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하면 부산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제주도에도 밀면을 파는 곳이 제법 많은데요.
제주에 있는 식당답게 같은 밀면이라도 제주도다운 토핑이 더해지곤 합니다. 돌하르방이 식당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모슬포의 하르방 밀면도 그런 곳 중에 하나인데요.
이 곳은 톳과 감태 등 제주 같은 바다를 낀 고장에서 친숙한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른 식당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더군요. 당연하다는 듯이 매장 벽에는 톳의 효능이 큼지막하게 소개되고 있고요. 미역이나 김, 다시마 같이 유명한 해초와 달리 인지도는 살짝 낮을 수 있지만, 톳은 그 맛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효능이 많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끄는 해초인데요. 그런 효능 때문인지 주로 일본에 수출되기 바쁜 식재료죠.
톳이 낯설다면 감태는 더 생소하실 것 같은데(저도 그랬고요.^^) 식당 사장님의 설명을 듣어보니 일제강점기 일본의 수탈 이후에 감태는 채취가 금지됐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태풍 등이 지나간 후 해변에 밀려온 것만 사용하는 터라 더 유명해지고 싶어도 유명해지기 어려웠을 것 같더라고요. 그나마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등에서 화장품 연료부터 약까지 다양한 분야로 연구할 만큼 우수한 성분을 가진 해초로 알려지면서 재조명받고 있고 이 식당에서도 현재는 국물을 우릴 때 사용하는 정도지만, 향후엔 감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한 건강한 메뉴를 선보일 거라고 하고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 곳의 메뉴들을 살펴볼까요?
요 녀석이 국내산 돼지고기로 만든 수육(10,000원)입니다. 간장에 찍어서 맛봤는데 특색 있는 맛은 아니었지만, 무난했고요. 이어서 톳을 넣어 반죽했음이 겉으로도 드러나는 왕만두(6,000원)입니다. 속재료는 일반적인 만두의 그것이지만, 톳을 넣어 반죽해 거뭇한 만두피가 이채롭더군요.
그 다음은 하르방밀면의 베스트 아이템으로 꼽을만한 웰빙 보말칼국수(7,000원)인데요.
일반 밀가루면과 톳을 넣은 면의 색 조합부터 쫄깃한 식감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녀석으로 특히 육수가 맛있었습니다. 특유의 짭조름함은 밥을 말아먹어도 좋을 것 같은 맛이었죠~
그리고 장수를 기원하며 붙였을 백세란 수식을 달고 있던 백세 톳밀면(6,000원)과 백세 톳비빔면(6,000원) 역시 톳을 사용해 남다른 색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순수한 밀가루면이 아니어서인지 맛도 식감도 평소에 알고 있던 밀면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보다는 냉면이 떠올랐죠~ 아마 사진만 보셔도 그렇게 상상이 되실 겁니다. 이쯤 되면 선택은 매콤 달콤한 톳비빔면이냐 달큼한 맛이 살짝 도는 육수에 담긴 톳밀면이냐의 취향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톳과 감태라는 낯설지만, 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해 차별화를 꾀했다는 하르방 밀면.
새로운 걸 경험해 보고 싶어 제주도를 찾으셨다면 모슬포의 하르방 밀면을 찾아보세요. 모슬포 맛집 인증은 여러분의 날카로운 혀가 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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