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은 왜 그리 노가다라 불리는 단순 반복이 많은 걸까요?
길게 즐기기보다 한가한 시간에 짧게 치고 빠지는 경향이 큰 모바일 게임의 특성을 뒤집어 결제 횟수를 늘리려는 이유가 크겠지만, 덕분에 자동 사냥을 비롯해 모바일 게임에 호불호를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스스로 노가다의 노예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유혹하는 무한 터치질 반복 게임...
이런 자동 사냥에 반복적인 터치, 그리고 얄팍한 미션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 의지를 일으키는 인디 게임들이 꽤 인기를 끌었죠. 저는 그 당시에는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그런 타입 게임의 정수인 거지 키우기가 인기였다고 들었는데요. 주변에서 열심히 거지를 키워 덥석 대기업을 사는 말도 안 되는 시츄에이션이라니.
...그리고 최근에 우연히 만난 만화가를 이용한 거지 키우기(?) 게임, 카툰999.
던전999라는 이름의 게임을 선보였던 1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으로 이 게임 역시 무의미할 정도의 반복, 반복 속에서 만화가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회사를 사고, 나라를 사서 세계를 정복하고 우주까지 노리는 황당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애초에 스토리라는 게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지만, 코믹한 튜토리얼과 함께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충실히 따르며 게임을 하게 되더군요.
하산한 만화가 도화지가 아주 짠 원고료를 챙겨야 하는 현실을 비관해 비슷한 처지의 만화가를 고용해 노동집약적 회사를 차리고 순진한(?) 만화가들을 섭외해 잠도 재우지 않는 무한 노동 지옥에 빠트린다는 끔찍한 전개. 물론 카툰999는 이런 설정을 유머러스하게 풀면서 게이머들을 게임 속 만화가 이상의 노동으로 빠트립니다.
만화가가 만화 1권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화면을 연속으로 터치하는 것으로 줄어들게 설정해 무한 터치질을 유도하거든요. 가만히 둬도 정해진 시간에 1권씩 완성하긴 하지만, 더 빨리 많은 돈과 좋아요를 모으려면 만화가 포섭 뿐 아니라 게이머 본인의 무한 터치질은 필수.^^ 물론 광고를 보거나 아예 돈으로 크리스탈을 사서 아이템을 사는 현질을 하면 이런 부담은 한결 줄어듭니다만 모두가 현질을 하지는 않죠~ㅎ
게임은 전체적으로 얄팍한 드립의 난무로 풍성한 B급 정서를 흩뿌립니다.
애초에 스토리부터 캐릭터 구성까지 B급 정서를 관통해 인디 게임의 정체성을 살리는 뚝심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만화가들에게 회식을 시켜준다거나 사인회를 하고 작품을 영화화하는 것까지 현실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결국 세계 정복으로 귀결되는 이야기 자체가 넌센스죠.ㅎ
게임은 무한 터치질로 돈을 벌어 새로운 만화가를 섭외하고, 그들에게 도구를 챙겨주고, 여러 부가 효과를 주는 가구 같은 걸 주어진 공간에 채워 최고의 수익과 효율을 내기 위해 반복적인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이사이 어디에 더 투자를 하느냐. 예컨대 만화가의 레벨을 올려 고료를 더 많이 받는 쪽으로 가느냐, 독자의 좋아요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사느냐 혹은 명작을 그릴 확률을 높여서 크리스탈을 확보하느냐에 따른 전략적 플레이가 가능해서 흥미롭긴 한데...
광고를 보거나 명작을 완성하면 크리스탈이 주어지는 등 현질을 부추기는 요소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난무하는 드립 개그들과 함께 게임 웹툰으로 잔뼈가 굵은 원사운드의 친숙한 원화, 또 다른 웹툰이나 게임 주인공들을 내세운 캐릭터성까지 더해 나름 흥미로운 게임성을 보여주니 여가를 노동으로 보내고 싶으시다면 한 번 해보세요~ 제가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하다보면 그냥 별 생각없이 다음 목표를 향해 묵묵히 화면을 터치해대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겁니다. 1인 개발자라서 홍보가 가장 어렵다고, 결제도 고맙지만, 주변에 소문 좀 많이 내달라는 개발자의 뜻을 받들어 가볍게 리뷰 올려봅니다.ㅎ
카툰999를 해봤다면 다들 알고 있을 것 같은 소소한 팁;;
1. 하루에 한 번 개발사 페북 페이지에 방문하시면 드립 문구가 있는데 이걸 입력하시면 돈이~~
2. 명작 등 확률을 극대화하려면 작품은 완성하는 시간이 짧은 화가들에게 좋은 의자 아이템을~
3. 돈을 더 많이 벌도록 하려면 원고료가 높은 작가들에게 더 고가의 명패 아이템을~
4. 자. 더 좋은 팁을 좀 저에게 주세요.ㅎㅎ
[관련 링크 : Play.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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