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하게 넓어지고 있는 마블 영화의 세계관을 흔히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라고 부르죠. 존재감은커녕 지금은 믿을 수 없는 캐스팅 논란까지 있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MCU의 한가운데 굳건히 세운 기념비적인 작품. 그런 아이언맨이 2008년에 개봉했고, 작년엔 MCU를 이끄는 마블 스튜디오가 10주년을 맞은 해였습니다. 10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사이에 20여 편이 넘는 많은 마블표 영화들이 극장을 찾았고, 대체로 국내 영화팬들은 마블의 손을 들어줬죠.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가 1,121만(역대 16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1,049만(19위), 아이언맨 3가 900만(26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867만(27위), 스파이더맨: 홈 커밍이 725만(42위) 등 매번 스크린을 점령한다고 눈치를 받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치곤 기대보다 낮은 순위지만, 아무튼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특히 여러 히어로들이 함께 등장할 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역시 이런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매부터 개봉일 관객수까지 역대 최대라는 기록을 새롭게 만들어가면서 끝으로 향해가는 MCU 페이즈 3를 더욱 화려하게 마무리해가고 있는데요. 지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에 의해 우주에서 모든 생물의 절반이 사라지고, 모두가 절망에 빠진 와중에 이 모든 사태를 돌릴 반전의 열쇠를 찾아 어벤져스들이 다시 힘을 합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 정도는 스포가 아니겠지만, 앞으로 하는 얘기는 다분히 스포일러가 될 얘기일 테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시는 걸로...@_@/
-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가 나올 수 있으니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타노스가 드리운 짙은 그림자 때문에 어벤져스는 물론 인류 전체가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는 초반부와 이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방법을 찾은 남겨진 어벤져스들이 타노스에게 반격을 꾀하는 중반, 그리고 타노스와 다시 한판 붙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후반부까지 무려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내내 달립니다. 아니 처음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다가 희망을 품고 조금 더 빠르게, 마지막은 최후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영화의 속도도 딱 그렇거든요. 그래서 앞부분은 다소 지루하다는 평이 있을 정도지만, 뒤로 갈수록 속도가 붙고 어느새 무사히 3시간을 버텨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죠. 물론 마블 영화팬이라는 기본 소양은 갖춰야 버틸 수 있는 시간이지만요.
마블 영화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영화는 지난 11년간 마블이 보여준 영화에 빠졌던 지지했던 팬에게는 잘 차려진 성찬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 곳곳에 그간 MCU가 켜켜이 쌓아온 역사를 복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둔 건 물론이고 직접적으로 그 시점으로 돌아가는 스토리를 더해 추억을 톺아볼 수 있도록 해주니 개성 강한 슈퍼 히어로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쳐오면서 겪은 협력과 반목,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에 다시 푹 빠질 수 있거든요. 어쩌면 그런 장치 덕분에 영화가 끝났을 때 눈물을 지은 이들이 많았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가 보여줬던 시리즈 영화와는 또 다른 결로 재미와 뭉클함을 던져준 영화. 거기에 후반부 대규모 액션씬 역시 제법 만족스러웠기에 몇몇 히어로가 아쉽게 퇴역을 고했어도 기꺼이 그들을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야 계속 이 확장되어 가는 세계관 안에서 그들이 또 다른 활약을 보여주며 함께 가면 좋겠지만, 우리가 10년의 시간을 보내온 만큼이나 쌓여가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이 상상력이 가득한 스크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아쉽더라도 그들을 보내주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으로 마무리될 MCU 페이즈 3와 그 뒤에 새롭게 펼쳐질 MCU 페이즈 4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것 같네요. 결코 가볍지 않아 여운을 남긴 악당 타노스와 어벤져스 어셈블의 대결을 오래 추억할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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