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6월 만화책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미국을 대표하는 영웅으로 살아온 강철 남자(Man of Steel), 슈퍼맨. 그에게는 사촌이 있었으니 바로 슈퍼걸(SUPERGIRL)입니다. 슈퍼맨과 같은 힘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가슴엔 같은 엘 가문의 문장인 S를 달고 있는데요. 슈퍼맨이 일찍부터 다양한 미디어에 녹아들어 활약한 반면 슈퍼걸은 슈퍼맨의 아우라에 기댄 부수적인 캐릭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제가 보기엔 말이죠.
그런 슈퍼걸이 미국 드라마로 나왔다는 얘기는 한참 전에 들었지만, 이제야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시즌 2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CWTV가 2015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이 시리즈는 크립톤 행성이 파괴되기 직전 사촌인 슈퍼맨을 지키기 위해 지구로 보내진 슈퍼걸이 사고로 지구에 늦게 도착해 이미 성장한 슈퍼맨과 별도로 뒤늦게 슈퍼 히어로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데요.
TV 드라마인 만큼 할리우드 영화만큼의 화려한 볼거리나 시각 효과 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슈퍼맨이 겪었던 사건과 비슷한 일들을 겪어가며 성장해가는 카라 조엘(혹은 카라 덴버스)을 따라가는 건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데일리플래닛에서 일했던 슈퍼맨처럼 깐깐한 미디어 기업의 대표 밑에서 비서일을 맡아 고군분투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외계인을 다루는 비밀 정부기관 DEO와 손잡고 탈주 외계인이나 인간 악당들과 맞서 활약하는 히어로의 이중적인 삶을 40여 분짜리 에피소드에 하나씩 풀어내는 것도 괜찮았고요. 종종 허술한 전개가 드러나긴 하지만...^^;;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건 슈퍼'걸'(Girl of Steel)이라는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이미지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를 꽤 잘 극복하고 있는 듯한 전개입니다. 남성과 여성 히어로에 덧씌워지기 쉬운 낡은 프레임을 벗어가며 짧은 치마를 입고 하늘을 나르긴 하지만, 가끔은 사랑에 헤매는 20대 직장인 여성의 평범한 일상과 크립톤별 출신으로 남다른 출신 성분이 가져다준 재난 같은 일상을 해쳐나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에 흐뭇하게 시리즈를 따라가도록 시청자를 이끄는데요. 등장하는 남자들과 쉽게 사랑에 빠지고 깨지는 미국 드라마 특유의 역하렘 설정이 종종 거슬리다가도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이 뭍어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쭉 챙겨보고 있습니다. 혹시 보고 계신가요?^^;;
[관련 링크: Movi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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