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상징하면 도심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는 친숙한 곰 조형물도 있지만, 베를린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은 가봐야 할 것만 같은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을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지난 2011년에 브란덴부르크 문을 이미 눈에 담았지만, 다시 다녀왔습니다. 특유의 아우라는 여전하더군요.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에는 2차 세계 대전의 기억을 유리돔으로 담고 있는 국가 의회 의사당부터 베를린 한 구엔더 널따랗게 자리 잡고 있는 티어가르텐(Großer Tiergarten) 공원과 베를린 전승기념탑(Siegessäule) 같이 많은 관광지가 맞닿아 있지만...
이번에 다녀온 곳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Holocost Memorial)이라고도 불리우는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이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2차 세계 대전으로 전 유럽을 화마에 휩싸이게 한 히틀러는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습니다. 단순히 유대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죽어가야 했던 이들의 아픔은 비슷한 시기에 일제의 만행 속에 고통스럽게 죽어가야 했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티어가르텐쪽으로 향하지 않고 왼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보이는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커다란 비석 같은 콘크리트 덩어리 수십 개가 늘어서 있는 이곳은 수백만명의 이름을 다 담기엔 부족했다는 것처럼 아무런 이름 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기둥의 모습이 어딘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곳인데요.
시간 관계상 무료로 운영된다는 지하 전시실까지는 가보지 못했지만, 낮은 것부터 키를 훌쩍 넘는 높다란 것까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 행위를 잊지 않으려는 독일인들의 사죄의 마음이 커다란 콘크리트 기둥에서 느껴지더군요. 그들에게 피해를 입어 생을 마쳤을 유대인들이 독일인 후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용서를 하지는 않을지라도 만행을 일으킨 주체가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마음 한구석에서 끊임없이 사과를 건네고 마음을 다잡는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보다는 콘크리트 기둥 사이로 부는 바람과 어느 순간 그 사이에서 보이는 하늘이 어딘지 무겁게 느껴지던 곳. 저희처럼 지하 박물관까지 들르지 못하더라도 그 사이 사이를 걸으며 독일인과 유대인, 일본인과 한국인을 떠올리기만 해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였는데요. 2011년엔 들르지 못했던 곳을 짧게나마 돌아보니 좋았는데요. 베를린에 들르게 되신다면 꼭 들러보세요. 굳이 다크 투어라고 이름 붙이지 않더라도 독일의 역사, 그리고 뜻밖의 우리의 역사까지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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