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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바나 형사 타치바나... 당치도 않은 음식 토론 일드 형사물, 아니 일본 음식점 PPL 드라마...?!

N* Culture/TV

by 라디오키즈 radiokidz@daum.net 2016. 3.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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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팔구는 천편인률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사랑 이야기만 풀어내는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달리 옆나라 일본의 드라마는 다양한 소재를 흥미롭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호불호가 나뉘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극명한 평가를 받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런 주제로 드라마가 될까 싶은 소재를 풀어낸다는 점 자체 만으로 흥미로운 경우가 있는데요.


형사물인 줄 알고 시작하면 뒷통수 맞을지 모를 일본 외식산업 PPL 드라마;;;



메시바나 형사 타치바나(めしばな刑事 タチバナ)라는 일드가 그렇습니다.
제목만 보면 일본 드라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추리물이나 형사물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1화 첫 장면부터 그런 기대는 무너져 버렸죠. 잠복 근무 중인 형사를 비추며 형사물 같은 도입을 살짝 보여주더니 범인을 추격해야 할 시점에 눈앞에 보이는 음식점의 신 메뉴에 이끌리는 형사 타치바나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면서 드라마가 이상하게 흘러가더라고요. 네. 이 드라마는 형사나 경찰이 잔뜩 등장하는 경찰서를 배경으로 하지만, 음식 아니 정확히는 외식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특이한 드라마입니다.



우리 돈으로 200조를 훌쩍 넘길 정도로 거대해진 일본의 외식산업, 그 중에서도 적당한 가격과 맛을 보장하는 일상생활 가까이 있는 익숙한 음식들을 소개하는 드라마라는 게 이 작품의 변인데요.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는 데 원작 만화는 보지 못하고 드라마만 슬쩍 살펴보고 이 글을 정리하고 있네요. 워낙 특이한 작품이라 얘기를 해두고 싶어서 말이죠.



요리 드라마는 사실 일본에서는 그렇게 낯설지 않은 소재입니다.
여러 시즌을 이어오고 있는 고독한 미식가나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된 심야식당 같은 익숙한 드라마들이 요리 혹은 음식점을 매력적으로 다루며 전면에 포진해 있을 정도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드라마로 잘 풀어내는 그들이니까요.



하지만 이 드라마는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런 드라마와는 궤를 달리하는 느낌입니다.
정말 맛있다고 소문난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가거나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대표 메뉴에 담긴 삶의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대신 쇠고기 덮밥이나 입식 소바 같은 패스트 푸드나 프랜차이즈 등에 대한 평가를 타치바나 형사의 입을 빌어 대놓고 풀어내거나 이렇게 먹으면 맛있다 같은 팁을 흘리는 어딘지 억지스런 설정을 이어가거든요.



주인공이라고는 해도 타치바나의 일인극에 가까울 정도로 대사가 많은 편인데...
그는 전국 각지에 음식점과 그 곳 메뉴의 특징을 소개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다른 직원들과 그 음식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인터넷으로 찾은 음식이나 메뉴 정보가 이어집니다. 그 사이 화면은 연기자가 아닌 음식들을 화면 가득 비추며 우리나라라면 수요미식회나 찾아라 맛있는 TV 같은 음식점 소개 프로그램에서나 다뤘음직한 내용을 드라마라는 어울리지 않는 틀 안에 밀어넣습니다.



형사가 주인공이고 경찰서가 무대인지라 사건의 용의자를 취조한다는 기본 전개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음식 토론을 이어가는데 집중하다보니 그냥 보면 수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보이는 얘기가 장황하게 이어지는 특이한 작품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회차가 끝나기 직전에 음식 얘기를 통해 범인의 거짓말을 잡아내긴 하지만, 누가 봐도 억지스런 전개~ㅎㅎ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는 사토 지로의 코믹한 연기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황당한 전개에 밀려 그의 코믹함이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느낌인데요. 작품 전체가 황당한 전개를 보여주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옆나라 사람이 보기에 장점도 분명한 드라마인데요.
일본의 외식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또 일본에 여행을 가게되면 저 가게에 가보면 좋겠다는 팁 아닌 팁을 얻게 되더라고요. 심지어 이 드라마가 소개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기반의 대중적인 가게들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 부담없고~ 뭔가 고급진 소재로 신데렐라 이야기만 풀어내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설정과 이야기들이 주는 부조리함이 흥미롭기도 하고요. 감자칩 하나가 수십 종에 이르고, 통조림이든 라면이든 지역별로 업체별로 개성있는 차별화로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는 일본이 살짝 부럽기도 했습니다.



매회를 관통하는 소재인 서서 먹는 소바부터 봉지 라면, 통조림, 컵 야키소바, 나고야 요리, 감자칩, 소고기 덮밥, 즉석 카레, 중화요리 체인점, 도쿄 기념품 식품, 우동, 편의점 아이스크림 등 12회에 이르는 짧지 않은 시간에 풀어놓는 소재들도 익숙하지만 어딘지 생경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데요. 여경을 내세워 풀어내는 달콤한 후식들의 향연까지 어떻게 봐도 진지한 음식 드라마는 아니고, 형사물은 더더욱 아닙니다. 대신 거대한 프렌차이즈 PPL 광고 같다는 느낌이 강하죠. 드라마 자체를 좀 더 재밌게 풀어냈다면 MSG 같은 중독성을 보여줬을지도 모르지만, 성우 더빙이 이어지는 생생 정보통 같은 음식 소개를 듣다보면 아 이래서 후속 시즌은 만들어지지 않았나보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군요.-_-;;




30분 가까운 방송 시간 내내 음식 얘기만 하다가 맨 마지막에 잡아내는 단서 하나로 황망하게 마무리 짓는 수사물.

코미디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정극이라고는 더더욱 말할 수 없는 외식산업 PPL 드라마. 우리나라에선 법에 막혀서 아예 제작조차 할 수 없었을 드라마인지라 일본은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정도가 이 드라마가 남긴 포인트가 아닐지~ 물론 일본 여행때 저건 먹어봐야지 하는 것도 몇 가지는 건질 수 있는 드라마지만, 자신의 취향이 아닐 듯 하다면 괜히 보고 후회하진 마세요. 보다보니 다음 편엔 또 무슨 음식 얘기를 할까 궁금해서 저는 다 보긴했지만~ 이런 낯선 전개를 드라마로 보는 것보다 다큐로 보는 걸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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