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깊어가는 가을밤, 2016을 마무리하며 인상적인 카메라 라인업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소니 알파 브랜드의 10주년을 기념하며 내놓은 모델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2006년 7월 처음 DSLR 카메라인 A100을 선보인 이후 꾸준히 바디를 찍어내며 바디 교환식 카메라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지만, 소니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에서도 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장을 리드해왔는데요.
DSLR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날 때 그에 준하는 품질과 휴대성 등 편의성을 더한 미러리스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더니, 스마트폰에 밀려 다 죽어가던 하이엔드 카메라 시장을 똑딱이로 살려내며 똑딱이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죠. 덕분에 팬층도 두둑해지고, 소니 카메라나 영상 기기에 대해 호평을 내놓는 이들 역시 늘어가고 있죠. 이번에 발표한 모델은 반투명 미러와 풀프레임 센서, 또 버려진 줄 알았던 A마운트의 복귀를 알린 플래그십 A99 II와 0.05초의 초고속 AF와 5축 손떨방을 적용한 플래그십 미러리스 A6500, 가장 빠른 똑딱이로 돌아온 RX100 V까지 지향점이 다르지만, 공통의 매력을 가진 녀석들입니다.
세 모델 모두 소니하면 떠오르는 비온즈 X 이미지 프로세서 앞단에 프론트-엔드 LSI 칩을 더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이전 모델의 몇 배나 되는 수준으로 개선했다는 게 특징인데요. 이 칩의 도움을 받아 A99 II는 4,240만이나 되는 고화소를 품고도 초당 12연사가 가능해졌고, 풀프레임 미러리스 A7R II와 동일한 이면조사형 엑스모어 R CMOS 센서의 매력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하이브리드 위상차 AF로 매우 어두운 저조도 환경에서도 전작 대비 우수한 결과물을 얻도록 해준다고 합니다. 거기에 광학식 5축 손떨림 보정을 더하고 4K 동영상 촬영 시 그 매력이 더 배가되는 풀 픽셀 리드 아웃과 오버 샘플링으로 사진과 동영상 양쪽에서 A마운트를 기다렸던 소니 팬을 매료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3,499,000원이라는 가격이 살짝 걸리긴 하지만요.
프론트-엔드 LSI 칩은 A6500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냅니다. 초당 11연사로 307장까지 끊김 없는 연사가 가능해졌으니까요. 거기에 2,420만 화소 엑스모어 APS-C CMOS 센서가 보여주는 고퀄의 결과물에 425개의 위상차 AF 포인트와 동체 추적 AF 기술을 더한 고속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으로 0.05초 만에 정확하게 초점을 잡아내는 민첩함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이 녀석도 APS-C 타입 카메라에서는 최초로 광학식 5축 손떨림 보정과 터치 AF를 더해 편의성까지 훌쩍 끌어올렸습니다. 하드웨어의 스펙은 살짝 낮지만, A99 II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적인 편의성이나 개선까지 두루 매력을 끌어올렸는데요. 이 녀석의 가격은 1,698,000원이니 좀 더 현실적인 눈높이에 맞춰 주판을 튕겨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녀석은 RX100 V. 사실 이미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는 모델인데 이 녀석도 최신 모델답게 프론트-엔드 LSI 칩을 달고 있습니다. 덕분에 A6500보다 한발 먼저 세계에서 가장 빠른 1인치 센서 카메라라는 타이틀을 달았는데요. 이 녀석도 콘트라스트 AF와 위상차 AF를 연계한 고속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으로 초점을 잡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0.05초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위상차 AF 포인트도 315개나 되고 초당 24연사가 가능한 것 역시 매력적인 부분이고요. 외형은 늘 비슷해 보여도 차곡차곡 고성능으로 내실을 다져가는 RX100 만의 장점이 이번에도 한 발 한 발 진전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여전히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지 않는다거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싼 1,299,000원이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제가 손 내밀기 가장 만만하면서도 가장 끌리는 녀석이라는 건 변함이 없네요.
2006년 7월 A100을 시작으로 풀프레임 카메라인 A900을 2008년에 미러리스 카메라인 NEX-5와 DSLT 카메라인 A55를, 또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A7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10년의 역사 동안 디지털카메라에 혁신의 DNA를 심어왔는데요. 가끔은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스스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현장에서 만져본 녀석들은 같은 DNA를 계승하는 모델답게 유사한 점도 있지만, 차별화된 매력을 뽐내며 사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강하게 유혹했는데요. 이제 문제는... 제가 RX100 V를 사느냐 마느냐 일 것 같네요. RX100 II를 쓰고 있으니 넘어갈 때도 됐으니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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