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WWDC, 별로인 iOS 7 아이콘은 둘째치고 새로운 게 빨리 나왔야 할텐데...

딱히 애플의 디바이스에 큰 관심이 잇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WWDC 키노트 얘기가 나오면 이번엔 잡스가 또 어떤 꾸러미를 들고 나타날지 기대하곤 했었죠. 허나 어느새 잡스는 떠났고 쿡이 이끄는 애플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이번 WWDC 만 봐도요.

소문에 충실, 아이폰의 빈자리를 채운 맥...

쿡이 애플을 이끌면서 이전과 가장 크게 느끼는 차이는 애플의 신비주의가 흐려지고 있다는 겁니다. 작은 소문 하나 나지 않던 혹 나더라도 실체와는 다른 헛다리가 많았던 이전에 비해 이번엔 일찌감치 현실의 메타포를 반영하는 디자인인 스큐어모피즘이 버려지고 최근의 트렌드에 맞는 플랫한 디자인을 선보일 거라는 것부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이야기는 빠질거라는 등의 소문이 착착 들어 맞았으니까요.

회사 사정에 의해 제품 출시나 발표 시점이 달라지는거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런 이야기가 애플 행사전에 충분히 쏟아지고 또 많이들 적중했다는 것. 뭔가 이전의 애플 행사들과는 다른 느낌 아니셨나요?

아무튼 이번 키노트는 iOS 7과 OS X를 중심으로 신형 맥북과 맥 프로가 하드웨어 축을 세우는 모양새를 취했는데요.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저 같은 사람에겐 아쉬운 행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기존과 완전히 달라진 디자인의 맥 프로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눈길을 끄는 게 사실이지만 맥북이나 그런 맥을 아우르며 iOS와의 통합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OS X 메버릭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먹을 것 없었던 잔치는 아닙니다.
다들 이전 모델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전면에 부각되진 않았지만 늘 그렇듯 iOS 7의 화려한 변신이 그런 아쉬움을 매우고도 남았으니까요.

디자인이 구멍을 세련미로 메워가야 할텐데...

iOS 7에 대한 평가는 늘 그렇듯 엇갈립니다.
이미 플랫한 디자인으로 등장할거라는 등의 이야기가 퍼진데다 다른 OS, 예컨대 안드로이드나 윈도우폰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요소들을 꽤 많이 학습해서 OS를 개선한 덕분에 익숙하기까지한 느낌이니까요.

이런 많은 변화는 경쟁사들을 카피캣이라고 비난하면 '너 고소~'를 시전하던 잡스 시절의 애플이 보여줬던 자존심을 얼마간 내려놓고 결국은 이용자의 편의성에 귀기울였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는데요. 덕분에 이번엔 애플이 베꼈다는 타 OS 지지자들의 비난도 만만찮게 쏟아지고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야 그간 불편을 감내하며 주변의 다른 폰을 보며 아쉬워했을 것들이 많이 개선되었으니 예쁘게만 보일테죠.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이번 iOS 7의 업데이트를 계기로 운영체제든 디바이스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벤치마킹하면서 진화해 가는 거라는 소박한 진리를 받아드렸으면 좋겠지만 모르죠. 앞으로도 계속 너 고소 시전은 계속될런지~ㅎ

하지만 화사하게 바뀐 이번 iOS 7의 디자인이 멋지다는 것에 동의하긴 어렵네요.
디자인 자체는 늘 호불호가 나뉘는 개인의 취향의 영역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이번 디자인이 지나치게 오버스럽지 않나, 오히려 이전보다 촌스러워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고요. 

뭐랄까. 지나치게 화사해진(?) 탓인지 '고런처의 테마(그것도 완성도가 별로인) 중 하나다.'라고 해도 속아넘어갈 것같은 아이콘 디자인은 색감부터 디테일한 느낌까지 완성도가 높아보이지 않더라고요. 딱히 스큐어모피즘을 지지했던 건 아니지만 풍성해 보였던 이전 디자인을 헌신짝처럼 벗어던지며 단번에 잡스 사후의 애플을 트렌드에 맞춰서 바꿨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말이죠.

암튼 베타 버전을 지나 실제 사용자의 아이폰에 업그레이드될 시점엔 모쪼록 더 세련되어 지길 바랄 뿐입니다. 지금의 플랫한 변신이나 개선된 편의성은 가져가더라도 아이콘의 어색함이나 과함을 덜어내고 애플 특유의 세련미를 보여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랄까요.

소프트웨어의 잔치, 문제는 새로운 카테고리...

예상대로 이번 WWDC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잔치였습니다.
그래서 하드웨어 생산보다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에 방점을 둔 회사, 애플 본연의 이미지가 잘 부각되긴 했지만 앞으로 애플이 어떤 쇼를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우려도 없지 않은데요.

당분간, 그러니까 애플이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디바이스를 선보이지 않으면 고만고만한 반복만 이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죠. 새로운 무엇이 없다면 모델명만 조금씩 달라진체 조금씩 개선되는 수준일텐데 그나마 이번에는 잡스가 세웠던 건물을 쿡과 아이브가 리모델링하면서 많은 변신을 시도한 덕분에 달라진 점을 실감할 수 있었지만, 이런 판갈이를 자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애플의 전매 특허인 새로운 카테고리의 무엇을 내놓지 않는다면 혁신의 아이콘 애플에 대한 기대는 조금씩 사그러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제 생각이 단순한 기우일수도 있고 애플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기에 공식 석상마다 우리에겐 아직 여러분을 흥분시킬 새로운 제품들이 많다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뭐 제품은 나와봐야 아는 것이니. 성공작이라고 평가받지 못했던 iTV의 개선판부터 새로운 카테고리 후보로 유력하지만 거꾸로 지금의 아이폰과 싸워야 할지 모르는 iWatch 등 애플이 내놓을 참신할 무엇의 존재가 더 절실해져 가는 요즘이 아닌가 싶습니다.

-_- 다 됐고, 진짜 저 아이콘들 이상하지 않나요?

뭔가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이 선호할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