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봄기운 가득한 4월 예술의 전당에서 '한화와 함께하는 2019 교향악축제'과 함께 감성을 틔워보세요~
올해도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있긴 하지만, 예년보다 덜 추웠던 겨울을 보낸 만큼 봄꽃들이 더 빠르게 만개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즈음 함께하면 더없이 좋을 클래식 공연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는 거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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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소개했던 것처럼 교향악축제가 4월 2일부터 4월 21일까지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국내외 18개 오케스트라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연주자들과 협연해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클래식 곡들을 들려준 이번 공연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고, 한화와 함께한 것도 20년이 될 정도로 한국에서 클래식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뚝심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클래식 저변 확대라는 의미를 확실히 하기 위해 여타의 클래식 공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교향악축제의 매력.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번 한화와 함께하는 2019 교향악축제 공연의 마지막 날 저도 직접 멋진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선택한 건 이번 교향악축제 중 유일한 외국 오케스트라였던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는데요. 중국을 대표해 이번 교향악축제에 참가한 그들은 북경 국가대극원(NCPA)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2010년에 창단되어 오케스트라가 구성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음악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사이 저명한 연주자들과 협연도 꾸준히 해왔다고 하더라고요. 지휘자 이 장의 지휘 아래 첼리스트 지안 왕과 협연해 아름다운 곡들을 들려준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우선 그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줄리안 유의 곡인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중국 버전)'. 지안 왕과 들려준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33'. 인터미션 후에 말러의 '교향곡 제1번 D장조 '거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클래식에 그다지 조예가 깊지 않았던 제가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곡은 그중에서 맨 첫곡인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이었습니다. 이 곡이 흥미로웠던 건 중국 버전이란 타이틀이 붙은 만큼 중국의 색채가 넘쳤기 때문인데요. 오페라 투란도트에 사용됐던 중국 민요 '모리화'를 메인 테마로 중국 색채를 가미했다는 작곡가 줄리안 유의 이야기처럼 변화무쌍한 중국의 모습을 음악으로 잘 그려내고 있더군요. 때론 아기자기하고 경쾌하고 때론 장엄하고 거대한 태산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17분 여의 곡은 제법 잘 짜인 한 편의 중국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전개를 들려줬습니다.
이 곡만으로도 중국 오케스트라를 선택해 그들의 공연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른 오케스트라들도 쟁쟁한 실력을 갖고 있으니 주옥같은 클래식 넘버들을 소개해 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유럽 중심의 곡들을 연주하는데 주력할 것 같았거든요. 그게 클래식 세계에선 너무 자연스러운 거겠지만, 그런 뻔한 흐름에서 벗어나 동양적인 색채를 품은 곡을 들려줄 것 같았던 기대를 이 곡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에 만족스럽게 이어지는 곡들까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죠. 그 뒤에 그들이 들려준 곡들은 다시 유럽 색채가 짙은 익숙한 분위기이 클래식이었지만, 첼리스트 지안 왕과 협연해 들려준 차이콥스키의 곡도 좋았습니다. 앙코르 박수가 쏟아지자 두 번이나 더 짧은 곡을 들려준 지안 왕도 두 번째 앙코르 때는 중국의 색을 느낄 수 있는 곡을 연주해줬는데... 클래식에 무지한 탓에 곡명까지는 알 수가 없었네요.
인터미션 이후엔 말러의 곡이 다시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됐는데요. 4악장으로 이뤄진 이 곡은 사실 이번에 처음 들어본 곡이었습니다.=_=^ 장 폴의 소설 거인을 바탕으로 28살의 젊었던 말러가 지었다고 하던데 소설을 읽었다면 좀 더 다른 감정을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평화로운 전원 풍경이 떠오르던 초반과 폭풍처럼 몰아치는 4악장 말고는 기억나는 게 많지 않네요.ㅠ_ㅠ 잘 듣긴 했는데 아직 클래식 소양이 많이 부족한 탓에... 연주가 끝나자 홀에는 우렁찬 박수가 쏟아졌고 여러 차례 퇴장과 반복을 반복하던 이 장의 지휘 아래 마지막 앙코르 곡이 연주됐는데요. 플루트의 리드로 시작된 곡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그 곡. 아리랑. 네. 마치 수미쌍관처럼 중국 곡으로 시작된 공연은 한이란 한민족의 정서에 기반하면서도 처연하지 않고 산뜻하고 매력적으로 연주되어 동양의 클래식을 느끼게 하더군요. 아리랑 연주까지도 참 멋스럽더라고요. 다시 한번 조금은 낯선 중국 오케스트라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아마 내년에도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는 31주년을 알리며 예술의전당에서 클래식 선율이 가득한 봄을 열게 될 텐데요.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내년엔 꼭 예술의전당을 찾아보세요. 저 같은 클래식 문외한도 클래식의 바다에 흠뻑 빠져 헤엄치다 돌아올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자리니까요.^^(티켓 가격도 꽤 저렴하고~) 30주년을 기념하며 세대(Generation)라는 주제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이번 교향악축제는 동양적인 사운드를 고민하는 중국 오케스트라라는 색다른 뒷맛을 남기고 떠나갔는데요. 모쪼록 내년엔 다른 분들도 교향악축제를 통해 낯섦과 익숙함을 아우르는 새로움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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