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물론 개발자 중심이지만;;) 궁금증을 가졌을 법한 애플의 개발자 컨퍼런스 WWDC 15가 우리 시간으로 6월 9일 새벽에 진행됐죠. 다소 폐쇄된 생태계지만 규모의 경제와 강렬한 팬심 위에 뿌리를 둔 애플의 힘은 이번 행사에서도 유감없이 선보인 것 같은데요.
맥 OS X의 새 버전인 OS X 엘 캐피탄(El Capitan)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 iOS9, 워치OS(watchOS) 2가 메인석을 차지했죠. 새 OS X의 이름인 엘 캐피탄은 전작 요세미티의 무대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의 수직 암벽에서 따왔다는데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개선을 통한 사용 편의성 향상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OS X의 검색 기능인 스포트라이트는 키워드 뿐 아니라 자연어 검색이 가능하고 창 관리 기능도 강화되어 화면을 분할해서 작업 효율을 높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또 오픈 GL 대신 iOS8에서 먼저 선보인 메탈 3D 엔진을 적용해 요세미티보다 더 빠른 퍼포먼스를 자랑한다니 할 게임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게임을 즐기는 맥 유저들의 만족감이 높아질 것 같네요. 게임 뿐 아니라 전반적인 퍼포먼스의 개선도 약속하고 있으니까요.
iOS9 역시 적잖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음성 비서인 시리(Siri)는 구글 나우와 유사한 프로액티브(Proactive) 기능을 더해 이젠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사용 패턴을 읽어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는 식으로 개선됐습니다. 구글 나우가 그렇듯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사용자의 행동을 고려해 피드백을 준다는 것 만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네요.
또 화면을 7:3 혹은 5:5로 분할해 각각의 앱을 멀티태스킹 방식도 지원을 시작했는데 램 이슈인지 아이패드 에어 2 이상에서만 모든 스펙을 지원한다는 게 아쉽지만 애플이 보여준 본질적인 멀티태스킹 방식의 큰 변화인 만큼 완성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꽤 흥미로운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아이패드보다는 아이폰에서 이 기능이 돌아가야 더 많은 피드백이 있을 듯 하지만, 화면이 작으니 분할은 무의미하다고 애플이 판단했다면 폰에선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초기엔 아이패드만 지원하니까요.
가장 막내지만 팬심을 먹고 자라는 중인 애플워치를 위한 운영체제, 워치OS 2도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아이폰과 연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애플 워치 안에서 작동하는 네이티브앱의 지원을 가장 큰 변화의 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요. 앨범 속 원하는 사진으로 시계 바탕화면을 꾸미는 것부터 페이스타임으로 음성 통화를 하거나 애플 페이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애플워치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특징을 고려해 집안을 컨트롤할 수 있는 홈킷과의 연동도 강화했고 시리를 통해 운동의 시작과 끝을 알리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메달을 받는 등 크고 작은 개선 포인트를 더해 좀 더 쓸모있는 디바이스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이지만요.
이 외에도 글로벌 핀테크 경쟁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 페이(Apple Pay)의 개선과 iOS와 OS X용 개발 언어인 스위프트(Swift)를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고 발표하면서 환호를 끌어냈다고 하는데요. 아직 방대한 애플 스토어 안에 스위프트로 개발한 앱의 갯수는 15,000여 개로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추후 스위프트 2로까지 계속 진화시킬 예정이라니 국내에서도 스위프트를 쓰시는 분들이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네요.
또 최근 콘텐츠 업계의 트렌드인 큐레이션에도 적극 대응해서 뉴스(News)앱과 뮤직 서비스를 개편했는데요.
좀 더 시원스럽게 모바일핏해진 구성의 뉴스앱은 플리보드마냥 깔끔하게 주요 뉴스를 사용자에게 실어 나를테고, 월 9.99달러로 이용할 수 있는 스트리밍 뮤직 서비스인 애플 뮤직(Apple Music)도 큐레이션에 기반해 사용자의 음악 이용 패턴을 고려해 새로운 음악을 추천해주는 식으로 콘텐츠 소비를 돕는다고 합니다. 둘다 애플 생태계가 뿌리 내리지 못한 우리나라에선 효용이 낮겠지만, 그 반대로 애플 생태계 안에서 애플이 전하는 콘텐츠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지점에서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에서도 애플의 아이폰이 들어오고 맥북의 사용자가 꾸준히 늘었지만, 애플 생태계를 제대로 이용할 길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건데요. 우리나라 환경이 척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이 워낙 적극적이지 않다보니 애플 팬보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들의 하드웨어를 새로 구입해 컬렉션을 넓혀가는 것 말고는 많지 않다는 건 역시 씁쓸하네요. WWDC 얘기로 시작해서 요상한 마무리이긴 하지만, 아마 애플 제품을 쓰신다면 많이들 공감하실 아쉬움이 아닐까 싶어 요렇게 마무리 지어봅니다.
[관련링크 : ap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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