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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그려내는 빛과 그림자... 초속5센티미터(秒速5センチメートル Byousoku 5cm)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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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그려내는 빛과 그림자... 초속5센티미터(秒速5センチメートル Byousoku 5cm)

라디오키즈 2007. 11. 27. 21:51
별의 목소리를 통해 혼자서 연출, 각본, 캐릭터 디자인까지 다 작업하면서 1인 제작시스템을 선보였다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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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별의 목소리부터였는데 어딘가 서툴고 묘하게 낯설지만 인상적인 색감과 선명한 메시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었다. 하지만 이후 신카이 마코토가 내놓은 장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등은 미처 보지 못했다가 올해 개봉한 초속5센티미터를 통해 다시금 신카이 마코토의 정서와 마주하게 됐다.

총 3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초속5센티미터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줄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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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전근으로 도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게 된 토노 타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는 여러 가지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병약하고 체구도 작았고 전학을 왔다는 것까지 그렇게 공통점이 많았던 둘을 빨리 친해진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카리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편지를 통해 수많은 사연과 그리움을 전하게 된다. 그러던 사이 둘은 중학생이 되고 이번에는 타카키가 카고시마로 전학을 가야 할 상황이 된다. 더 멀어져야 하는 둘은 마지막으로 만날 약속을 잡는데…

초속5센티미터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벚꽃이야기'의 줄거리다. 앞서 설명했듯 초속5센티미터는 3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으로 '벚꽃이야기'를 시작으로 '코스모나우트', '초속5센티미터'로 이어지는 구성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토노 타카키라는 남자 주인공이 서 있으며 그의 중학교, 고등학교, 사회인이라는 시간적 흐름을 기준으로 이야기가 나뉘어 있다. 그 와중에 타카키는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받으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과거에서 들려오는 사랑과 그리움의 호흡...

여기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폭설을 뚫고 끊임없이 연착되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낯선 곳으로 향하는 소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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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보는 낯선 장소와 폭설이라는 한계 상황 속에서 눈물을 뿌려가며 아카리에게 향하는 타카키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먼 곳으로 떠나야 했던 아카리를 배려하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고 그렇게 험난한 여정의 끝에 만난 아카리와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가 하면 소년과 함께 하교하기 위해 학교 벽에 기대어 서서 우연인 척 소년을 기다리는 소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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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카고시마의 한 고등학교. 중학교 때 전학 온 그를 따라 고등학교를 결정할 만큼 그를 좋아하는 소녀 스미타 카나에는 늘 속앓이 중이다. 고백 한번 못해보고 그렇게 불확실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

이렇게 과거의 타카키 주변에는 두 여자가 있다.
어린 시절 가슴 시린 원거리 연애를 해야 했던 소녀 아카리와 남몰래 자신을 향해 수줍게 다가서려 했던 소녀 카나에.

타카키는 그 중간에서 과거의 소녀와 누가 될지 모르는 미래의 소녀에게 문득 문득 메일을 보낸다. 손으로 쓰던 편지가 휴대전화의 메일로 달라졌을 뿐 자신의 사랑이 될 누군가에게로 향한 그리움의 감정은 초속 5cm였다가 시속 5km도 되었다가…


빛의 작가가 선물하는 환상적인 작화...

신카이 마코도의 별명이 빛의 작가란다.
그래서 일까? 그는 빛과 그림자의 사용에 능수능란하다. 일상의 평범한 모습을 그려감에 있어 빛의 구사가 자유로운 그의 작화는 신비롭기 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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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 뿐인가. 그는 디테일에도 더 없이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배경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예술이다.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상을 나름의 안정적인 색과 빛으로 잘 다듬어 놓았다.

그냥 그림만 봐도 폭 빠질 것 만 같은 이런 그림들.
아직 초속5센티미터를 보지 못해 곧 볼 생각이라면 이왕이면 큰 화면에서 바라봤으면 한다. 소위 스케일이 큰 영화들이나 배경이 빼어난 영화를 추천할 때 큰 화면을 추천하곤 하지만 초속5센티미터의 작화 수준도 그런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빼어난 작화와 디테일을 자랑한다고 생각하기에 영상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 두려면 역시 큰 화면 쪽이 나을 듯 하다.^^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초속5센티미터의 미덕...

늘 느끼는 거지만 우리네 삶의 정서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다지 다를 게 없는 모양이다.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소년이나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 소녀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살짝 주인공을 들어내고 나 혹은 내 옆의 누군가를 치환해 넣어도 어색함이 없다.

초속5센티미터가 가진 미덕은 그러한 현실 속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네 삶은 그다지 드라마틱하지 않은 고만 고만한 무엇이지만 그래서 더 극적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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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가 이미 전작들에서 보여준 바 있는 사랑에 수반되는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인물 간의 거리와 시간의 흐름으로 풀어내던 실력도 더 능수능란해진 느낌이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에 흐르는 주제가도 인상적인데 야마자키 마사요시가 부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은 초속 5cm의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며 소박하지만 가슴 시린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이 겨울 당신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그리움에 따스한 손을 내미는 애니메이션 초속5센티미터를 추천하고 싶다.

초속5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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