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영문 메일이 하나 제게 날아들었습니다. 영문 메일은 10중 10은 스팸이라서 스팸처리할까보다 했더니 번역기로 돌린 한글과 함께 제품 리뷰를 부탁한다는 내용이 써있더군요. 오~ 이젠 외국에서도 제안이 들어오는 건가 했는데 보통이라면 제 블로그를 보고 리뷰를 제안했을 텐데 이 건은 이제 막 1,100명 정도되는 구독자가 생긴 제 유튜브 채널을 보고 제안을 넣은 거더라고요.
뭔가 흥미로워서 덥썩 물었습니다. 사실 제품 자체가 꽤 흥미로워서 말이죠.^^ 그 동안 여러 가지 이어폰을 써봤지만, 이런 이어폰(아니 헤드셋)은 처음이었는데요. 얼핏 디자인이 기존의 이어폰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이 녀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던 이어폰이나 헤드셋에 대한 개념을 통채로 흔드는 독특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요. 그 주인공은 스마트앤세이프(Smart & Safe)가 만든 에코 튜브Z(Echo TubeZ).
이 제품의 중심에는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는 에어 튜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이어폰이라면 디바이스와 3.5mm 이어폰잭으로 연결된 후 전선이 귀에 닿는 드라이버 유닛까지 길게 이어져 그곳에서 울림판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덕분에 귀에 무언가 소리가 전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녀석은 기다란 에어 튜브, 즉 공기관이 귀와 닿도록 되어 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으시면 이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듯 한데요.
속이 텅빈 기다란 관이 소리를 전해주다니~~ 어딘지 신기방기해 보이지만, 사실 기본적으로 소리가 우리에게 전해지는 방식을 이해하신다면 그리 신기한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진공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사실 우리가 소리를 듣는 건 소리를 내는 물체와 우리 귀 사이의 공기가 진동하면서 그 울림이 소리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거잖아요. 초등학교 때 배웠음직한 이런 간단한 과학 상식이 이 에어 튜브 안에 녹아있는 건데요. 에코 튜브Z에서 실제로 소리를 내는 부분은 흡사 하트처럼 생긴 이 가운데 부분이고 튜브는 거기서 부터 귀까지 공기의 움직임을 전할 뿐입니다.
이런 이상한(?) 구조에서 소리가 잘 들리냐고요? 물론 아주 잘 들립니다.^^ 심지어 이렇게 에어 튜브 안의 공기로 소리가 전달되는 특징을 이용해 튜브를 꼭 쥐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핀치투뮤트(Pinch2Mute)라는 기능(?)으로 승화시켰더군요. 그 뿐아니라 전자파에서도 안전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기존 제품 대비 전자파를 98%나 줄였다는 비결도 이 에어 튜브 자체에 있는데요. 전자파는 거리의 비례해서 급격히 약해지는 특징이 있는지라 전자파를 뿜어낼 수 있는 드라이버 유닛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제품 구조상 전자파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거죠.
그 외의 전반적인 구성은 일반적인 이어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본 이어버드 외에도 대중소로 크기를 달리하는 실리콘 이어버드와 함께 곡 넘김, 핸즈프리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리모콘과 옷이나 가방 등에 살짝 고정할 수 있는 클립 등 편의성을 살리고 있다거나 이어헤드 양쪽에 자석을 달아 딱하고 붙여 놓으면 여기저기 헤드가 쏠려다니는 것도 막아주고 아무튼 여기저기 디테일한 고심의 흔적들이 보이더군요.
리모콘 버튼 등이 다소 딱딱한 느낌이지만, 소소한 곳에서 편의성을 고려했다는 건 분명 이 녀석의 장점이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신기한 디자인과 독특함 속에서도 헤드셋이 지향해야 하는 건 얼마나 좋은 소리를 들려 주느냐겠죠. 과연 이 공기관은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기대하면서 귀에 에코 튜브Z를 가져다 댔습니다. 스마트폰에 담긴 음원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음악이 들려오더군요. 소리 자체는 기대 이상으로 잘 들립니다.(=_=;; 너무 당연한 건가요;;)
헌데 제가 좋아하는 소리가 아니군요. 심하게 강조된 듯한 저음이 어딘지 왜곡된 사운드 같습니다. 이퀄라이저에서 고음을 강조하니 조금 편안해 지긴했지만, 이렇게 저음이 강해서는 두루두루 다양한 음악을 밸런스 있게 듣기를 좋아하는 저와는 그다지 맞는 녀석은 아닌 듯 합니다.ㅠ_ㅠ 음악을 전해주는 기기이다보니 이어폰이 들려주는 사운드에 대한 만족도나 호감도는 사용자별로 크게 나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어딘지 살짝 문제가 있는 사운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 원래 이 녀석은 강한 저음을 바탕으로 힙합 등의 특정 장르에 최적화된 걸까요? 일단 제품 설명 등에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기대했던 사운드와는 조금 다르네요.
이쯤 되니 이 제품에 대한 평가가 다소 애매해집니다. 에어 튜브라는 아이디어를 제품에 접목해 익숙한 이어폰들과는 차별화된 특징, 예컨대 전자파를 때려잡거나 색다른 음소거 방식(?)을 제안하는 등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제품인 건 분명한데 결정적으로 제게 있어서 만큼은 끌리는 사운드를 들려주는데는 실패한 절반의 성공 같은 느낌의 제품이랄까요? 아마 저음이 강조된 사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잘 맞을 수도 있지만 일단 저는 조금 아쉬운 평가를 내리려고 하는데요. 소리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어땠을까 싶은 녀석이네요.^^ 참고로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유통되는 제품은 아닌 것 같지만, 이 색다른 개념의 헤드셋을 접해보고 싶으시다면 도전해 보세요~
[관련링크 : Smart-sa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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