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회사, 아니 저희 부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코로나19 이후까지 저녁 회식(재택근무 중 랜선 회식 정도?)의 빈도가 참 적었습니다. 그나마도 최근엔 아예 없어져 버린 느낌인데 그나마 소규모 점심 회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죠. 네. 이런 도입부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 글이 회식으로 다녀온 식당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다녀온 곳은 스테이크 하우스인 데이빗앤룰스(DAVID & RULES). 서판교에서 꽤 유명한 곳인지 평일 점심 즈음 방문했는데 이미 풀 부킹 상태더군요. 물론 저희도 사전에 예약을 했었고요. 직원의 안내를 받고 일행과 함께 지하로 내려갑니다. 지상에도 매장이 있지만, 지하에는 좀 더 프라이빗한 다이닝 공간이 있는데 저희 일행이 10명 정도 되다 보니 그곳을 잡아준 모양이더라고요. 단체 손님의 위엄. 마스크로 무장하고 식당을 찾은 저희 이상으로 마스크와 장갑으로 중무장한 직원분들이 꼼꼼하게 서빙하시던데... 어서 코로나19가 물러가서 편히 즐겼으면 좋겠네요.
한우 1+ 등급 이상의 소고기를 이용한 드라이 에이징을 전문점을 하는 곳답게 테이블 옆에 드라이 에이징 머신이 있었는데 저희 식사 도중에도 큼직한 고기들이 누군가의 테이블에 오르기 위해 윗층으로 올라가더라고요. 미리 마련된 자리와 정리되어 있던 커트러리. 와인 리스트가 깔리지만, 낮이라 애플 주스를 주문하고 미리 예약했던 음식들을 맛보기 시작합니다. 우선 식전 빵과 함께 버터를 즐겼는데 소금과 피스타치오, 금가루까지 올린 사치스러운 조합이 맛있네요. 금가루 맛은 안 나지만~
이후 테이블에 내려앉은 건 아보카도 샐러드와 그라나 파다노 크리스프(2만 원), 하우스 시트러스 앤쵸비 드레싱을 곁들인 시저 샐러드(1.8만 원). 한쪽은 낯설고 다른 한쪽은 친숙한 비주얼이었죠. 그라나 파다노 치즈로 만든 크리스프를 숟가락으로 무자비하게 깨트려 아보카도와 토마토 등을 섞어 맛봤는데 하이엔드 스테이크 하우스를 표방한 곳답게 비주얼부터 맛까지 준수하더군요.
본격적인 식사는 T본 스테이크(100g 당 3.6만 원, 최소 주문 단위는 700g)였는데요. 후덜덜한 가격은 회식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접시 위에서 지글거리는 비주얼은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네요. 막상 접시 위에 올라오면 순식간에 온기를 잃었지만...=_= 뼈에서 분리된 후 가지런히 늘어선 안심과 등심은 보기에 좋았고, 부드럽게 썰리는 데다 입 안에선 더 부드럽게 녹아내려 만족스러웠습니다. 조금씩 썰어 와사비, 홀그레인 머스터드, 나머지 하나는 뭐였더라? 아무튼 고기와 곁들여 조금씩 다른 매력을 채워봅니다. 드라이 에이징과 웻 에이징을 구분할 정도의 민감한 혀는 아니지만,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은 참 좋네요.
T본 스테이크와 페어링할 사이드로는 크림 스피니치(1.2만 원)와 메쉬드 포테이토(1.1만 원)를 곁들였고. 예약은 했지만, 주재료인 부라타 치즈 수급 문제로 맛볼 수 없었던 부라타 치즈 샐러드를 대신해 실하고 통통한 아스파라거스를 하나씩 받아들어 T본 스테이크와 맛있게 즐겼습니다. 개인적으론 심심한 맛이었지만, 묘하게 매력적이었던 메쉬드 포테이토와 T본의 조합이 특히 좋았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따듯한 얼그레이티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는데요. 맛있는 음식과 프로젝트를 함께 한 사람들의 흥미로운 수다까지 즐거운 시간이었네요. 제 주머니에서 나간 게 아니라 법카가 지원한 식사였다는 데 아마 즐거움이 1 정도는 더 추가됐을지도~ㅎ 코로나19가 물러나기 전까지 회식은 소소하게 이어질 것 같은데... 예전처럼 더 많은 인원들과도 맛있는 음식과 함께 회포를 푸는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David&Rules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 데이빗앤룰스.
davidnrul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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