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넘어 종종 막귀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무난한(?) 청력의 귀를 가지고 있다보니 종종하게 되는 이어폰이나 헤드폰 리뷰에서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심을 품곤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내 쓱쓱 리뷰글을 작성하곤 하죠.
리뷰라는 것이 결국 단순히 스펙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바라보는 리뷰어의 시각, 그 주관적인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고 공감을 끌어내거나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서론이 길었는데요.^^;;
위드블로그를 통해 오랜만에 이어폰 리뷰를 진행하게 됐다는 얘기를 돌아돌아 썼네요. 리뷰의 주인공은 일본의 JVC가 지난해 선보인 커널형 이어폰 HA-FXT90인데요. 이 녀석 비주얼부터가 범상치가 않았습니다.
듀얼 다이나믹 드라이버라고 해서 카본 소재의 우퍼와 카본 나노튜브 소재의 트위터를 배치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평범한 스피커 마냥 나란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특이점은 외형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데요. 살짝 내부가 비치도록 반투명 소재로 디자인했기 때문에 더 두드러지죠.
디자인이 독특하다보니 처음엔 살짝 의아한 느낌도 있었고 이렇게 소리를 내면 서로 충돌해서 어색하게 들리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막상 들어본 소리는 기대와는 달리 제법 만족스러웠습니다. 구조가 독특하다 뿐이지 사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잘 빠진 느낌이고 범상찮은 디자인 역시 이런 형태를 채택한 이유가 따로 있을거란 얘기죠.^^
디자인을 살펴봤으니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어볼까요.
음악 재생에는 갤럭시 S3가 수고해줬고 내장 되어 있는 기본 플레이어를 이용했습니다. 뭔가 대단한 레퍼런스 장비가 아니라서 죄송하지만 잘 아시는 것처럼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디지털 디바이스를 흡수하면서 아마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갤럭시 S3 같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거라는 걸 감안하면 사실 그리 문제될 게 없는 테스트죠.
남성 4인조 스윗소로우의 노래를 들어봤습니다.
이 친구들은 서로의 화음을 강조하는 곡을 주로 선보이는 만큼 보컬 표현에 집중해 들었는데요. '나랑 같이 해줄래' 같은 미디엄템포부터 조금 더 경쾌한 'You(대단한 우연)' 같은 곡 모두 깔끔한 보컬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4명의 목소리가 겹치거나 뭉게지는 경우 없이 깔끔하게 들려온다는 얘긴데요.
보컬 표현 뿐 아니라 종종 지나치게 강조되서 불편함을 주던 베이스도 선을 넘지 않는 정도의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윤하의 'Run'을 표현할때는 살짝 배경 음악과 윤하의 보컬이 흐릿해지는 느낌도 있었지만 가슴을 두드리는 베이스는 맘에 들었거든요. 과하지 않아서...^^
피아노 연주곡에서 전해지는 감성도 제겐 만족스러웠는데요.
에코브릿지의 'Urban Forest' 같은 곡을 타고 흐르는 피아노의 따뜻함이 제게 잘 전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기본적인 외부 잡음 차폐도 뛰어났는데요.
딱히 노이즈 캔슬링 같은 기능이 제공되는게 아님에도 제 귀에 잘 밀착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잡음을 잘 잡아주더군요. 커널형이라고 해도 바람이 새는 허접한 녀석들이 많은 걸 생각하면 역시 기본기가 탄탄하단 얘기겠죠. 다만 외부에서 들으실때는 볼륨을 너무 높이지 마시고 주의 상황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셔야 겠죠.^^;;
찾아보니 HA-FXT90는 대략 13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던데요.
그 정도 가격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밸런스를 베이스가 아슬아슬하게 흔들고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가격대비 만족도는 나쁘지 않은 제품인 듯 합니다. 흠 없는 제품도 없지만 아무리 흠이 없다고 해도 내 귀에 맞지 않으면 또 무용지물인게 이어폰이니 판단은 다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이렇게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평가한 HA-FXT90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는데요.
소리 그 자체가 아니라 부수적인 부분이 걸리더군요. 예컨대 스마트폰 같은 디바이스와 쓰기엔 편의성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선 자주 고장이 난다는 이유로 케이블 중간에 리모콘을 배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편리하게 본체를 제어하고 마이크까지 탑재되어 있다면 통화도 할 수 있어서 요즘엔 자연스레 이어셋들을 찾곤 하는데 이 녀석은 그저 음악 감상에만 포커스를 맞춘 이어폰이었다는 거죠. 이어셋 형태였다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은 그렇게 찾아왔고요.
그렇게 보면 HA-FXT90을 정리하면 이렇게 떨어지는군요.
1. 어디 내놔도 눈에 띄는 조금 특별한 디자인
2. 밸런스 있게 들려오는 풍성한 사운드
3. 리모콘 부재 등 조금은 아쉬운 편의성
여러분의 귀에서 HA-FXT90은 또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제 귀에선 그랬다는거죠.^^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