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여행] 가우디의 삶의 궤적을 쫓는 가우디 투어... 그가 만들었다는 첫 번째 가로등을 찾아...
[바르셀로나 여행] 스페인에서 열릴 박람회를 위해 가우디가 지은 구엘 궁전... 그가 쌓은 천국과 지옥...
구엘 궁전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가우디와 구엘과의 또 다른 인연의 고리인 구엘 공원(Park Güell). 구엘의 유지를 받은 아들이 공원을 통째로 사서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제안을 물리치고 바르셀로나에 기증한 덕분에 지금은 세계인이 찾는 공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 곳이 공원이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처음 구엘은 가우디와 함께 이 곳을 부유한 이들을 위한 고급 주거단지로 만들려 했다고 하니까요. 높은 언덕에 있다 보니 마차가 올라오기 어렵고 물 공급도 원활하지 않을 거라는 부자들의 걱정 때문에 60여 가구를 위해 조성한 곳에 딱 3채의 집 만이 들어섰다고 하는 비운의 미완 주택단지, 아니 공원인데요. 현재도 남아있는 이 3채의 집은 구엘의 집이었다가 지금은 초등학교가 된 집 한 채, 구엘의 친구였던 변호사에게 강매하듯 넘긴 한 채, 마지막이 가우디의 집이었다니... 당시에는 크게 실패했지만, 지금은 크게 성공한 반전의 매력을 가진 관광지라고 할 수 있죠.
가우디의 건축 철학과 빈틈없는 성격은 이곳에서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는데요. 부자들이 걱정했던 마차를 위해 비탈길을 별도로 설계하고 시장으로 활용하려고 만들었던 광장의 지붕에 모래를 깔고 기둥마다 필터를 만들어 물이 고이지 않고 계속 흘러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적받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천재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는데요.
공사를 하면서 땅속에서 나온 돌을 쌓아 기둥을 만들고 그 위에 화분을 올려 장식하는 건 물론 길 한켠에는 로사리오 묵주를 형상화한 구형 돌을 나란히 배치하는 등 자연을 사랑하고 독실했던 신앙심을 녹여내 색다른 공간을 만들어 냈더군요. 오직 가우디만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을.
또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과자의 집을 쌓았는데 빌라촌의 관리실 같은 용도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기념품점과 가우디 영상관으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그 바로 안쪽에는 구엘 공원의 마스코트로 물을 뿜는 용을 꿈꿨지만, 현실은 물을 질질 흘리는 도마뱀인 배수구가 있는데 이런 급수 시스템에서 언덕 위의 주거단지를 꿈꿨던 가우디의 치밀한 계획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우디의 천재성은 세계에서 가장 긴 벤치로 기록된 아고라 위의 벤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우디 하면 떠오르는 모자이크 타일 기법인 트렌카디스(Trencadis)로 아름다움까지 품은 이 벤치는 사람이 앉았을 때 가장 편하다는 각도는 물론 척추의 위치를 잡아주는 돌기와 비가 오면 타일을 타고 배수구로 흐르며 스스로 깨끗해지는 청소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더라고요.
요모조모 볼 곳이 많은 곳이니 시간에 쫓기지 않는 자유 여행이라면 구석구석 다 돌아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제가 그렇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거든요. 가우디가 자연과 만났을 대 어떻게 재해석하는지를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명소이니 모쪼록 잘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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