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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다,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과 다시 마주하다... 본문

N* Kidz

한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다,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과 다시 마주하다...

라디오키즈 radiokidz@daum.net 2012. 8. 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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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랑 전혀 다를게 없던 퇴근길.
시간은 이미 9시에 가까워진터라 늦은 퇴근길을 재촉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역을 벗어나 아파트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는데 누군가 다리를 잡더군요.



길을 잃은 아이에게 붙들리다...


이어폰을 낀 상태라 무슨 일인가하고 돌아보니 남자 아이가 울며 바지를 붙듭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던 아이는 엄마를 잃어버렸답니다. 당황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 조금 횡설수설이었죠.


Rafael
Rafael by Chris JL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적잖은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 나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왜 그 아이가 절 붙잡은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급한 건 엄마를 찾아주는 일이었죠.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조금 떨어진 곳을 이야기하더군요. 집에 데려다 줘야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보다 경찰을 불러야 하는 게 아닌지 잠시 망설였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이런 일에 전문가일테니까요. 하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기에 일단 엄마 전화번호를 아느냐고 물었죠.


알고 있답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 순간 긴장이 조금 풀리더군요.
사실 생면부지의 어린아이가 울면서 바지를 붙들었을 때 그 녀석 못잖게 제 마음도 혼란상태였거든요.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다가 바로 연락하면 되겠구나 싶었으니 긴장이 안 풀릴 수가 없죠.

차근차근 아이에게 엄마 연락처를 받아들고 전화를 했습니다.
처음엔 안받더니 두번째로 다시 거니 받으시더군요. 의외인건 그때까지 마음속으로 동요하던 저와는 달리 너무 차분한 목소리셔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는 건데요.^^;; 아무튼 근처 편의점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아이와 함께 그쪽에 가서 잠시 서있었습니다.

엄마랑 연락이 됐다는 걸 알았는지 아이는 안정을 찾아갔고 자기 휴대전화를 보여줬는데요.
그 폰은 가입자 인증이 안된 상태, 즉 이미 해지된 3G폰이더군요.=_=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에게 아직 휴대전화가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 그냥 가지고만 다니라고 폰을 주신 것 같던데 이런 위급한 상황에선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만큼 개통은 해주는게 어떨까 싶었어요.

아무튼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아이 엄마의 등장으로 사건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탈 없이 마무리 됐죠. 오히려 제가 아이만큼이나 당황해서 우왕좌왕했지만 무사히 엄마와 만나게 되서 다행이다 싶었는데요.


어린시절, 길을 잃었던 나...


...그리고보니 제게도 저런 기억이 있습니다.
잘못했으면 미아가 될뻔한 그런 추억(?). 아마 누구나 그런 경험 한번씩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대여섯살 정도의 꼬맹이 시절. 모험 놀이를 즐겼습니다. 거창하게 모험이라지만 그냥 집에서 조금 멀리 가보는 상상력을 적절히 버무려 세상을 탐구하는 그런 나날이었죠.

그러던 어느날 옆집 누나(-_- 그래봐야 한 살 위였던가?) 한가지 제안을 해왔는데요. 자기 할머니댁에 가자는 거였어요. 같은 도시 안에 있다는 할머니집 찾아가기가 커다란 모험이 될지는 그때까지는 몰랐습니다.


걸어서 가보는 건 그쪽도 처음이었기에 인도자라기 보다는 그냥 동반자였던 옆집 누나와 조무래기들. 금새 찾아가겠지라는 희망과는 달리 한참을 걷고 또 걸어도 누나의 할머니집은 나오지 않았고 우리 무리는 여기저기를 무작정 방황했습니다. 당시 기억이 조각조각 나 있는 상태긴 하지만 꽤 오래 헤맨걸로 기억하는데요.


The Old Garden in Malacca
The Old Garden in Malacca by Stuck in Custom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놀러 나간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으니 부모님도 걱정을 하셨다더군요. 한참 시간이 흐른 후 한통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죠. 3-6408. 당시 저희 집 전화번호 였는데요. 국자리가 한자리인걸 감안하면 얼마나 오래전 얘긴지 새삼 실감이 나네요.

암튼 집에 전화를 건건 한 청년(-_- 아저씨일지도).
저희를 보호하고 있단 전화였다는데 유괴를 당하거나 한건 물론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분은 절 부모님과 상봉하게 해준 고마운 분이죠. 상황은 그랬습니다. 뱅글뱅글 낯선 골목을 돌던 우리 앞에 공중전화가 있었고 우연히 전화를 걸러 공중전화를 찾아온 그 청년한테 제가 부탁을 했던거죠.

집에 전화를 좀 해달라. 번호는 이거고 우린 길을 잃었다.
클리어한 기억이 아닌지라 또 고작 대여섯살된 아이가 조리 있게 말하진 않았을거란 추측을 깔고도 대략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군요.

다행이 남루한(?) 행색을 하고 있던 조무래기 무리를 외면치 않고 집에 연락을 해준 덕분에 저희는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죠. 사실 집에 돌아와서의 기억은 없습니다. 말도 없이 멀리 놀러 갔다고 혼이 났는지 그래도 전화까지 걸어달라고 얘기해서 호기롭게 사태를 수습한걸 칭찬이라도 받았는지. 써놓은 것처럼 단편적인 기억들이 섞여 있어서 말이죠.

하지만 이후 가끔 미아나 길을 잃어버리는 아이들 얘기가 나올때마다 그 사건을 다시 얘기하면 그래도 기지를 발휘해서 집에 돌아온걸 칭찬을 받곤 하는 걸 보면 많이 혼났던 것 같지는 않은데요. 어제 그 아이도 크게 혼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당황하긴 했지만 엄마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고 있었고 덕분에 무사히 엄마한테 돌아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글의 교훈은 부모님 전화번호는 꼭 아이들에게 숙지 시키자 정도로 마무리 지어야 겠지만 그보다 제겐 어린 시절 저를 도와줬던 그 청년 혹은 아저씨와 오랜만에 다시 조우한 것 같은 묘한 기분에 휩쌓였던 밤이란 얘길 하고 싶었네요. 그 분은 또 얼마나 당황하셨을런지. 새삼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요.


어제 엄마를 잠시나마 엄마와 떨어졌던 1학년 3반 서군은 절 기억해 줄까요?

30년이 지난 어느 날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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