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계적인 공원이지만, 가우디와 구엘의 꿈이 채 영글지 못하고 저버렸던 안타까운 명품 주택단지(?) 구엘 공원을 나서 버스에 올라 그라시아 거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라시아 거리는 바르셀로나에서 쇼핑을 한다면 거의 필수적으로 들를 명품 거리인데요. 바르셀로나의 청담이나 샹젤리제 거리 정도 될 이곳에는 친숙한 여러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망고(MANGO)나 빔바이롤라(BIMBA Y LOLA), 자라(ZARA), 마시모두띠(Massimo Dutti) 같은 스페인 현지 브랜드의 매장이 대거 입점해 있는데요. 스페인 현지 브랜드인 만큼 국내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이고 신상 역시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쇼핑을 하실 거면 스페인 현지 브랜드를 공략하세요.
...-_- 다시 가우디로 돌아와서 그라시아 거리로 돌아와 만난 첫 건축물은 카사 바트요(카사 바틀로/Casa Batlló). 이름 그대로 바트요의 집이란 뜻인데요. 자기 집을 리모델링하고 싶다는 바트요씨의 의뢰로 만든 가우디의 첫 리모델링 사례이자, 카탈로니아 사람들에게 신화적인 존재인 성 조르디와 싸웠던 용, 튼튼한 뼈, 가우디가 사랑했던 바다. 이렇게 3가지 테마를 섞어 만들어진 곳으로 독특한 색감의 지붕과 벽면 등 가우디다운 스타일로 이 거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죠.
또 가우디와 함께 칭송받았던 당대의 걸출한 건축가들이 만든 집들이 같은 블럭에 있어 이 거리의 왕이 누군지 경쟁하고 있다는데... 헤라, 비너스, 아테네의 3 여신 중 하나를 골라야 했던 페리스의 입장이 되어 이웃하고 있는 집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실 겁니다. 특히 카사 바트요는 밤에 조명이 더해져 낮보다 더 예쁘다니 시간 되시면 밤에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저희는 낮에만...
카사 바트요에서 그라시아 거리를 따라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다 보면 은은한 색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카사 밀라(Casa Milà)가 보입니다.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채석장이라는 의미의 라 페드레라(La Pedrer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사랑한다는 몬세라트 성지에서 영감을 받아 사암으로 마감하고, 얼핏 얽히고설킨 해초처럼 보이는 철재 장식으로 난간을 장식해 숲을 형상화한 게 특히 인상적인 이 곳의 내부는 5년전 글을 참고해 보세요.ㅎ
남편의 죽음으로 큰돈을 번 밀라의 새 남편이 가우디에게 의뢰해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는데 사치스러웠던 밀라와 종교적이고 금욕적인 삶을 살았던 가우디의 마찰로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건물 꼭대기에 마리아상을 올리고 싶었던 가우디와 당시 카톨릭에 대한 나쁜 인식 때문에 마리아상을 올리지 못하게 한 밀라의 충돌로 법정 소송이 벌어진 거죠.
그뿐 아니라 네모반듯한 도심을 계획해 건축하던 바르셀로나의 정책과는 달리 곡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공무원과 소송이 벌어지는 등 또 한 번의 미완 신화가 탄생하고 맙니다. 아직 네 가구가 실제 거주하고 있고 세계인이 찾는 명소지만, 그의 이상은 당시에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던 거죠. 당시엔 신흥 부르주아들이 더 멋지고 비싼 집을 지어 경쟁하기 바빴던 시절이지만, 도시계획에 의해 건물이 세워지던 시절이기도 했다고 하니까요. 여기까지 살펴보고 가우디 최대의 역작이자 아직도 계속 지어지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향했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로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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