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약속이 있었던 평범한 어느 날. 뭘 먹겠냐는 물음에 그냥 선택에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입이 길거든요. 햄버거가 후보에 올랐고 회사 근처 수제버거 가게를 향합니다.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BROOKLYN THE BURGER JOINT) 판교점. 11시 30분에 오픈한 가게가 이미 손님들로 가득하더군요. 어딘지 미국식 버거 가게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네요.
이미 대부분의 자리가 찬 상태에서 운 좋게 빈 자리를 잡고 메뉴를 살핍니다. 흠. 역시 가격이 만만찮네요. 대부분의 버거는 100% 쇠고기 패티를 사용하고 있는데 패티의 양에 따라 140g이냐 200g이냐의 선택부터 시작됩니다. 제가 고른 브루클린 웍스의 경우 140g이 10,800원. 버거만 먹겠다면 여기서 끝나겠지만, 버거 하면 세트라고 생각한다면 가격은 쭈욱 올라갑니다. 저는 고구마 프라이와 음료(제로 스프라이트)를 추가해 8,500원이 더 추가됐습니다. 제가 선택한 세트의 가격이 19,300원이 되는 거죠.
가성비에 눈 딱 감고 자리로 찾아온 서버에게 주문을 넣습니다. 먼저 얼음컵에 사이다가 나왔네요. 홀짝홀짝 음료를 마시며 버거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제는 역시 햄버거죠. 미국에선 치킨이 들어가면 버거가 아니고 치킨 샌드위치라고 부른다거나 버거는 잘라먹는 게 아니라 손으로 잡고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보니 여기도 칼과 포크를 주긴 하는데 그걸 담고 있는 종이 포장지에 잘라 먹는 것에 NO, 손으로 잡고 먹는 것에 YES라고 명시되어 있더군요. 칼을 꺼내기 전에 한 번 더 완곡하게 경고(?)하는 거겠죠.
널찍하고 어딘지 미국풍인 접시에 햄버거와 고구마 프라이, 고구마 프라이를 찍어먹을 머스터드 소스가 나왔습니다. 반면 치즈버거 세트를 주문한 동료에게는 치즈 버거와 프렌치프라이, 케첩이 나왔고요. 프렌치프라이는 소금간이 되어 있지만, 고구마 프라이는 고구마 본연의 단맛만 나더군요. 적당히 달콤하고 바삭하고 나쁘지 않습니다. 색다른 선택이었는데 괜찮은 도전이었나 봅니다. 머스터드와도 제법 잘 어울렸고요.
브루클린 웍스 버거. 전체적인 크기가 아주 큰 건 아니지만, 아메리칸 치즈, 베이컨, 양상추, 양파, 토마토, 피클에 홈메이드 소스 등 비교적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있어서 인지 높이가 제법 높습니다. 손으로 쥐고 먹기에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지만, 햄버거답게 손으로 잡고 먹었습니다. 육즙이 접시 위로 조금씩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 한 입, 또 한 입. 특정한 맛이 튀지 않고 패티맛도 느껴지고 짭조름한 베이컨 맛도 느껴지고 신선한 채소들도 좋았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히 좋아야 할 테지만요.ㅎ
버거가 입 속으로 사라진 후에는 고구마 프라이를 공략한 후 식사를 마무리했는데요. 괜찮았지만, 언제 또 갈까 싶긴 하네요. 월급 빼곤 다 오르는 물가 폭등의 시대. 평범한 직장인은 주머니(엄밀히는 통장 잔고)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아무튼 그렇게 맛난 버거를 끝장내고 커피 한 잔과 함께 근처 공원을 살짝 돌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요. 팍팍한 직장 생활. 이런 소소한 일탈과 수다가 있어서 또 하루를 버텨내는 게 아닐까 싶었던 날이었네요. ...저는 수다 참 좋아합니다.@_@/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