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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카와 대결하는 달팽이의 말도 안되는 질주라면 집중할 수 밖에... 터보... 본문

N* Culture/Movie

레이싱카와 대결하는 달팽이의 말도 안되는 질주라면 집중할 수 밖에... 터보...

라디오키즈 2013. 8. 14. 07:30

여기 스피드가 자신의 본능이라고 말하는 작은 달팽이가 한마리 있습니다. 매일같이 비디오가 늘어질 정도로 인디 500 경기를 돌려보는 이 달팽이의 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달팽이가 되어 멋진 레이스를 펼치는 것.

하지만 주변의 동료들은 대자연의 순리를 거부하는 이 작은 달팽이의 꿈을 무시하고 비웃습니다. 현실이라면 이 시점에서 영화는 막을 내리겠죠. 거북이나 나무늘보와 함께 느림의 대명사인 달팽이가 레이싱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으니까요. 허나 여기에 헐리우드라는 마법의 양념이 더해진다면 어떨까요?



드림웍스의 애니매이션 터보(Turbo)는 이렇게 전개 불가능한 설정에 특유의 그럴듯한 의인화와 마법 같은 상상력으로 귀엽게 재탄생시키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비호감이었을지 모를 물컹한 달팽이를 더 없이 사랑스럽게 리모델링한 건 물론이고요. 이후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작품을 안보셨다면 약간만 주의를...^^;;


줄거리는...




자신의 꿈을 향해 17분에 1m를 달리는 주인공 터보는 매일밤 레이싱 경기 동영상을 보고 훈련에 매진합니다. 하지만 눈을 뜨면 작은 정원의 텃밭에서 토마토 서리나하는 지루한 삶의 반복일 뿐이죠.

레이서라는 당치않은 꿈에 다른 달팽이들의 비웃음이나 사고 언제 까마귀들에게 잡아먹힐지 모를 지리한 삶. 호시탐탐 그런 삶에 반기를 들고 싶었던 달팽이는 야심차게 잔디깎이에 도전하지만 자연의 순리대로 패배하고 동료들의 비웃음을 살 뿐이죠.

찹찹한 마음을 안고 도심으로 나간 터보의 눈에 비친 속도의 세계는 짜릿한 것이었지만 우연찮게 마셔버린 니트로 연료의 화학 작용(?)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별종 달팽이가 되고 말죠. 여기서 살짝 히어로물의 포스가... 아무튼 스포일은 이쯤 해두고 주변의 얘기로 돌아가면...


태생적인 루저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이 영화에서 읽히는 기본 정서 중 하나는 태생적으로 루저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입니다. 터보와 체트를 비롯한 느림보 달팽이도 그렇고 그들을 잡아다(?) 달팽이 레이싱의 신세계를 경험케한 티토와 안젤로 형제, 그리고 그들의 타코 식당 옆 상가 사람들까지 주요 인물들은 누가봐도 사회적으로 보면 루저라는 딱지를 붙여도 억울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었죠.



미국에 이민와서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밥벌이나 하는 사람들을 끌어안는 드림웍스의 행보는 나날이 미국에서 세를 더하는 이들의 주머니를 노린 우호적이며 경제적인 제스처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뿐 아니라도 하루하루 팍팍하게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받아들이고 싶네요. 설령 그게 작품 속 기 가니예의 대사들처럼 미디어가 대중에게 던지는 사탕발림 같은 것이라고 해도요.



아무튼 성공을 꿈꾸는 티토에게 찾아든 터보라는 선물은 그런 루저들에게 찾아온 선물이었고 극장을 찾은 모두에게도 선물이었는데요. 꿈과 현실 사이에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터보의 모습은 애잔하면서도 좀 더 지지하고 싶은 마음을 끌어내는 존재로 작품의 전형성을 더욱 공고히 해주고 있습니다.


형제들은 미국이건 한국이건 다 그래...



또 한가지 작품 속에서 눈에 띄었던 건 두 형제들 사이의 관계와 회복이 닮아있다는 겁니다.
달팽이인 터보와 체트 형제, 타코를 팔던 티토와 안젤로 형제가 그들인데요. 이 두쌍의 모습도 참 전형적입니다.



많이들 들어 보셨을 거에요.
형제 중 첫째는 안정 지향적이고 상황에 순응하는 편인 반면 둘째는 틀을 깨고자하고 변칙적이라는 얘기. 보통 이런 전형성은 가족 관계 안에서 각자에게 향하는 기대치가 달라지면서 생긴다고 분석하곤 하는데요.



예컨대 부모 봉양의 책임을 지고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고 자라는 첫째들은 부모님이 보내는 기대와 가족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인지하면서 점점 기존의 것을 지켜가고 안정적으로 보듬는데 주력하게 되는 반면 동생의 경우 부모가 첫째에게 보내는 관심에서 일정 부분 소외되면서 적당히 반항하기도 하고 거꾸로 부모에게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기 위해 어찌보면 무모해 보이지만 리스크를 안고 도전하는 편이라는 얘기요.



이렇듯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구성원들의 구도는 각각의 성격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터보 속 인물들도 이런 전형성을 고스란히 가져갑니다. 늘 스피드를 쫓는 엉뚱한 동생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그러면서도 순리를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형 체트가 그렇고 엉뚱한 방법으로라도 성공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동생 티토와 작은 가게라도 욕심내지 말고 꾸려가자고 말하는 형 안젤로의 모습이 딱 그렇거든요.


전형적인 작품이란 게 꼭 약점은 아냐...



온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터보와 같은 애니메이션은 이렇듯 정형화된 패턴과 플롯을 따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대개 그럴듯한(?) 이야기에 적당히 코믹한 요소를 더한 이야기에 꿈과 희망을 노래하며 꿈을 버리지 말라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늘 도전하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읊어대죠. 어디 그 뿐인가요? 가족 간에는 서로를 믿는 신뢰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또 하고, 잊을만하면 또 하는데요.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작품들이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해지는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이나 가족 간의 사랑, 꿈을 향한 열정이라는 메시지는 우려내고 또 우려내도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전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메시지가 아이들에게도 어렵잖게 전달되려면 어느 정도 전형성이 담보 되어야 한다는 것에도 어느 정도 동감하고 있을테고요.



그래서인지 달팽이가 인디 500 경기에 출전해 프로 레이서가 운전하는 레이싱 머신을 상대한다는 말도 안되는 스토리 안에 담긴 제작진의 메시지는 아주 잘 읽히는데요. 함께 본 제 조카는 아직 6살이어서인지 아직 그런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름 집중해서 본 걸 보면 적당히 재미는 있었던 것 같네요. 물론 저도 재밌게 보긴 했고요. 



3D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드림웍스의 내공은 이미 검증된데다 이번 작품 자체도 이만하면 충분히 흥미롭거든요.~^^ 거기다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건 연기도 안되고 발성도 어설픈 아이돌이나 개그맨을 쓰지 않고 온전히 전문 성우를 고용해 찰진 더빙을 선보였다는 점인데요. 흥행에도 그리 도움되지 않고 두고두고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 욕이나 들어먹는 그런 마케팅보다 작품 자체의 재미로 승부한다는 점은 꼭 칭찬해 주고 싶네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 같은 흥행작들 사이에서 흥행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기엔 괜찮은 작품이라는 평을 끝으로 터보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해 보렵니다.


PS. 집에서 총천연색(?) 달팽이를 기르고 싶다는 아이들이 늘어날지도...;;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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