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인근만큼은 아니지만 한남 오거리 쪽도 제법 가게의 들고남이 느껴집니다.
가깝다곤 해도 제가 자주 회사에서 나서질 않아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만 새로운 매장이 생기고 있던 게 사라지는 게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죠. 그래서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가는 곳에도 들리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 갈 때도 있는데요.
아날로그 키친은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야기(-_- 그래도 두 달은 됐다는군요.)를 듣고 찾아가 봤습니다. 한남 오거리의 고만고만한 식당 사이에 자리한 아날로그 키친은 아날로그틱한 분위기는 아니라도 소박한 매장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의 행렬로 제법 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걸 말해주더군요.
그리 넓지 않은 매장의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펴봅니다.
익숙한 파스타와 리조또들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파스타 메뉴가 많은걸 보니 일단은 파스타집인 모양입니다.
'칼칼한 조개가 듬뿍 들어간 봉골레 파스타'라는 긴 이름의 메뉴를 3번 주세요라고 가볍게 말한 후 함께 온 이들의 메뉴 선택을 살펴봅니다. '매콤한 토마토소스 아라비아따 파스타'와 '간장에 촉촉히 젖은 빠삭 돈까스', '엄청 매운 토마토소스에 안긴 밥' 등의 메뉴들이 역시 4번, 8번, 9번이라고 호명되며 주문되었죠.
뭔가 어색한 표현들의 향연입니다. 조개가 칼칼할리 없고 간장에 젖었는데 빠삭하다는 것도 그렇고 토마토 소스가 맵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의아하기도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생각보다 메뉴는 빨리 테이블 위에 놓이더군요. 제일 먼저 신선한 샐러드가 기분좋게 나왔고요~^^
그리고 요 녀석이 제가 주문한 파스타인데요. 비주얼은 여타의 봉골레 파스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녀석인데 조개가 제법 많긴 하더군요. 흐뭇하게 맛을 보는데 칼칼함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파스타에 자그마한 고추들이 낯설게 포개져 있더군요. 보통 파스타에 이렇게 직접 고추를 쓰는 것 같지 않던데 칼칼한이라는 콘셉트를 위해 아낌없이 투하된 것 같습니다. 맛은 제법 괜찮습니다. 면도 그렇고 느끼하다 생각하기 쉬운 파스타의 뒷맛을 잡아주는 고추의 칼칼함도 좋았고요.
다른 메뉴도 대체로 평가가 좋았는데요.
토마토소스 아라비아따 파스타도 같은 종류의 고추로 칼칼함을 가미해 빨갛지만 맵지는 않았던 토마토 파스타를 좀 더 감칠맛 나게 정리해주더라고요.
토마토소스에 안긴 밥을 주문한 분은 입에 그리 맞지 않는다고 남기긴 하셨는데 전 그것도 신선했고요. 일단 카레라이스 마냥 토마토소스와 밥이 각각 나와서 비벼 먹는다는 컨셉트가 이채로웠거든요. 설명처럼 약간 매운 그 느낌도 새콤할 것만 같은 토마토소스 밥의 뻔한(?) 맛에 반전을 안겨줘 재미있었고요.
-_-;; 다만 빠삭 돈까스는 먹어보질 못했는데 이 녀석은 맛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도톰한 돈까스와 세 가지 소스의 조합 등을 보면 중박 이상은 칠 것 같지만. 아무튼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 특이한 모습 때문인지 통오징어구이가 들어앉은 밥에 대한 이야기가 많던데 다음엔 그 녀석에도 도전해 보려고요.
라이스 메뉴가 조금 더 저렴하고 파스타는 좀 더 비싸지만 대략 가격대는 12,000~16,000원선.
저 같은 박봉의 직장인이 매일 같이 드나들기엔 살짝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가끔 기분전환을 위해 들르기엔 또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고런 가격대인데요. 일단 눈도장은 찍어뒀으니 좀 더 여유로운 어느 날, 혹은 일이 안 풀리는 어느 날 맛나게 먹고 기분전환할때 써보렵니다. 혹시 한남 오거리에서 아날로그 키친을 만나신다면 가격대에 크게 배신당하지 않는 맛을 경험하시고 돌아가실 듯 하네요~
PS. 이날 유닛장님이 쏴주셔서 더 맛있었다는 건 따로 언급하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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