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국내에서 개봉한 뮤질컬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게 됐다는 영화 레미제라블.
국내 개봉이 다른 나라보다 특히 빠르다는 얘기도 들었고 제가 사랑하는 배우들이 꽤 많이 출연한다는 것, 또 믿고 보는 브랜드 워킹타이틀의 작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어쩌다보니 꽤 늦게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요.^^
역시 명불허전이더군요.
기름기를 쫙 빼듯 대사를 거둬내고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가열차게 주옥같은 노래들로 가득한 영화는 많지는 않았지만 상영이 끝날때 관객의 박수를 끌어낼만큼 슬프고도 아름다웠습니다. 진짜 뮤지컬로 레미제라블을 봤다면 아마 커튼콜때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겠죠~
어렸을때만해도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 아니라 동화와 명작만화로 만나다보니 장발장이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기억했던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 이후의 불안정했던 프랑스를 배경으로 장발장과 그와 관계된 인물들,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감내하던 민중의 이야기로 확대되어 작은 무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현장감을 전해주고 있었는데요.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워낙 원작 뮤지컬이 유명해서인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소들의 구성을 뮤지컬 무대와 다르지 않게 가져가고 배우들의 노래 역시 후시 녹음이 아닌 동시 녹음을 통해 연기와 일체화된 절절한 곡들을 완성했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에서도 자주 나왔던 얘기지만 후시 녹음이었다면 그만큼의 감정을 과연 담아낼 수 있었을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 정도로 훌륭한 넘버들이 많았죠.
글쎄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 영화를 보면서 울지도 모르겠다고 마음먹고 가는 영화는 오히려 눈물을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아마 그 마음먹고 간다는 부분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레미제라블 역시 판틴이 죽는 장면에선 울겠지라고 극장을 찾았는데 안타깝게도 그 장면에선 딱히 눈물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앤 해서웨이의 판틴은 연기나 노래 모두 최고였음에도요.
반면 제가 눈물 지은 장면은 에포닌의 죽음쪽이었는데요.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받친 그녀, 사기꾼 부모 밑에서 어떻게 저런 바른 성품이 나왔을까란 미스테리를 던져준 그녀의 죽음은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겠지만 바보스러울 정도로 마리우스에게 향하는 그녀의 사랑과 죽음이 와닿았기에 눈물이 흐른게 아닌가 싶네요.
또 어린 가브로쉬 장면에서도 눈물이 흐르더군요.
그런데 가브로쉬가 죽는 장면이 아니라 청년들이 모두 죽음을 당한 이후 일렬로 늘어선 시신들을 바라보던 자베르 경감이 가브로쉬의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던 그 장면에서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가브로쉬의 죽음과 자베르의 흔들림이 만나는 시점. 어찌보면 그리 슬픈 지점이 아닐텐데도 뭔가 왈칵.
그렇다고 펑펑 울었던 건 아니었지만 암튼 가장 찡했던 포인트가 그 두장면이었는데요.
사실 제법 눈물이 있는 편이라 그 외에도 훌쩍거리며 봤다는 건 묻어두기로 해요.
탄탄한 원작, 배우들의 호연과 노래.
레미제라블은 제가 두번째로 좋아하게된 뮤지컬 영화가 됐는데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그 중 특히 더 맘에 들었던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I Dreamed a Dream은 며칠전 앤 해서웨이 이야기를 하면서 호평을 쏟아놨으니 그 곡은 건더뛰기로 하고 앞서 언급한 에포닌을 연기한 사만다 바크스의 노래 On My Own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가수로 활동하다가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사만다 바크스. 하지만 실제 뮤지컬 무대에서도 에포닌역을 맡고 있다니 이런 절절함은 너무 자연스러운 거였겠죠.
추적거리는 비에 온몸을 맞긴체 애절하게 읖조리는 그녀의 노래는 짝사랑의 종말을 너무나 아프고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냈더군요. 에포닌역을 탐내던 배우들이 많았단 이야기가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 슬픈 러브송.
그 다음으로 꼽고 싶은 곡은 주요 인물들이 거의 모두 등장해 주거니받거니 노래하는 On My Own을 잇는 곡인 One Day More입니다. 장발장을 시작으로 자베르, 코제트, 마리우스, 앙졸라스. 심지어 사기꾼들인 테나르디에 부부까지 목소리를 보태는 이 노래는 절정으로 치닫는 레미제라블의 결말을 향해 넘어가는 노래이자 역경과 고난의 절망을 지나 새로운 날이 찾아올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어 더 좋더군요.
이렇게 제가 본 영화 레미제라블 감상은 마무리 됐는데요.
장발장과 대립하며 악인의 자리에 섰던 자베르나 테나르디에 부부까지 그들을 그렇게 몰아갔던 세상과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엔딩. 박수가 안나올 수 없는 엔딩이 그렇게 흘러가고 답답한 오늘의 하루하루도 결국 멋진 내일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 정도면 참 바르게 영화를 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분의 감상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어떤 곡이 좋았고 누구의 연기가 좋았고 또 언제 눈물 지으셨나요~^^ 괜찮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PS.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는 물랑 루즈에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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