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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월드에서 찾은 전통과 가족의 따스함... 썸머워즈(Summer Wars)

N* Culture/Movie

by 라디오키즈 radiokidz@daum.net 2010. 10.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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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호소다 마모루.
그가 지난 2009년에 선보인 또 하나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바로 썸머워즈(Summer Wars)다.
 

썸머워즈는 그 이름처럼 어느 여름 일어난 작지만 커다란 전쟁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전쟁이라고 해서 총칼이 오고가지는 않는다. 대신 가상의 세계 오즈(OZ)를 배경으로 사이버 전쟁이 화끈하게 펼쳐지는데 이 작품에서 정말 눈에 띄는 건 총칼 대신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이버 전쟁이 아니라 인간사를 바라보는 감성이었던 것 같다.


줄거리는...



휴대전화, 컴퓨터, 게임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으로 접속할 수 있는 가상 공간 OZ.
누구나 자신만의 아바타로 쇼핑이나 공공 서비스 등 현실에서의 서비스를 온라인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모하던 선배 나츠키의 요청으로 그녀의 고향길의 동반자가 된 겐지. 수학을 특히 잘하는 주인공은 그렇게 90세로 대가족을 이끌어가는 나츠키의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왁자지껄한 대가족 안에 조금씩 동화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날 한통의 문자가 날아오고 수학문제라고 생각한 겐지는 밤새 이 문제를 풀어 답장을 보낸다. 헌데 그 문자로 OZ 세계에 거대한 위험이 찾아오고 현실에서도 커다란 사고가 터지기 시작한다.


미래 아니 현재를 그리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가상 공간 오즈(OZ)다.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또 다른 발전상으로 보이는 오즈는 현재의 웹서핑 정도를 넘어서 개인사나 업무 등 사적, 공적인 영역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과 작업이 가능한 가상의 공간으로 PC나 휴대전화, 게임기 등으로 접속된다.


이런 설정은 휴대전화의 힘이 다른 어느나라보다 강력한 일본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현재의 컴퓨팅 환경이 PC에서 모바일 등 멀티 디바이스로 확대대고 있는 걸 감안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공간에서는 전세계의 수십억이나 되는 사용자가 나라와 언어의 벽을 넘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하나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자체에서는 비주얼하게 가상 세계를 다루면서 오즈를 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냈지만 사실 현재의 인터넷에서도 오즈가 제공한다는 다양한 서비스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또 우리는 그들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니 근미래처럼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사실 현재의 우리네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얘기인데 그렇지만 워낙 환상적으로 가상 세계를 그리다보니 빨리 저런 세상이 왔음 좋겠다는 생각이 스칠 정도였다.^^;;


대가족, 그 자체의 이야기...


앞서 살펴본 오즈가 가상의 배경이라면 현실적인 썸머워즈의 배경은 일본, 또 요즘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대가족이란 설정을 가져온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잘 날 없다고 사고만 치는 친척부터 사회 각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친척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가 모여있는 것.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아웅다웅하는 인물과 끊임없는 사건까지 버라이어티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같은 동양권이라서인지 집안 어른의 생일잔치에 앞서 모인 가족들, 또 갑자기 이곳에 초대된 주인공은 낯설어하면서도 이내 가족들과 가까워지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웃고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추석 같은 명절이면 고향으로 달려가는 우리와 닮아있다는 얘기. 그렇기에 이런 대가족이 인류 앞에 놓인 엄청난 사건을 함께 풀어간다는 설정이 어색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대가족이 함께 전쟁을 벌인다라는 부분을 빼고서도 대가족 그 자체의 푸근함이라는 정서가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게 좋았다. 이제는 명절때나 가끔 만나는 대가족이지만 왠지 함께라면 더 쉽게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과거에 대한 동경, 그 따뜻한 위안을 주는 설정이 썸머워즈의 근간을 이룬다는게 묘한 여운을 남긴다.

마치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가 그렇게 대가족이라는 설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갔던 것과 같은 느낌. 그런 패턴도 어느새 계속 반복되어 식상해졌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만나는 건 또 다른 새로움이었던 것 같다.^^


오랜동안 지켜온 것들의 가치...


이렇게 작품 전반에는 미래적인 설정에서 일어나는 하이테크 범죄(?)가 그려지지만 그에 대응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미래적인 전투라기 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회귀에 가깝다.

물론 가상 세계의 적과 대결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녀석들은 양념에 불과하다. 대신 과거 일족이 수많은 적군과 맞서 싸우던 전투 방식을 재현한 전술을 펼쳐 가상 세계의 전장을 재구성하거나 기술보다는 주먹, 혹은 화투 놀이와 같은 전통적인 대결 방식을 펼치는 식으로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가상 세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전문가들이 나서서 서버를 점검하고 바이러스를 잡고 하는 식으로 대응하는게 훨씬 자연스럽지만 그런 일반적인 대응 대신 투박하고 옛스럽지만 대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살짝 이야기를 비틀어둔 것. 하지만 이런 설정이 억지스럽다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계, 인연의 고리와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접근한 것이 작품을 더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만들어줬다.

현대적인 아니 미래적인 설정이 깔려있는 작품이지만 역시 오래전부터 우리가 지켜오던 삶의 방식이 진짜 우리가 지켜가야할 가치라는 걸 다시 이야기하고 있는게 아니었을지. 호소다 마모루는 이번에도 판타지를 엮어 구성한 세계 안에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잘 풀어낸 느낌이다. 그래서 더 후속작이 기대되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판타지 안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따뜻한 정서를 계속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그 따스한 감성을...

썸머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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