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코믹스를 열심히 챙겨보는 편이 아니라면 그린 애로우(Green Arrow)는 꽤 낯선 영웅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분껜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겐 그렇게 낯설게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일까요? 미국 CWTV에서 제작해서 벌써 시즌 5까지 방송 중인 미국 드라마 애로우(Arrow): 어둠의 기사는 무척 낯설었습니다. 제가 그린 애로우에 대해 아는 게 워낙 없어서 말이죠.-_-^
덕분에 드라마는 도입부터 제 예상을 벗어나 파격적으로 흐르더군요. 폭풍을 만나 5년간 의문의 섬에서 갇혀 살던 부호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받은 수첩에 적힌 사람들을 척결해 망가져 가는 도시를 구하기 위해 일어난다는 전개는 흡사 고담시를 지키는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히어로 배트맨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망나니처럼 살았던 고향에 돌아와 선대에 쌓은 악업을 씻기 위해 후드를 둘러쓰고 활을 쏴대며 도시를 지키는 자경단이 된다는 이야기는 부잣집 아들이란 설정부터 기업을 이끌면서 사회의 악을 척결하기 위해 자신을 숨기면서 활동한다는 것까지 꼭 닮았거든요.
하지만 이 실사 드라마가 CWTV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 DC 코믹스 출신의 히어로 드라마와 다른 건 꽤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겁니다. 애로우로 활동하는 올리브 퀸은 외계인으로 태어나 초능력을 사용하며 비슷한 처지의 외계인들과 다투는 슈퍼걸과도 다르고, 입자가속기가 고장 난 후 번개에 맞아 초고속으로 달릴 수 있게 된 플래시와도 결이 다르죠. 그에게는 섬에서 익힌 활쏘기 실력과 무술, 그리고 잘 단련된 육체와 결단력이나 임기응변 같은 히어로의 기본 소양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만큼 상대하는 세력이나 적도 인간적인 편입니다. 시리즈를 더해가면서 그런 틀이 깨지고 있긴 하지만, 다른 시리즈에 비한다면야... 역시 슈퍼맨과 배트맨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만큼 자기 성찰이나 희생, 업보와 복수라는 다크 히어로물 특유의 메시지도 제법 진지하게 던집니다. 섬과 스탈링 시티를 오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전개와 시즌 1에선 목적을 위해 살인까지 하던 주인공이 그 업보를 업고 다시 히어로로 일어서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시즌 2부터 풀어내는 식으로요. 미국 드라마답게(?) 지칠 줄 모르고 여자를 바꾸지만, 그건 코믹스도 비슷할 테고 이 드라마를 따라가며 보게 되는 건 등장인물들이 꾸준히 단서를 흘리며 비밀과 반전을 연달아 터트리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아직 시즌 5까지 다 보지 못한 상태라서 이야기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쭉 이 드라마를 보게 될 것 같은데요.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떡밥이 절 어디로 인도할지 화살처럼 자연스럽게 따라가야겠네요.
...참고로 CWTV의 미드들은 서로서로 크로스오버하면서 차곡차곡 TV 버전의 저스티스리그를 준비하고 있는 듯해서 더 흥미롭습니다. 극장에선 워낙 위기에 몰린 DC라서 TV에서라도 잘 풀렸으면 하고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관련 링크: Movi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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