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이곳의 음식은 비싼 반면 대체로 만족도는 낮은 편인데요.(-_- 늘 먹게 되는 거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왕이면 안 가본 곳을 찾아가려고 애쓰는 편이죠.
커먼키친(Common Kitchen)은 제가 근무하는 건물 지하 1층에 있으면서도 제가 안 가본 곳이었기에 안 가본 곳이라는 조건에 맞는 곳이었는데요. 퓨전 메뉴를 바탕으로 한 이국적인 느낌의 식당이더군요. 아니 엄밀히는 점심은 사이드고 저녁에 음악이 함께하는 주점을 메인으로 하는 것 같지만, 점심도 꽤 괜찮았습니다.
매주 금요일 라이브 공연까지 하는 곳이라서인지 내부 인테리어도 살짝 평범한 식당 같지 않았는데요. 지하 매장이고 조명까지 은은하니 점심인지 저녁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분위기를 24시간 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보통은 그런 묘한 이질적인 느낌이 음식에 대한 기대감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편이라서 살짝 걱정을 갖고 주문을 하긴 했지만, 애초에 제가 고른 게 아니라 이곳을 알고 있던 지인들이 선정한 곳이니 뭐 맛이야~~하고 눈만 깜빡이고 있었죠.
그렇게 그녀들(?)에게 간택된 메뉴는 시래기 된장 파스타(12,000원)과 나베 함박 정식(13,000원). 뭔가 오묘하지 않으세요? 시래기 된장에 파스타라니. 함박을 나베 요리에 넣어서 먹는 것도 제겐 이채로웠고요. 뭔가 기대감이 잔뜩 찾아드는 조합들. 그건 그렇고 메뉴판을 보니 이 곳은 함박이 메인인 것 같던데 다음번엔 함박을 공략해 봐야겠어요.
잠시 후 보글보글 흰 김을 뿜어내는 나베 함박이 하얀 공깃밥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함박을 덮고 있는 신선한 숙주와 쑥갓 그리고 요즘 보기 힘들어진 달걀까지 달달함이 살살 도는 일본 요리 특유의 맛이 전해왔는데요. 이 집 함박은 살짝 퍽퍽하다던데 요건 국물 요리 안에 담겨 있어서 부드럽더라고요.^^
시래기 된장 파스타도 독특했는데요. 종종 길쭉하게 보이는 시래기와 진한 된장 국물, 잘 익은 스파게티면이라는 낯선 조합이 만드는 친숙한 맛은 흥미롭고 제 입에도 잘 맞았습니다. 느끼한 파스타도 잘 소화화는 편이라서 단순히 한국적인 맛이어서 좋았다기보다는 이채로울 것 같은 조합이 내는 친숙함이 제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왠지 이 근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면 저보다는 훨씬 먼저 이 곳을 개척하셨을 것 같지만, 저만큼이나 이곳이 낯설다면 묵직한 쇠문을 밀고 한 번 들어가 보세요. 생각보다 이채롭고 그러면서도 친숙한 맛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