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분주히 달렸다. 한 전시회를 참관한 후 이렇게 많은 글을 쏟아낸 적이 없으니...
거기에 주로 부스 투어 등으로 이뤄진 이 글들 외에도 라스베이거스 호텔 투어나 그곳에서 보고왔던 화려한 쇼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적지도 못했다. 다만 이 글들은 상대적으로 시기를 타는 글이 아니라 나름 여유를 가지고 있는데...-_- 그렇게 말하기엔 나머지 부스 관련글도 CES 후 한참 뒷북 포스팅이긴 했지만...ㅎ
아무튼 출발한다는 글 외에도 현재까지 14개의 글이 올라갔고 못해도 두개의 글을 더 올라갈 듯 하니 16개 정도의 글이 이 블로그에 남을 것 같다. 자유 여행처럼 가볍게 다녀왔지만 책임감은 더 무거운 느낌이었달까?
각설하고 이번 CES 2010을 반추하며 정리해본 트렌드를 늘어놓아볼까 한다.
- 입체 화면(3D)
CES 2010의 핵심이었다면 역시나 3D를 제일 처음에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10년 디스플레이 전쟁을 여는 전시회답게 대형 부스들 뿐 아니라 중간 혹은 작은 부스들까지 3D나 관련 솔루션을 선보였다.
앞서 소개한 파나소닉을 비롯한 일본 기업들과 LG전자나 삼성전자같은 국내 기업 역시 3D 시대를 열기 위해 분전하는 모습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3D가 대세가 될까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눈길을 사로잡는 맛은 있지만 아직 절대적인 콘텐츠의 부족과 3D라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인 부적응 문제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많기 때문이다.
또 여러 3D 기술이 경쟁하면서 아직 표준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엔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터다. 하다못해 안경을 쓰느냐 안쓰느냐 조차 여전히 경쟁하고 있으니 말이다.
3D가 HD 다음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선 그래서 해결해야 할 것도 많고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국내에서는 올 하반기 LG전자와 스카이라이프가 제휴해 3D 방송을 본격 도입할 계획이라니 그즈음부터 조금씩 3D TV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 컨버전스(Convergence)
컨버전스는 어쩌면 더 이상 트렌드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화된 방향성이지만 올 CES에서도 관련 제품은 많이도 등장했다.
MP3 플레이어가 아예 운동량 등을 체크해주기도 하고
(삼성전자 마이핏) TV로 바로 인터넷 전화를 즐길 수 있는 녀석
(LG전자 스카이프 온 TV)들을 비롯해 빅토리녹스는 맥가이버칼에 USB 메모리도 다는 등 어찌보면 왜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래 함께 있으면 좋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시도가 많았다는 얘기다.
여러가지 기능을 하나에 담고자하는 시도는 주로 휴대 기기 시장에서 빛나고 있는 방향성이지만 CES에서 느낀 모습은 이젠 왠만해선 컨버전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
물론 한편에서는 이럴때일수록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디버전스 제품이 낫다는 의견도 있지만 둘을 합쳐 하나로 혹은 셋을 합쳐 하나로 선보이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만큼은 한번쯤 더 생각해볼만 할 것 같다.
- 무선랜(Wi-Fi)
와이파이
(Wi-Fi)라 불리우는 무선랜의 확장은 컨버전스의 개념에 닿아있긴 하지만 따로 뽑아도 될만큼 많은 기기들이 적극적으로 무선랜을 끌어당기는 모습이었다.
TV도 그렇고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그렇고 웹과 더 다가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Wi-Fi를 끌어앉았다는 이야기다.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에 Wi-Fi가 들어가던 건 해외에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SKT 등이 KT에 맞서며 Wi-Fi망을 구축하겠다고 큰소리를 내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Wi-Fi 바람은 매섭게 불 것 같다.
특히 대부분의 TV가 VOD 서비스를 위해 웹과 연결되는 것 뿐 아니라 사진 공유 서비스인 Flickr나 YouTube 등과 적극적으로 다가서며 TV의 인터넷화를 주도하는 등 무선랜을 비롯한 통신 솔루션과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 안드로이드(Android)
이번 CES는 꼭 안드로이드가 아니더라도 리눅스를 기반으로한 모바일의 성장이 예견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구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분전하고 있는 모토로라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있었지만 안드로이드가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전제품까지 안드로이드를 품는 등 오픈 소스라는 강점을 살린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기도 했다.
또 아직은 상대적으로 비중은 낮지만 인텔이 지원하고 있는 리눅스 기반의 모블린 OS도 향후 MID와 넷북 시장을 노리며 성장을 예고하고 있었다.
인텔이 앱업 센터 등을 따로 두고 모블린용 앱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 또한 향후 세를 불려갈 무어스타운 기반의 MID와 스마트폰, 넷북 등을 별도의 생태계로 묶어 성장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으니 말이다.
당장 성공을 말하기엔 안드로이드나 모블린 모두 성장통을 겪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아이폰 진영대비 작은 규모와 힘이기에 과거 매킨토시와 IBM PC 호환 진영의 싸움을 재현하기엔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 하다.-_-
- 전자책(e-Book)
전자 잉크 등 기반 기술의 안정화와 아마존의 킨들이 이뤄낸 성공의 신화에 자극받은 업체들의 총력전. CES 2010의 전자책 부스가 그랬다.
3D TV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업체들이 겉저리로라도 전자책을 내놨으며 흑백 전자 잉크 화면에 컬러 LCD를 섞는 등의 차별화 요소로 참관객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도 아이리버나 삼성전자 등이 전차잭을 선보였는데 특히 전자책 안에 담을 콘텐트가 부족함을 실감하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였던가? 구글의 도서 DB를 이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등 하드웨어에서 멈추지 않고 그 안에 담을 내용을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하드웨어의 기술력이나 디자인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 안에 담을 데이터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걸 전자책 업체들도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걸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스는 다름 아닌 전자책의 효시를 열었다해도 과언이 아닌 소니 부스. 올해도 전자책을 대거 선보인 그들이었지만 그안에서 보여줄 것에 소홀했던 그들이 콘텐트를 갖고 있던 아마존의 킨들에 순식간에 밀려버린 사례가 전자책 업계의 콘텐트 확장 노력에 불을 당긴 느낌이었다.
- 카인포테인먼트(Car-infortainment)
딱히 카인포테인먼트로 정의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동차의 디지털화를 네비게이션 정도에서 멈추지 않겠다는 업체들의 의도가 읽혔던 전시회이기도 했다.
부스의 절반 정도에 자동차를 놓고 카메이커들과의 협업의 결과를 보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곳곳에서 자동차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그 디지털의 연결 고리를 인간까지 확장하려는 시도가 읽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자동차와 떨어져 살수 없는 북미의 전시회였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강했는데...
디지털 기술의 싸움이란게 결국 인간의 하루 중 얼마의 시간을 점유하느냐라고 볼때 집과 회사 외에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뺐기 위한 노력이 불붙는 느낌이었다.
- 4세대 이동통신(LTE vs WiMax)
아직은 3세대 규격이 영향력을 펼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인기, 무선 데이터 사용의 증가에 따라 4G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4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LG전자는 LTE를, 인텔은 WiMax를 삼성전자는 LTE와 WiMax를 함께 선보이는 등 관련 솔루션의 소개가 줄을 이었는데 컨벤션 센터 밖도 전장이었다. 스프린트가 힐튼 호텔 등에 4G를 적용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린 탓이다.
아직은 이통사 중심의 LTE와 인텔 등 PC 진영의 WiMax가 경쟁 관계에 놓여있어 각 부스별로 조금씩 다른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사실 LTE냐 WiMax냐가 소비자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터다. 두 기술 간 유사점도 많은데다 결국 소비자에겐 현재 쓰고 있는 통신사가 지원하는 무엇으로 자연스레 넘어갈테니 말이다.
다만 이런 와중에서도 100M 이상의 고속 무선 인터넷과 현재의 종량제가 아닌 정액형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 집안팎 어디서든 고속 데이터를 많이 빠르게 쓸 수있는 날이 오기만 기다릴 뿐이다.^^
- 친환경(Eco-friendly)
이쪽 역시 딱히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변화무쌍한 자연재해가 빈번해짐과 궤를 같이하며 조금이라도 더 친환경에 들어서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 역시 불을 뿜었다.
조금이라도 더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TV를 비롯해 LED 전구나 재생 포장재 등 겉부터 속까지 또 사용후에도 지구에 조금이라도 덜 피해를 주기 위한 기술력 경쟁이 이번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는 얘기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유럽 시장의 높은 친환경 수입장벽을 넘어야 하는 제조사이고 보니 이런 노력에도 힘을 기울일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런 이유 뿐 아니라 진정 지구를 걱정하는 모습으로 소비자를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CES 2010에서 보고 온 것, 또 이후 접하게된 여러 소식을 바탕으로 CES를 정리해봤다. 세계 최대급의 전시회, 앞선 전시회 문화를 엿볼 수 있었던 시간. 2010년은 CES 덕분에 기분 좋게 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도 이런 좋은 기회가 있길 기대해 보려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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