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페이스북에 대한 이야기...
1984년생 마크 주커버그는 최연소 억만장자다.
하지만 최연소 억만장자라는 타이틀보다는 지난 2004년 태어나 전세계에서 5억명이 넘는 사용자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대표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우니나라 인구의 10배나 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초 거대 커뮤니티. 온라인 상에서 지인들과 교류하고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는 익숙한 형태임에도 페이스북은 SNS 열풍과 함께 국내에서도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대중들은 페이스북을 대륙을 뛰어넘고 국경을 무너트리며 사람들을 흡수하는 온라인 왕국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그들이 거둔 성공에만 핀트를 맞춰 경외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직접 페이스북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그들 중 상당수도 단순히 대성공을 거둔 외산 서비스이자 또 하나의 인맥 관리 사이트 정도로만 페이스북을 바라보고 이용하고 있을 뿐이니 대중의 관심은 아직 깊지 않다.
페이스북 이렇게 태어났다...
그렇다보니 페이스북의 이용 겅험이 있다고 해도 페이스북의 출생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게 없다. 그나마 알고 있다는 사람이래도 얼핏 본 기사나 블로그의 글에서처럼 하바드 대학에 다니던 주커버그가 대학 친구들을 대상으로 학교 이메일 @harvard.edu 사용자들간의 커뮤니티를 만든대서 지금의 페이스북이 태어났다 정도만 기억할 뿐이다.
물론 이는 다 맞는 얘기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로도 마크 주커버그는 당시 많이 시도되던 활짝 열린 그래서 누구와도 교류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닌 내가 아는 지인과 또 지인의 지인과 같은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극대화해 삶의 다양한 니즈를 해결하는 온라인 공간으로 페이스북을 만들었고 그 시발점이 된것이 하바드 대학교였다.
이후 미국 각지의 대학으로 세를 넓히고 유럽으로 또 다른 나라들로 사용자가 전파되면서 지금처럼 5억이 넘는 사용자가 사용하는 글로벌 커뮤니티로 변모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페이스북의 성공 신화 못잖게 그 이면에 가린 검은 그림자 같은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페이스북이란 서비스의 것일수도 있고 마크 주커버그 자신의 성장통일 수도 있는 뼈 아픈 과거의 이야기를...
이 뒷부분의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천하의 찌질남, 주커버그...
영화의 오프닝은 제법 인상적이다.
어쩌면 저렇게 찌질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삐뚫어진듯한 인물로 마크 주커버그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ADHD 증후군이라도 앓는 듯 정신없이 자기 주장만 쏟아내는 저 사람이 정말 5억 이나 되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 맞나란 의구심이 자연스레 찾아들 정도였다.
페이스북 관련 서적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따로 챙겨보진 않아 실제 그의 성격이 어떤지는 모른체 그저 가끔 기사 속에서 만나는 사진속 밝은 인상만 기억하던 내게 실제 마크 주커버그의 사진과는 한참이나 다른 침울한 표정의 영화 속 주커버그는 참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Nerd나 Geek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저정도는 아니겠지라며 부정하고 싶을정도였으니...
아무튼 여차 친구에게 차인 이후
(안차이면 이상할 상황) 복수심과 객기를 부려 만든 서비스로 트래픽을 모으는대는 성공하지만 학교에 민폐를 끼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웹서비스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되고 이후 절치부심의 결과물로 더페이스북
(TheFacebook)이란 서비스를 만들게 된 주커버그는 익히 알려진 대로 슬슬 성공 가도를 향해 달려간다.
그림자가 드리워진 페이스북...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들은 페이스북의 성공에 드리운 그림자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페이스북을 키워가는 주커버그를 중심으로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에 엇갈린 인간들의 욕망이 그려지고 공고할 줄 알았던 관계들이 어그러지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늘 '쿨하게~'를 외치지만 딱히 쿨해본적은 없는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계속 새로운 대학교를 개척하며 페이스북은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지만 그럴수록 돈냄새를 맡고 꾀어드는 파리들의 달콤한 꼬득임과 그로인해 흔들리는 우정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영화적인 재미는 그럴수록 더 피어오르지만 말이다.
미국이라 더 익숙한 법정 없는 법정 드라마 형태로 과거를 회상하는 형태로 그려지는 영화는 그런 이야기 구도를 통해 관객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여전히 비밀로 전해져 더 흥미로운 페이스북의 뒷얘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며 집중도를 높인다.
하지만 태어난지 고작 6년 만에 5억 사용자를 확보했고 창립자를 억만장자 반열에 올려둔 서비스의 성공담이라고 하기엔 영화를 보고 나서 뒷맛이 씁쓸한 것이 얼핏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의 성장 영화처럼 보이면서도 주커버그의 시행 착오와 그로 인해 상처받고 상처주는 쿨하지 못한 주변 인물들 간의 관계 때문인 것 같다.
영화는 영화일뿐이겠지...
영화 개봉 당시 마크 주커버그 자신은 영화가 실제와 많이 다르다고 얘기했다지만 글쎄~
이 영화를 본 대중이라면 십중팔구 페이스북을 영화의 이미지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익숙하게 사용해오던 도구라 해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영화가 투사하는 이미지로 뒤덮게 될테니.
나만해도 영화를 보고나서 주커버그에 대실망, 페이스북에도 적잖이 실망감을 가질 정도로 영화와 현실을 칼로 가르듯 명쾌히 구별하기 어려웠다. 나만 유독 그런 인간적인 면에서 실망했을지도 모르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정하다 정도로 자위하기엔 암튼 좀 뒷맛이 쓰다. 그래도 '유일한' 친구였거늘...
하지만 마크 주커버그에 대한 실망과는 별개로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한 영화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한 인물간의 갈등 구도를 진실게임으로 풀어내 관객의 흥미를 높이면서도 속도감 부여에 성공해 지루할 틈없이 엔딩을 맞이하게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감독, 연기, 음악, 배우 모두 만족...
또 트렌트 레즈너와 아티커스 로즈가 만든 OST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영화와 관객과의 거리 좁히기에 발군의 힘을 발휘한다. 영화가 끝나고도 음악이 생각날 정도로...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천하의 찌질남 마크 주커버그역의 제시 아이젠버그를 필두로 주커버그의 절친이었던 왈도 세브린역의 앤드류 가필드, 딱봐도 사기꾼 같았던 숀 파커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까지 걸출한 스타가 없어도 이야기의 힘으로 영화를 잘 끌어간 느낌이었고.
또 한사람이 두명 몫을 해낸 카메론과 타일러 윈클보스역의 아미 해머의 연기도 좋았는데... 지인의 지인은 둘 중 형이 더 잘생겼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고 한다.-_-;;
뭐 정리하자면 영화는 재미도 있고 전반적으로 맘에 들었지만 그 안에서 담겨 있는 페이스북의 성공에 가려진 이면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짙은 그림자로 느껴졌다.
쿨한 서비스를 언제나 외치고 끌어가려고 노력했지만 본인은 절대 쿨할 수 없었던 젊은 갑부, 5억이라는 친구를 온라인에서 엮어낸 장본인이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친구와 법정에 섰고 여전히 애정을 품고 있는 과거의 여자 친구를 맴돌던 어딘가 불편하고 안쓰러워 보였던 주커버그.
부디 영화는 영화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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