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가 연일 화제다. 매번 그렇겠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신개념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고 관련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특히 눈길을 끄는 제품이라고 하면 단연 '스마트 TV'를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IFA에서도 여러 제조사들이 이 새로운 TV를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올초만해도 3D로 쏠렸던 시선이 어느새 스마트에 꽂힌 느낌이랄까.
정신없이 빠른 TV의 진화...
이처럼 최근 TV가 보여주는 변화는 가히 극적이다.
더 이상 우리집 최장수 가전제품이란 향수를 TV에서 찾기 힘들어졌다. 솔직히 요즘 같아선 어떤 제품도 그만큼 쓰는게 많지는 않지만...-_- 한때 냉장고, 세탁기 등과 더불어 한번 사면 오래 쓰는 제품으로 TV가 가정에서 자리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던 녀석들이 HD로 넘어온 이후 숨가쁘게 레벨업 중이다.
해상도와 화질은 SD, HD, 풀HD로 달라져왔고 브라운관에서 LCD, LED LCD로 형태와 디스플레이 자체가 달라지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TV를 싸고 있는 부분만 바뀐건 아니다. TV안에서 무엇을 보여줄까라는 부분에서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공중파나 케이블을 중계하는 것 뿐 아니라 평면인 TV에서 입체인 3D 콘텐츠를 즐길수 있게 됐고 스마트라는 이름으로 웹과도 친해지고 있는게 작금의 TV이니 말이다. 상반기엔 3D에 하반기엔 스마트라는 식으로 말그대로 정신없는 진화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
물론 이런 변화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거나 나와는 거리가 있는 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게 더 자연스러운 것일게다. 하지만 한발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이런 변화는 곧 우리의 피부에 와닿게 될 것이다. 언제냐 혹은 어떤 기술이 더 대중화되느냐, 즉 시장의 선택을 받는 쪽이 어느 쪽이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제조사와 방송사, 인터넷이 함께 준비하는 변화는 이내 우리 생활 속으로 녹아들터.
TV 본연의 모습을 추억하며...
변화의 속도가 눈부시기 때문일까? 가끔 아날로그 시절의 TV를 떠올리곤 한다.
한손가락에 다 꼽히던 적은 숫자의 채널만 나왔던 시절. 하지만 어린 소년의 마음을 들뜨게 했던 흑백에서 컬러로의 변화는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변화였다.
그에 비하면 솔직히 HD니 3D니 하는 변화는 와닿지 않을 정도. 그렇게 소년은 TV에 매료되었고 바보상자라 불리웠던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드리기만 했던 구조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일까? 최근 TV가 쌍방향 미디어로 진화해가는 모습이 여전히 낯설다.
30년 가까이 학습된 탓이겠지만 수동적이었던 TV의 이용 습관을 바꾸는게 그리 수월한 것 만은 아니었다는 얘기.
현재 체험 중인 인피니아 TV의 경우도 비슷하다.
스마트 TV라고 하기엔 아직 준비가 필요해 보이지만 웹과 연결해 뉴스를 보거나 동영상, 사진 등을 즐길 수 있는 웹TV라는 서비스가 제공 중이었지만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기보다는 이런 서비스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접근했던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웹TV를 이용할때는 TV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콘솔 게임기를 연결한 것처럼 웹TV를 이용하려면 TV를 볼 수 없는 것. 하지만 그런 게임기는 게임이라는 목적이 강하니 자연스럽게 그런 과정으로 옮겨갈 수 있지만 웹TV의 콘텐츠는 아직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웹TV를 이용할때마다 든 생각은 PIP 형태로 보고 있던 방송이 작게 나온다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마 PC에서 익숙한 멀티태스킹이 TV에서도 가능했으면 하고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보면 TV가 수동적이라고 했던 나지만 그 변화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내가 바라는 TV의 모습은...
자. 그럼 인피니아 TV에 대해 다시 한번 얘기해보자.
인피니아 TV는 LG전자가 올해 중순 프리미엄 모델로 보더리스라는 LG전자의 디자인 흐름에 따라 베젤의 크기를 확 줄여 화면은 더 커보이고 LED 백라이트로 화면을 밝혀 따뜻하면서도 화사한 화질을 자랑하는 등 가히 프리미엄 제품다웠다. 그런 탄탄한 기본기에 손에 잡힐듯한 3D 입체영상과 인터넷에 연결되는 웹TV 등 TV 진화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으니 이래저래 멋진 녀석이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은 진화의 가운데에 서있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애초에 전자 제품이라는 게 시장에서 타사의 제품과 경쟁을 하다보니 이런 진화를 멈출 수는 없겠지만 TV를 자주 바꾸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빠르게 흐르는 TV의 진화는 꽤 부담스러울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스마트 TV를 더 기대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3D 등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적인 제약은 어쩔 수 없다지만 스마트 TV 안에 탑재될 어플리케이션과 다양한 콘텐츠로 기존의 TV가 가지는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현재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IFA에서도 LG전자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사가 스마트 TV를 선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스마트 TV가 진정 내가 원하는 제품일까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 중이다.
분명 확장성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줄 스마트 TV는 달콤한 진화상이지만 그게 정말 내가 바라는 형태일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혼란스럽달까. 오히려 이미 최고 수준인 화질 같은 기본기나 디자인 등의 발전에 힘을 실어줬으면 하고 바라기도 하고 말이다. 다양한 기능의 제공은 물론 매력적이지만 그보다는 TV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 역시 난 아직 과거의 익숙함과 변화의 중간에서 고심하는 주판알 튕기기 바쁜 평범한 소비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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