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로 점멸을 반복하는 빨간 헤드램프.
경쾌한 오프닝과 함께 전국의 소년들을 TV 앞으로 모여들게 만든 자동차
키트(Kitt)를 기억하시나요?
미드보단 외화라는 구수한 이름으로 친숙했던 전격 Z 작전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던 키트는 데이빗 핫셀호프라는 걸출한 주연이 따로 있었던 작품 속에서 말만 하면 달려오던 인공지능 자동차라는 멋진 모습으로 소년들의 로망이 되었습니다.
제법 맵시까지 나던 그차가 GM의 머슬카 폰티악이라는 건 한참이 지난 뒤에 알았지만 어린시절 말을 하는 차가 미국의 박물관에 있다 없다라는 주제로 친구들과 논쟁을 벌였던게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는데요.
전편만 못한 속편의 공식을 따르다...
얼마전 그런 전격 Z 작전의 리메이크판을 뒤늦게 마주하면서 적잖은 실망을 했다는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시대는 바뀌고 바뀌어 외화보다 미드라는 단어에 익숙해진 즈음.
전격 Z 작전이 미드로 부활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2008년 공개된 작품을 최근에서야 봤네요.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기는 커녕 시즌1로 시리즈가 종료되는 비운을 맞았는데요.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는 왜 망한 걸까요?

나이트 라이더 시즌 1을 모두 챙겨본 입장에서 느끼는 이 시리즈의 패착은 매력없던 키트 자신이 아니었나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1984년의 키트는 시대를 앞서는 오버테크놀로지의 결정판으로 정말 탐이났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했거든요. 물론 리메이크판에서도 키트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긴 했습니다.
운전자와 농을 주고받을 정도로 발전한 인공지능에 방탄은 기본이고 터보 부스터로 날듯 달리는 건 물론이고 쿠페에서 SUV나 트럭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까지 보여주는 등 시대가 흐른 만큼 진화된 모습을 어필했지만 그 정도의 변화로는 과거 만큼의 임팩트가 없더라고요. 그 사이 나노기술과 인공지능 등의 발전을 목도한 탓인지 여전히 비현실적인 기술로 도배된 가상의 머신임에도 왠지 만족스럽지 않았던 키트의 진화.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키트의 디자인 자체도 맘에 들지 않았는데요. 전작과의 차별화를 위해 포드 머스탱으로 갈아탄듯 하지만 폰티악의 매끈함과는 거리가 있는 머스탱의 투박함은 시각적으로도 키트의 스피디함을 깍아내는 느낌이더군요. 맵시나는 외형에 당시로선 획기적인 변신까지 선보였던 키트.
원작에선 새로운 기능이 자꾸 업데이트 되면서 주연 배우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으로 더 없이 매력적이던 녀석이 이번에는 처음부터 거의 완성된 모습으로 진화를 거부한체 그냥 달리기만 하더라고요.-_-

심지어 전반적인 서사도 과거 시리즈와 별반 차별화되지 못했는데요.
이용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인류를 해치는 무기도 인류를 돕는 도구도 될수 있는 양날의 검, 키트를 타고 다니며 악당과 싸운다는 얼개는 너무 뻔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여타 미드의 매력과는 거리가 있던 진부할 정도로 솔직했기에 세련미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던거죠.
그러니 원작의 골수팬이었다면 어쩌면 무난했을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팬을 끌기에는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냈는데요.
덕분에 20년이 넘는 긴 시간을 돌고돌아 화려한 부활을 노렸던 시리즈는 조용히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환상적인 자동차도 화려한 액션도 치밀한 반전도 없었던 그래서 투박했던 원작과 더 닮아있으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에는 뭔가 부족한 모습만 보였던 작품. 대중과의 거리좁히기에 실패한 나이트 라이더. 뭔가 잔뜩 불평만 늘어놨지만 아마도 원작의 팬으로써 신작에 가졌던 기대감이 꺼지면서 찾아든 아쉬움이 아닌가 싶네요.-_-;;
그렇게 아웃 오브 안중이 됐던 미드 나이트 라이더. 혹시 이 작품 보긴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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