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지배적 사업자 SKT의 4G LTE 요금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고물가 상황에서 정부의 요금 인하 압력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같은 민감한 사안들이 걸려있어서 승인이 꽤 늦어졌고 덕분에 LTE폰들은 출시됐지만 개통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이젠 본격 가입이 가능하게 됐죠.
실망 일색, 4G LTE 요금제...
하지만 뚜껑 열린 4G LTE 요금제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은 보이지 않네요.
언론들도 사실상 요금 인상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고 누리꾼의 반응도 비싸진데 비해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 만족스럽지도 않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까지 더해지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긴 매한가지입니다.
십분 양보해서 이제 막 커버리지 확대를 앞두고 있으니 투자 비용 증가분을 새 요금제에 얹어 요금 인상에 이르렀다까지는 일부분 공감하면서도 스마트폰 사용자의 과반이 3G에서 사용했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의 폐지는 생각보다 뼈아픈데요.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3G 무제한 요금제를 쓰면서 4G로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고 그런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SKT도 3G의 무제한 요금제도 재검토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죠. 3G 무제한에 머물겠다면 3G 무제한을 없앨 수 있다는 초강수 압박이랄까요.-_-
뭐 그건 그렇고 어쨌든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가 등장했고 4G LTE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테니 이제 본격적으로 4G로 옮겨가는게 나은지 주판을 튕기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단순히 비싸졌다 싸다를 넘어서 새로운 LTE 요금제는 기존의 3G 요금제보다 망중립성 측면에서 더 후퇴한 게 아닌가 싶어 적잖이 우려가 됩니다.
4G로 번져가는 망중립성 문제...
망중립성이 뭐냐 물으실지 몰라 살짝 설명드리면...
망중립성
(Net Neutrality)이란 말그래도 누구나 동등한 입장에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나 서비스를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네트워크 사업자 즉, 이통사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 임의로 제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이통사가 망을 가지고 사업을 펼친다고 해서 그 망을 통해 창의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업체들의 진입까지 막아버리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서비스만 남긴다면 궁극적으로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주체임에도 사용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게 되니까요.
아직 망중립성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이통사와 서비스 사업자간, 이통사와 소비자간 이해관계 문제로 해법 찾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지켜져야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미국에서도 FCC가
인터넷의 개방성, 투명성, 차단 금지, 불합리한 차별 금지,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 등을 골자로한 망중립성 규정을 최근 발표해서
11월께부터 적용된다고 하던데 우리는 이제 막 걸음을 땐 수준이죠.
이런 망중립성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데이터 요금을 냈고 데이터가 남아도 음성통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이통사가 마이피플 등의 음성통화
(mVoIP) 기능을 막았던게 대표적인 사례죠. 네이버가 프로야구 중계를 3G에서 중단하고 Wi-Fi로만 제공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는 소문이 있고요.-_-
개인적으로는 온라인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처럼 망중립성도 대전제가 되어 인터넷 발전의 근간이 되고 사용자의 선택권을 더 풍부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 이번 LTE 요금제에서도 그 부분을 살펴봤는데요.
여러모로 마음 쓰이는 망중립성...
예상대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더군요.-_-;;
3G에서 4G LTE로 넘어가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몇배나 빨라진다며 홍보에는 열을 올리고 있지만 막상 그런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는 주요 콘텐츠로 기대됐던 고화질 동영상을 이용하기엔 부족하기만한 데이터 용량이 가장 아쉬웠는데요.
SKT 나름대로는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고 음성과 문자 제공량을 줄이거나 LTE의 빠른 속도에 현혹돼 많은 데이터를 써버릴 사용자를 위해 데이터 용량별로 구간을 두고 종량제와 정액제를 병행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지만 결국 빠르면 뭐하나 쓸 수 있는 데이터가 쥐꼬리만한데라는 반발이 나올걸로 보이네요.
사라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보완한다며 발표한 옵션 요금제는 더 걸립니다.
추가로 월 9,000원을 기본으로 제공되는 데이터 외에도 웹서핑 등을 무선 데이터를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녀석은 애초에 LTE의 빠른 속도를 지원하지 않을 뿐더러 웹서핑이나 이메일 확인 등으로 사용처를 규정해버려서 동영상 서비스 등은 자연스레 이용에 제한을 받게 됐습니다. 아니 보도 자료 등에 '제한'된다고 했던데 이 제한이라는게 아예 이용이 안된다는 건지 끊기면서도 볼 수 있는 있다는 건지도 애매하네요.
그뿐 아니라 3G에서 그랬듯 4G에서도 mVoIP 등 자신들의 음성 통화 수익 감소를 야기할지 모를 경쟁 서비스에 대한 차별도 계속됩니다. 원래 자기가 쓸 수 있는 데이터 용량조차 mVoIP라면 다 쓸 수 없게 되는거죠. 결국 돈은 돈대로 내면서도 망중립성 측면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빠지는 겁니다. 당장은 mVoIP지만 앞으로는 또 어떤 서비스가 차단될런지. 쩝~
헤비 유저는 왜 놔둘까...
한편 이런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이통사는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 시절부터 거론된 일부 사용자의 잘못된 이용 습관을 꼬집습니다. 10% 정도 되는 헤비 유저가 전체 트래픽의 90%를 쓰는 불합리한 구조가 네트워크에 과부하를 초래해 통화가 끊기거나 3G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거라며 망부하 화살을 사용자에게 돌리곤 하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미 QoS를 통해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을 파악하고 있고 약관상 규제할 수 있음에도 헤비 유저의 잘못된 사용을 규제하기 보다는 다수의 일반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감수시키고 수익은 수익대로 거둬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현재의 이통사들입니다. 정말 헤비 유저가 문제라면 그들을 적극 규제해 QoS는 보장하면서 다수의 일반 사용자에게 좀 더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나 무제한 요금제 제공 등을 제공하는게 가능할텐데 말이죠.
그렇게 다수의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그런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헤비 유저가 문제라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거나 늘 소극적인 모습으로 대응하고 있어 답답할 정도죠. 심지어 이번엔 아예 무제한 요금제를 빼는 대신 저속으로만 쓸 수 있는 추가 데이터 요금제를 신설하면서 동영상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등 무선 데이터 사용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의 불편을 증가시키려 하고 있는 상황이죠.
다른 이통사도 비슷하려나...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4G LTE 요금제를 최초로 발표한 SKT가 업계 1위이다보니 자연스레 경쟁사인 KT나 LG U+는 그들의 요금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결국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요금제를 줄줄이 들고 나올텐데요.
2G 종료 문제로 4G LTE로 가는데 시간이 걸리는 KT도 그렇지만 당장 4G는 LG U+라며 마케팅전에 매진하고 있는 LG U+도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약간은 나은 수준이겠지만) 들고 나온다면 4G LTE의 빠른 속도를 만끽하며 HD 동영상을 보리라는 기대는 곱게 접어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초고속 다운로드의 매력을 느끼기엔 주머니를 내줄 각오를 해야 할테니까요.
그리고 보면 망중립성 문제는 기본이고 새로운 망으로 옮겨타는 조건으로 발생하는 기회 비용까지 부담스러워 해야하는 수준이 됐죠. 4G LTE 요금제가 발표된 직후 쏟아지는 사용자들의 반응 '느려도 3G 무제한 데이터를 쓰는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안들정도로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이통사들이 그다지 매력적인 카드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작할 초기 4G LTE 전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 시점에서 아직도 안착을 향해 고군분투중인 와이브로가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요?
주파수 경매에 큰 돈을 투자하는 것도 이통사의 성장을 위해 중요하겠지만 모쪼록 진짜 사용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고 가치를 선물할 수 있는게 어떤 건지 이통사들이 조금 더 고민해 줬으면 좋겠네요. 결국 사용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커가는게 기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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