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지낸 지 딱 일주일 되는 어제. 토요일에 갔다 오려고 했다가 흐리다는 이유로 하루 미뤄둔 협재해변 찾기에 나섰습니다. 협재의 그 에메랄드빛 바다를 제가 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제주에서 근무하게 되면 제일 먼저 그곳에 가보리라 마음먹고 있었죠.
하.지.만...
생각보다 제주의 취약한 대중교통으로 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일단 다음지도앱을 꺼내 들고 숙소 근처에서 협재해변에 가는 노선을 찾았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협재해변까지 가는 시외버스 702편이 있다고 나와 있었기에 신나게 걸어가서 기다렸는데 3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는 버스.-_- 불안감이 슬슬 짜증으로 바뀔 때쯤 제주의 특이한 버스 운행에 대해 떠올랐습니다. 같은 번호라고 해도 다른 노선으로 움직이고 시간대별로 서는 정류장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
=_=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아예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종종 시외버스를 타게 될 텐데 제대로 된 시간표를 확인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렇게 거꾸로 시내버스를 타고 도착한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겉은 그럴 듯 했지만 내부는 참 클래식한 게~ 어찌 제 고향 익산보다 조촐하네요;;
시간표가 예상대로 잘 붙어있습니다. 제가 목표로 한 702편은 20분 단위로 정시 출발하고 있더군요. 역시 제가 기다렸던 그곳으로는 그 시간대에는 아예 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주에서 시외버스를 탈 때 주의하셔야 하는 게 있는데요.
제주는 시내 뿐 아니라 시외버스도 티머니를 쓰면서 최대 2회까지 환승이 적용됩니다. 당연히 내릴 때 태그해야 하고요. 하지만 그 보다 더 신기한 건 보통 시외버스라고 하면 A와 B라는 두 도시나 시와 군 사이를 오가는 게 일반적인데 제주 시외버스는 여러 노선으로 나뉘어 있을 뿐 아니라 마치 시내버스처럼 계속 정류장에서 섰다가 다시 달리기를 반복하더라고요. 그리고 버스에 오를 때 어디까지 간다고 얘기를 하면 버스기사님이 그 곳까지의 요금을 입력하고 태깅하는 것도 신기했는데요. 제 경우엔 기사분께 협재해변까지 간다고 말씀드렸고 편도 2,300원으로 협재로 달려갈 수 있었죠. 참고로 시간은 1시간 조금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일요일 오후의 협재해변. 협재해변은 공식적으로 8월 중에 폐장했지만, 왠걸 사람이 가득합니다. 아직 수온이 생각보다 낮지 않은지 물속에서 어린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이 보이고요. 물이 들어오는 시간인지 해변 가까이까지 물이 밀려 들어와 있었지만, 이 곳은 수심이 낮아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니까요.
협재해변부터 협재포구까지 여유를 가지고 거닐어 봅니다. 몇 번 협재에 오긴 했었지만, 대체로 해변에만 있었기에 마음 먹고 주변을 좀 둘러보기로 한 거죠. 특별할 것 없는 제주의 풍경들,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이는 펜션과 민박집들. 땡볕 아래서 바다를 즐기는 이들과 유유히 낚시를 즐기는 이들까지 역시 해변은 여유롭네요.
그럼에도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게으름을 피워봤습니다.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바다로 다가갔다가 물러났다가 귀에 이어폰 하나 끼고 해변을 거닐뿐인데도 시간이 잘 가네요.
네. 뭐 전개상 그렇게 별일없이 하릴없이... 놀멍쉬멍하는 사이 시간이 갔고 전 다시 702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왔고 숙소까지 버스 편으로 이동해 이렇게 글을 정리했습니다. 제주 버스는 확실히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같은 번호인데 경유지가 다르거나 어떤 경유지에는 특정한 시간에만 서고 다른 땐 아예 서지도 않는 듯 합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기본적으로 버스 시간이 20~30분 정도라고 느껴질 정도로 띄엄띄엄 있어 다음지도앱에서도 도착 정보가 없다고 뜨는 게 일반적입니다.=_=;;
하지만 그럴수록 조금만 여유롭게 움직인다면 원하는 곳으로 실어날라주는 건 다른 지역과 다를 게 없을 듯 합니다. 종종 그렇게 버스로 돌아다닌 제주의 이곳저곳 이야기를 올리게 될 것 같은데요. 모쪼록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길 바라며(안 되도 할 수 없지만) 남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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