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과 월요일. 여동생 내외와 멀리 전남까지 조촐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아직 돌도 안된 조카 녀석과의 조금은 무리였을지도 모를 여행. 그러나 혹시나 하는 우려와는 달리 고창과 보성, 해남으로 이어진 여행 내내 약간의 짜증 외에는 환히 웃어주던 조카 덕에 오랜만에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이 글은 그 즈음의 이야기를 살짝 정리해두고자 올리는 것이랄까.^^
일요일 아침 여동생 내외가 살고 있는 익산까지 KTX로 날듯이 내려간 시간은 오전 11시쯤. 처음부터 어린 조카가 덕에 혹 중간에 돌아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진행한 것이라서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 덕에...
일단 보성으로 내려가자는 것 외에는 별로 정리된 게 없었다. 이제 한창 초록을 머금은 보성의 녹차밭을 한번 보고 싶다시는 어머님 덕에 준비한 여행인지라 보성은 확정, 그러나 나머지는 미정이었는데 KTX에 비치된 잡지에서 아직 고창 청보리밭 축제가 진행 중이라는 글을 보고 그쪽으로 한번 가보자고 동생 내외를 흔들었다.^^
그렇게 잠시 보리밭을 거닐던 일행은 다시 걸음을 원래의 목적지였던 보성으로 돌렸다. 우리를 기다리는 푸르른 녹차잎이 유혹하는 그 곳으로...
보성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오후 5시를 넘기고 있었다. 서울도 그랬겠지만 보성도 토요일에 내린 비가 하늘을 더 깨끗하게 만들어줬고 잿빛 하늘은 녹차밭의 푸르름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 주는 듯 했다.
보성의 대한다원을 향한 우리를 제일 먼저 맞아준 건 녹차가 아닌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아들. 수령까지는 모르겠지만 다원으로 들어가는 길의 양옆을 지키듯 서 있는 나무들은 그 진한 녹음으로 녹차밭에 들어서기 전에 방문객의 붕뜬 마음을 살짝 눌러주는 듯 하다.
드디어 녹차밭이다. 정말 CF 속 그 모습 그대로다. 개인적으로는 안개낀 새벽녘에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으면 정말 좋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비온 뒤 하늘 덕에 살짝 아침의 맑음을 경험했던 것 같다.^^;;
어디를 찍어도 예술이고... 어디를 담아도 생명이 느껴지는 모습이 아닌가. 엄밀히 말하면 지독히 인위적인 손길로 가꿔진 공간임에도 그 안에서 생동하는 자연의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곳.
아무튼 일행이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이자 밤을 보낸 곳이 바로 해남 땅끝마을이다. 모든 가게 이름 앞에 땅끝이 들어가던 그 동네. 뭐하나 특별해 보이지 않던 남도의 조그마한 부두.
서해보다는 맑지만 동해보단 탁한 남해인걸까. 아니면 부두와 접한 내항이기 때문에 그랬을까. 물은 그리 맑지 않았다.
근처의 조용한 민박집. 우리 일행을 제외하곤 이곳에서 밤을 보낼 이가 없었던 것 같다. 비수기에 일요일 밤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덕분에 조카 녀석이 혹 울더라도 주변에 민폐를 끼칠 걱정은 덜었다. 나중에 안거지만 그래서 여동생 내외는 혹시 여행을 가게되면 이런 민박을 선호한다고.
아무튼 그렇게 조카를 재우고 오랜만에 가족들의 찐한 이야기와 함께 여행의 밤은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바로 앞 송호해수욕장에서 찍어본 여동생 내외... 이번 가족 여행에서 조카 다독이랴 운전하랴 정말 고생이 많았다. 덕분에 편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으니 나야 행복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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