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밤이 내려 앉은 고즈넉한 가을 밤의 경복궁.
매년 이 즈음 폭발적인 예매 경쟁을 불러 일으키는 '경복궁 야간 개장'을 올해 처음 경험해봤는데요.
엄청난 예매 경쟁이 말해주듯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시민들을 찾아가는 매력적인 시간이더군요. 제가 이곳을 찾은 건 올해 경복궁 야간 개장과 함께 방문객을 맞은 의미있는 행사 때문이었는데요.^^
유난히 외세의 침략이 많았던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 못잖게 우리의 문화 유산인 문화재들을 해외에 침탈 당했습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일부 문화재는 우리 나라로 돌아왔지만, 아직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한 유물만 16만 점을 넘는 상황. 하지만 이런 문화 유산의 국내 환수는 요원하기만 한데요.
문화재청과 LG전자, KBS가 그렇게 바꾸기 힘든 현실이란 기반 위에서 대안을 하나 제시했더군요.
당장 돌려받기 어렵다면 좀 더 가까이에서 좀 더 실감나게 이런 문화재들을 만날 수 있도록 '다시 만난 우리 문화유산전'을 개최한 건데요. 그 안에는 최첨단 기술력이 녹아있더군요. 일단 KBS가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각 대륙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유산들을 촬영해 오고 이렇게 촬영한 문화재를 자연색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LG 올레드 TV를 이용해 경복궁을 찾은 시민들에게 공개한 건데요.
현장을 찾아보니 LG 올레드 TV가 여러 대 놓여있고, 그냥 눈으로 볼 수 있는 2D 버전과 좀 더 입체적으로 준비된 3D 안경을 써야 진가를 발휘하는 3D 버전으로 나눠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 중이더군요. 어두운 밤에 진행되는 행사고 야외 행사장은 조명이 약한 편이었음에도 입체감이 살아있던 3D 버전과 고화질의 올레드 TV여서인지 제법 입체감을 보여준 2D 버전까지 매력적인 시각 경험을 제공했죠.
백자부터 반가사유상까지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면 좋았을 것들이 전세계 각지에 흩어져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요량으로 기획된 행사였지만, 아무리 고화질의 올레드 TV로 직접 눈앞에서 문화재를 바라보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전한다고 해도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가족, 연인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분들도 결국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돌아가겠죠.ㅠ_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화재 반환이라지만,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갖고 어둠이 내린 경복궁을 좀 더 거닐다 돌아왔는데요.
11월까지 계속될 경복궁 야간개장을 찾으실 기회가 있다면 경복궁 근정전 왼편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관람해 보세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뭔가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경험을 하시게 될겁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