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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과 맞섰던 그의 이야기여서... 미안함에 눈물짓게 되는 영화, 변호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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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과 맞섰던 그의 이야기여서... 미안함에 눈물짓게 되는 영화, 변호인...

라디오키즈 2013. 12. 23. 07:00

"그는 속물 변호사다.
상고 출신이 법조인으로 거듭나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서도 그는 묵묵히 돈을 버는 재미로 판사를 때려 치고 맞는 변호사 생활을 즐긴다. 등기 업무나 세무 전문으로 돈만 밝히는 모습에 고향에서조차 차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어쨌든 그는 성공한 변호사로 윤택한 삶을 이어간다. 그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 전까지..."


그의 이야기라고 해서 더 끌렸습니다...



개봉 3일만에 100만을 돌파하며 쾌속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변호인을 보고 왔습니다.
허구라고는 하나 지난 2009년 세상을 등진 노무현 전대통령을 모티브로 했다는 게 알려졌던 만큼 기대를 가득 품고 영화관을 찾았죠. 예상대로 큼직한 CGV 상암 1관이 사람들로 가득 찼더군요. 저도 자리를 잡고 앉아 영화가 이어지는 2시간여 숨죽이고 지켜봤는데요.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스포일러가 될 부분이 포함됐을 수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감상 후에 읽어주세요.



고백하자면 전 그분의 과거에 대해서 아는 게 사실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고졸 인권변호사 출신에 청문회 스타로, 올곧은 정치인으로 활약하다 상식이 통했던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 지었다 정도 밖에 없거든요. 그나마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일거수일투족이 전국민의 관심 대상이었으니 어느 정도 알지만 과거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몰랐었는데 영화가 보여주는 그의 과거는 예상과는 제법 다르더군요.



좋게 보면 생활력 강하고 나쁘게 보면 속물로도 보일 수 있는 그의 과거.
영화의 초반은 기세 좋게 흘러갑니다. 고졸 변호사가 고향 부산에서 펼치는 고군분투는 틈새를 공략한 전략의 승리를 통해 승승장구하며 세상과 타협해가는 변호사의 삶을 유쾌하면서도 아련하게 그려가니까요. 이런 구성은 후반부 송변호사의 달라진 모습과 극명히 대비되는 이야기로 극적인 재미를 높이는데요. 그가 돈에 물들어 어지러운 시국에 눈감고 살던 시절의 모습과 억울한 청년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문을 당하고 없는 죄를 뒤집어 쓴걸 알게되면서 각성해 상식과 원칙으로 세상과 맞서는 모습으로 드라마틱하게 이어지는 식이죠.



영화는 그 사이에 다양한 에피소드와 친절한 설명을 더해 한 변호사와 그를 둘러싸고 있던 시대의 아픔을 때론 추억 어리게 때론 진중하게 때론 아프게 그리는데요. 시대의 아픔과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에 힘을 불어 넣어줍니다.


배우들의 호연엔 박수, 하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어수룩한 듯 느물느물했던 초반과 달리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 송변호사 역의 송강호가 보여준 변화무쌍한 연기가 단연 돋보였지만 하루 아침에 빨갱이로 몰린 아들의 억울함을 밝히려 애쓰는 강인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 김영애도 연기돌이라는 어딘가 가벼운 칭호 대신 진정한 연기자의 스펙트럼을 눈빛 하나 고문당하는 무력한 육신의 디테일까지 잘 표현한 임시완.




공안 경찰로 끔찍한 고문을 자행하면서도 본인은 애국자라 주장하는 삐뚤어진 가해자 차경감을 연기한 곽도원과 악랄할 정도로 애꿎은 부산 청년들을 빨갱이라 옥죄어 단죄하려 든 공안 검사 역의 조민기까지 질릴 정도로 밉다가도 그들 역시 시대의 부조리한 시스템 안에서 뒤틀려버린 사람들, 하지만 지금에 와서도 용서하기 어려운 이들을 절절하게 표현한 모습에서 주조연할 것 없이 안정적으로 영화를 이끈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때론 웃으며 때론 눈물 지으며 지켜본 영화는 역시 단순히 매력적인 법정 드라마 정도로 끝나지 않더군요.

특히 엔딩 장면에 이르러 마음 속의 흔들림은 장난이 아니었는데요. 영화는 영화일뿐일텐데도 그가 법조인을 넘어 왜 정치에 투신했을지 짐작하게 했고 저렇게 상식과 원칙으로 부조리한 세상과 맞서온 사람을 외롭게 사지로 몰아넣은 무지한 국민의 한 사람이었다는 자괴감이 제 마음을 죄어 오더라고요. 그래서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틱한 장면에서 종종 흘리는 감정 이입에 의한 눈물이 아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울컥 눈물을 떨군 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전 노무현이란 인물에 대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가 허구인지 알지는 못하는데요. 설령 모두 드라마를 위한 영화를 위한 허구였더라도 그에 대한 미안함의 마음과 슬픔이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걸 새삼 느낀 저녁이었네요. 휴~~ 그를 추억하던 그렇지 않던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신다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 드리는 영화입니다. 변호인.ㅠ_ㅠ


그건 그렇고 주옥같은 대사가 많은 작품이지만 새삼 크게 다가오는 문장.

1980년대에서 30년이나 지났는데도 왜 이리 새삼스러울까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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