 하는 오디언스라도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다면 언제든 손을 들고 모더레이터의 허락을 받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누구나 원한다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어 있죠. 만약 그 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 방에서 조용히 나올 수도 있고요. 이렇게 모더레이터를 두고 스피커를 선택적으로 활동하게 만든 건 다수의 사용자가 몰렸을 때 오디오가 물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일 텐데 다수의 오디언스의 입출입이 자유로워 부담없이 방을 둘러볼 수 있는 건 좋더군요.
이렇게만 보면 기존 메신저의 단체 음성 대화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죠. 오디오가 물리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한 점은 다르지만. 그리고 보통의 SNS가 글이든 사진이든 혹은 동영상이든 누군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온라인 세상에 기록해 공유하고 재생산하면서 콘텐츠의 가치를 만들고 확장시켜가는 것과 달리 클럽하우스에서 남긴 대화는 별도로 저장되지 않고 순간순간 휘발되는 녹음 안 되는 옛 음성 통화나 라디오 같은 방식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하다 못해 음성 기반인 팟캐스트와도 다른 클럽하우스 만의 특징. 이런 클럽하우스가 뜨면서 반응은 역시나 두 가지로 나뉘더라고요. '정말 재밌어서 밤새는 줄 몰랐다'는 쪽과 '생각보다 특별한 재미를 찾지 못했다'는 쪽. 저는 아직은 후자에 가깝지만, 왜 클럽하우스가 흥할까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생각나는 게 있더라고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클럽하우스는 묘하게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합니다. 소통의 수단이 다른 무엇도 아닌 음성 대화라는 점 때문에 더 그런데요. 마치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낯선 누군가와 긴 시간 전화 통화를 하는 것처럼 조금은 투박하지만 우리 삶은 물론 인류 역사상으로도 익숙한 소통 방식. 글이나 사진, 동영상 같은 결과물을 갖고 쌍방 소통보다는 일방향 소통에 가까웠던 기존의 SNS와는 달리 낯선 플랫폼 위에서 시작되는 자연스러운 대화는 가끔 당황스럽게 흘러갈 수도 있고 말을 시작하길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도란도란 모여서 수다를 떠는 큰 재미를 주는 듯합니다. 그래서 낯선 이와의 폰팅으로 밤을 지새우던 아재들처럼 밤을 지새우시는 거겠죠.^^;;
클럽하우스가 개인 간의 소소한 수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아직 서비스 초반이라 더 그렇겠지만, 똑같이 호기심에 클럽하우스에 발을 들인 연예인 같은 셀럽의 방에 들어가 사인 못 받는 팬사인회처럼 소소한 그들의 속 얘기를 들어보는 뜻밖의 경험을 할 수도 있고 학자나 기업가, 전문가들이 나누는 대담이나 강연 같이 좀 더 묵직한 형식의 방들도 꽤 많아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방안에서 나눈 이야기를 공부나 업무 등 자신의 일상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많이 보이거든요. 그러니 흥미로운 주제의 방을 찾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팔로업을 하셔야 할 거예요. 녹음이 낯설지 않은 시대임에도 발화되는 순간 사라지는 말처럼 다시듣기하는 팟캐스트와는 다르게 그 순간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을 찾는 여정. 어쩌면 소소한 수다보다 이쪽이 더 매력적인 포인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클럽하우스에 쏠린 관심으로 인스타 팔로워를 늘리는데 활용하거나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늘려보자며 팔로어를 늘리려는 오용도 보이더라고요.=_= 이들은 전체 클럽하우스에 서보면 일부일 테고 대체로 특색있는 주제 혹은 재밌는 주제의 방을 만들어 운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그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방을 운영할 동력을 얻으며 클럽하우스를 지킬지는 미지수입니다. 인스타가 그렇고 유튜브가 그렇듯 초반에 클럽하우스에서 팔로어를 모아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분들이 많을 테니 당분간은 핫할 테지만, 유튜브나 인스타가 핫하고 블로그도 아직 돌아가는 건 그걸 통해 관심과 명예, 수익까지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 클럽하우스는 아직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도 않고, 수익 모델이 생긴 후 모더레이터나 스피커 등과 그 수익을 나눌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하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일회성, 휘발성이란 특징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어떻게 수익을 내고 그걸 나눌 생각이 있느냐가 클럽하우스의 수명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클럽하우스가 최근에 핫한 이유 중에 하나가 코로나19 팬데믹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요. 사회적 거리두기나 락다운 때문에 이전보다 조금 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사람 사이의 거리를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라는 방식으로 좀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 그게 클럽하우스로 사람들이 모이고 수다를 떨며 위안을 얻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당장은 초대장이란 장벽 뒤에 있는 낯선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이 훨씬 커서 클럽하우스에 군불을 지피는 상황이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이런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대화의 힘이 클럽하우스를 지탱하게 될 텐데~ 일단 저는 아직 푹 빠지진 않았으나 당분간 살펴보려고요. 한때 팟캐스트도 했었으니~@_@/
Clubhouse: Drop-in audio chat
Clubhouse is a new type of social network based on voice—where people around the world come together to talk, listen and learn from each other in real-time.
www.joinclub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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