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영웅들이 그다지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이언맨이 보여주는 인기는 분명 기대 이상입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영웅의 활약임에도 우리나라에서 아이언맨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요?
미친듯한 재력에 뛰어난 머리, 거기에 남다른 아이템으로 무장한 토니 스타크의 매력? 악당들과의 손에 땀을 쥐는 대결? 강력한 캐미는 아니지만 페퍼와 스타크의 알콩달콩한 사랑 얘기? 글쎄요. 이번 영화를 보고도 그 답을 명확히 찾아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한층 매력적인 이야기와 풍성한 볼거리로 무장하며 확실히 전작들을 뛰어넘는 이번 작품은 아이언맨 시리즈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이전 작품들이 모두 이번 작품만 했다면 아이언맨이 국내에서 두 배는 더 놓은 스코어를 보여줬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아무튼, 영화를 보고서 뭔가 뒤죽박죽 정리하긴 했습니다만 일부 스포일이 될 이야기도 있을 수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나중에 읽어주셔도 무방할 듯싶습니다.ㅎ
천하제일의 슈퍼 히어로 중 하나일 아이언맨에게는 늘 시련이 따라붙습니다.
영웅이라고 해서 압도적이기만 해서야 영화를 이어갈 수 없으니 버프와 함께 디버프의 압박도 매 작품을 거치며 진화하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아이언맨이라면 당연한 설정인 마크 42를 비롯한 신형 수트라는 버프와 함께 전작인 어벤져스 사건을 거치며 토니 스타크의 마음에 자리 잡은 어둡고 깊은 트라우마라는 디버프가 그의 혼란을 조장하죠.
영화는 그 와중에 아이언맨에게 닥치는 새로운 위협과 그에 맞서는 토니 스타크, 그리고 아이언맨의 활약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풀어냅니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전 세계에서 폭탄 테러를 벌이는 테러리스트 만다린, 그리고 익스트리미스라는 놀라운 약으로 아이언맨을 괴롭히는 AIM이 이번 작품의 슈퍼 빌런이죠. 이번 아이언맨 3가 더 매력적이었던 건 바로 이런 악당들의 맹활약인데요.
지난 아이언맨 1, 2가 보여준 악당들보다 3편의 악당들이 여러 가지로 매력적이었던 덕분에 영화가 한층 재밌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영화일수록 악당이 흥해야 영웅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는 법.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깜찍이 테러리스트 만다린도 그렇지만 쇠도 녹이는 후끈한 맨몸 액션을 선보였던 올드리치 킬리언의 활약은 아이언맨 사상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수트 안팎에서 토니 스타크를 괴롭히던 트라우마의 디버프도 단단히 한몫했고요.
하지만 토니 스타크가 어디 그리 만만한 인물이던가요.
첩첩산중 내우외환 속에서도 그는 영화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면서 시련을 거치며 더 강해지는 영웅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물론 그 뒤에는 아이언맨의 상징과 같은 매력적인 수트들이 버티고 있고요.
이번 작품의 메인인 신형 수트는 마크 42. 토니 스타크의 중추 신경과 직접 연결된 이번 수트는 원거리에서 무선으로 컨트롤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성능으로 아이언맨 3의 히어로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초기부터 우여곡절을 겪으며 형편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ㅠ_ㅠ 그래도 적절한 시점에서 부활해 맹활약을 펼치는 모습 좋았습니다.
허나 이번 작품은 마크 42 외에도 다양한 아이언맨 수트들이 총출동해 메카닉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요.
극 후반 하늘을 가득 채울 기세로 쏟아져 나와 적과 맞서던 자비어스 연출의 아이언맨 수트쇼는 단연 최고였습니다. 이 연출 아주 좋았는데요.^^ 다양한 기체들이 함께 쏟아져 나오다 보니 하나하나의 세심한 표현이나 개성을 드러내는 데는 부족했던 점도 있었지만요.
한편 토니 스타크의 맨몸 액션도 좋았는데요.
만다린에게 형편없이 당해서 마땅한 수트 하나 없던 상태에서 그가 보여준 셜록 홈즈(또 다른 로버드 다우니 주니어의 프렌차이즈 작품이죠.)다운 면모부터 흥미로웠습니다. 만다린과 AIM의 관계를 추적하면서 또 납치된 페퍼를 구하기 위해 분전하는 그의 모습은 탐정물에서 쌓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비주얼과 더해져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거기에 수트의 힘을 빌지 않아도 타고난 머리와 단련된 육체로 보여준 맨몸 액션.
맥가이버식 무기 만들기와 활용,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나는 재치 넘치는 임기응변은 토니 스타크가 가진 한량 천재의 이미지와 더해져 작품 내내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합니다.
그뿐인가요.
이번 작품에선 스타크의 연인, 페퍼 포츠의 활약도 상상 이상이었는데요.
더는 토니 스타크의 대리자로 스타크의 회사를 이끄는 정도의 역할, 가끔 고뇌하는 스타크를 안아주는 것 정도의 보조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토니 스타크에게 현실감을 심어주는 핵심 인물이자 납치된 헤로인 연기는 기본이고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신까지 무난히 소화하며 토니 스타크와의 케미를 상상 이상으로 끌어올려 놓는데요. 덕분에 토니 스타크와 페퍼 포츠, 아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기네스 팰트로 없는 아이언맨 시리즈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장을 꽝하고 찍어버리더군요.
이번 작품은 아이언맨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보통 3부작으로 제작되고 있는 최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봐도 이쯤에서 한번 점을 찍어줘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문제는 보통 이런 경우 리붓이라는 형태로 이야기를 초기로 돌리면서 배우를 바꿔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마블이 아이언맨을 단순히 아이언맨으로 보지 않고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의 연계를 위한 포석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설마 배우가 바뀌겠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합니다만...
인크레더블 헐크 시리즈는 비슷한 조건이었음에도 어벤져스를 기점으로 주인공이 마크 러팔로로 갈아치워 졌던 터라 일말의 두려움이 있긴 하네요. 소니가 판권을 가지고 있어 상황은 다르지만,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리붓 후 이전만큼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불안감을 부채질하고요.
아니 그런 거 다 떠나서 3편까지 오고 나니 아이언맨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나 기네스 팰트로를 빼는 건 상상하기도 싫은데 말이죠. 돈 치들보다는 테렌스 하워드가 좋지만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영화 외적인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분명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은 진화의 일보를 내디뎠습니다. 적들에게 탈출하기 위해 강철 수트 안에 들어갔던 토니 스타크가 이번 영화를 통해 더 이상 아이언맨 수트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좀 더 완벽한 영웅의 모습으로 몸과 마음 모두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또 자신의 과거에 대한 고민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를 성장시키는 주요 코드로 자리하고 있고요.
재밌는 건 익스트리미스를 투여한 인간들이 가지는 몸 안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힘과 아이언맨이 쓰고 있는 강철 수트와의 대결이 가지는 몸 안과 밖이라는 심리적인 대치 구조가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라는 고치를 깨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어느 정도 성장을 했습니다만 어벤져스 2가 될지 아이언맨 4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영화에서 지금의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해서 또 한 번 닥쳐올 시련을 넘어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고 바라게 되네요. 3편을 보자마자 아이언맨 4가 기대되니 어쩌죠.-_-
슈퍼 빌런 만다린이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전략 때문인데요.
세계 각지에서 자신이 일으키는 테러를 미국인 모두에게 강제 시청시키는 만다린. 그가 현장에서 직접 일으키는 테러 못잖게 그가 선보이는 실시간에 가까운 미디어 테러를 통한 미국인들의 공포는 상상 이상입니다. 자연스레 아이언맨이 그들과 맞서주길 바라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요.
헌데 그런 만다린의 전법은 미디어가 전하는 무분별할 정도의 정보의 홍수에 사는 우리의 상황에 뿌리내리고 있어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 두려움이 되고 있는데요. 전 세계 어디서 일어나는 일이라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세상에 살면서도 전하는 자들의 의도에 따라 진실이 은폐되고 조작된 것들이 전해지는 일도 빈번해진다고 생각되는 요즘.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인 사건을 만나면서 어떤 것이 진실인지에 대해 논란이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더욱 미디어에 의존하면서도 찝찝한 뒷맛을 남기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요. 영화같이 극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미디어에 의존해 정보를 취하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진실이 아닌 허상에 의해 조종당할 수 있는지 이번 영화는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잘 짜인 각본하에 일어난 영화 속 에피소드로만 보이지 않는 건 우리가 미디어에 가지게 된 불신이 나날이 더해짐에도 그런 상황을 이겨낼 방법이 거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깔렸기 때문일 거고요.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고작 음모론 정도라니 말 다했죠.;;
아이언맨은 성장을 거듭해가는 몇 안 되는 블록버스터입니다.
부자에 한량이었던 토니 스타크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이언맨으로써의 성장했고 이후 진화를 거듭하더니 그 고뇌의 결과를 이번 작품에서 잘 보여줬고 속편으로 갈수록 늘어질 법한 이야기의 끈도 단단히 붙든체 블록버스터가 제공해야 할 재미라는 요소 역시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런 점에 이번 아이언맨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우호적이지 않나 싶은데요.
감히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은 아이언맨 3가 어서 아이언맨 4로 돌아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대체 불가능한 매력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기네스 팰트로와 함께요. 이런 생각 하시는 분이 비단 저만은 아닐 테니 돌아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활약 기대하면서 아이언맨 3에 대한 주절거림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혐오하시는 게 아니라면 꼭 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지만, 영화는 늘 호불호가 갈리는 대중 예술.^^ 앞서 늘어놓은 이야기들도 가볍게 즐기시길 바랄게요~
PS. 엔딩 크레딧 후 추가 영상 놓치지 말라고 자막까지 넣다니... 얼마나 답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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