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의 신부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1961년 그가 한라산 중산간의 황무지를 목초지로 개간해 만든 게 지금의 성 이시돌 목장이라고 하는데요. 패트릭 신부님의 한국 이름이 이시돌인가 했더니 한국 이름은 임피제를 사용하시고, 성 이시돌 목장의 이시돌(Isidore)는 세비야의 대주교였던 이시도르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6.25 전쟁과 4.3 사건으로 신음하고 피폐했던 제주에서 가난을 조금이라도 몰아내기 위해 신용협동조합도 만들고 목장과 사료 공장 등을 지었고, 현재 이곳에는 면양과 돼지에서 소와 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축을 기르고 거기에서 얻는 부산물을 이용해 유기농 우유와 치즈 등을 만들고 있는데요.
지금은 너른 목장의 랜드마크인 테쉬폰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지만, 파헤칠수록 의미 있는 곳이더라고요. ...물론 저희 일행은 관광에 포인트를 찍고 그곳에 다녀왔지만요. 예전에 직원들의 숙소로 사용됐던 건축물인 테쉬폰(Cteshphon)은 바그다그 근처 테쉬폰 지방의 건축물에 기원을 두고 있어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특별한 내부 구조 덕분에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재해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맞은 덕분에 지금은 누가 살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꽤 많은 분들이 렌터카에 몸을 싣고 와서 사진을 찍고 가시더라고요.
그 바로 옆에 있는 우우부단에서 우유를 베이스로 한 음료와 아이스크림부터 커피까지 홀짝이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테쉬폰과 그 테쉬폰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색 & 수다 모드에 빠져들기도 하고요. 목장을 움직이는 이들에겐 분주하기만 할 시간을 여유 있게 조망하는 관광객 모드. 짐짓 여유를 부려보는 제 시간도 일상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지만, 이렇게라도 숨을 돌려야 또 제 목장을 돌릴 힘이 생기는 거겠죠~^^
[관련 링크: isid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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