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야심으로 세계가 위기가 닥치면 용자가 나타나 세계를 구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RPG 게임의 설정이죠. 그런 작품들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일본에는 그런 설정이 더욱 흔할 테고요. 그런 익숙함을 살짝 비튼 걸까요?
용사 요시히코와 마왕의 성(勇者ヨシヒコと魔王の城), 용사 요시히코와 악령의 열쇠(勇者ヨシヒコと悪霊の鍵) 같은 기묘한 드라마가 만들어진 이유는...
이 두 작품은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일본의 도쿄 TV를 통해 방송된 작품인데요. 이 드라마는 일본식 RPG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익숙할 에닉스와 토리야마 아키라의 원화가 떠오르는 드래곤퀘스트에서 주요 설정을 가져온 뒤 B급 코미디라는 양념을 잔뜩 뿌려 만든 괴작에 가깝습니다.=_=;;
드라마의 출발도 비슷합니다. 마왕의 출현으로 마을에 역병이 찾아오자 누가 용자가 될지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뽑듯 테스트를 받게 됩니다. 당연히 주인공인 만큼 멋지게 칼을 뽑았다면 좋겠지만. 사실 주인공 요시히코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칼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마을을 구할 용자라는 중책을 어이없게 맡게 되죠. 솔직히 말하면 마을 사람 모두 이런 일을 맡지 않으려고 했는데 순수하기만 했지 덜떨어진 요시히코가 떠맡게 된 것에 가까운 상황. 그의 아빠가 그 전의 용자로 역병에 듣는 약초를 구하러 갔다가 실종 상태. 뭐 이래저래 떠맡을 상황이란 얘기가 나름 깔려있긴 합니다만...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던 용자의 첫 모험이니 만큼 당연히 매 순간 난관과 맞닥 뜨립니다. 마물들이 등장하고(=_= 참 성의 없어 보이는) 도적이 등장해 마음 급한 용자의 발길을 붙들죠. 허나 그들의 공격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마물들도 그 못잖게 어딘가 나사 빠진 녀석들 뿐이거든요. 하지만 그의 모험에 어려움이 더해지는 건 하나하나 늘어가는 동료들도 어딘가 부족한 이들뿐이기 때문인데요.
가장 든든한 전사 단쥬도 처음엔 요시히코가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자기가 할 말을 들어줄 때까지 그를 따라다니겠다며 파티에 합류하고 밑도 끝도 없이 요시히코가 아빠의 원수라며 죽이겠다고 큰소리치는 무라사키는 말도 안 되는 몽타주 한 장으로 시도 때도 없이 요시히코의 목숨을 노립니다. 보통 팀 내 지성을 담당할 마법사 메레브와의 조우도 황당하긴 매한가지. 마을에서 사기나 치고 있는 허접 마법사의 합류는 사실 파티에 그리 도움을 주지 못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엉성한 인물들로 꾸려진 팀이니 시원하게 사건을 제대로 해결 할리도 없고 모험다운 모험을 펼치지도 못합니다. 그들의 안내자 역을 하는 부처님도 머리만 부처머리지 딱히 신묘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거든요.-_-
나사 빠진 주인공들과 형편없는 가이드 부처님의 이야기는 첫 번째 시즌인 용사 요시히코와 마왕의 성에서부터 두 번째 시즌인 용사 요시히코와 악령의 열쇠로까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뻔한 패턴 속에서 이어집니다. 매번 어찌어찌해서 세계를 구하긴 하지만 그들의 활약이 멋지다거나 동경의 대상으로까지 보이지는 않죠. 뭔가 대단한 결투 장면을 기대한 이들을 비웃듯 등장하는 몇 컷짜리 애니 격투씬에도 그저 실소가 터져 나올 뿐. 이야기가 더해질수록 참 저렴한 드라마라는 인상만 강해질 뿐입니다.
장점이라면 그런 엉터리 설정이 가득하니 굳이 설정이나 인물 간의 관계 등을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것 정도일까요? 고민 없이 복선 같은 것 그다지 고려하지 않고 봐도 되는 작품이란 얘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B급 코미디가 시즌 2까지 제작된 이유는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판타지 설정을 비틀고 게임이 아닌 현실에 일어날 수 있는 코믹한 설정을 더한 덕분입니다.
영웅이 등장하는 판타지의 외형은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온통 패러디와 뻔한 반전을 섞은 서툰 코미디가 가득. 모르긴 해도 이런 애매한 설정을 좋아하는 마니아까지 있을 듯한데요. B급 코미디에 끌리거나 어려운 설정의 드라마는 싫다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실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절대 굉장한 작품도 또 마구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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