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휴대전화 제조사 HTC. 최근 몇년새 그들이 이뤄낸 성과는 가히 눈부실 정도다.
윈도우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입지를 다져오던 그들은 구글이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했다. 최초의 안드로이드폰 G1부터 최초의 구글폰 넥서스원까지 빠른 시간 안에 다져온 그들의 위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휴대전화의 강자를 넘어서는 수준.
해외에선 날지만 국내에선...
하지만 국내에서 그들의 입지는 해외의 그만큼은 이르지 못한 상황.
몇해전 터치 듀얼과 다이아몬드라는 윈도우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을 SKT를 통해 출시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진 못했고 꽤 오랜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었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지금만 못했던 탓도 있었고 그나마 국내 제조사들의 모델에 관심이 집중됐었기 때문에 시장 안착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도 지금의 HTC를 대표하는 Sense UI의 뼈대가 되는 특유의 UI를 선보여왔기에 소수이긴 해도 마니아들이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꾸준히 출시되던 새 모델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워할 뿐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재기의 때가 왔다.
아이폰 출시 이후 부쩍 힘이 붙은 스마트폰 시장에 맹주 아이폰을 꺽기 위한 안드로이드 진영이 구성되고 HTC 역시 갈고 닦은 무기를 가지고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아이폰을 등에 업은 KT와 대항해야 하는 SKT가 뽑아든 카드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맹주 자리.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업체 뿐 아니라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그리고 HTC까지 다양한 안드로이드폰 라인업을 발표하며 아이폰 중심으로 흐르는 시장에 변혁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전쟁에 참전한 HTC는 안드로이드와 윈도우 모바일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동시에 내놨다. 아직 일부 국가에만 출시된 '신상' 안드로이드폰 디자이어(Desire)와 지난 12월 출시됐지만 윈도우 모바일 진영의 희망이라 불리고 있는 윈도우 모바일폰 HD2가 그 주인공.
몇해간 새 모델을 출시하지 않은 그들이 준비한 새 무기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무기들은 아이폰으로 기운 시장의 분위기를 얼마나 반전시킬 수 있느냐 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HTC를 얼마나 부상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이어, HD2...
지난 주말 HTC는 기자 간담회 이후 조촐하게나마 블로거들에게 새 스마트폰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SKT로 곧 출시될 디자이어와 HD2를 먼저 선보인 것이다.
행사장에 가서 만난 디자이어와 HD2.
구글폰 넥서스원과 쌍둥이라고 불릴 정도로 닮은 사양을 제공하는 디자이어는 1GHz 스냅드래곤과 3.7인치 AMOLED 등 얼핏봐도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전반적인 디자인도 HTC 스타일 그대로 또 7개의 화면을 오가며 사용하게 되어 있는 사용자 중심의 Sense UI 역시 화려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넥서스원을 기다리던 이들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란 얘기다.
HD2도 인상적이었다.
일단 4.3인치나 되는 시원스런 화면은 이걸 들고 다녀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남성 사용자라면 크게 부담스러울 것 같지는 않았다. 얼추 마지노선이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또 윈도우 모바일에서 한계라고 여겨졌던 멀티 터치를 지원하고 속도 또한 윈도우 모바일이라는 걸 감안하면 쾌적한 편이었다.
재기를 넘어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둘다 나름의 매력으로 시장을 공략해갈 녀석들.
제품 소개와 시연이 끝나고 Q&A 시간에 나온 질문 중 기억에 남는게 하나 있었다.
디자이어야 이제 막 싹트고 있는 국내 안드로이드폰 진영이 기다리던 녀석이니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상황이지만 HD2는 그렇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 것. 윈도우 모바일이 6.5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7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구형 OS를 탑재한 것이 아쉽다는 내용이었는데 HTC의 답변은 명쾌했다.
윈도우폰 7의 출시는 올해말 그것도 한글판은 내년에나 나올 것인만큼 당분간은 윈도우 모바일 6.5의 시장이고 그 사이 가희 괴물폰이라 불렸던 HD2가 국내에서 윈도우 모바일폰을 찾는 이들의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란 얘기. 틈새를 노리는 HTC와 SKT의 영민함이랄까? 시장의 반응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디자이어 단독 출시가 아닌 HD2의 공급은 분명 의미있는 제스처로 보인다.
HTC가 오랜 기간 숨죽여 오다가 꺼내든 두 모델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부족한 HTC가 단번에 기린아로 떠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특히 외산폰답게 A/S 등 공격 받을 부분도 산재해 있는데 이런 점들을 어떻게 해결해갈지.
일단 HTC는 SKT와 함께 A/S를 헤쳐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HTC 외에도 여러 외산폰을 들여오는 SKT가 A/S에 더 힘을 쏟을테니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질지도 모른다.
어쨌든 파란을 일으켜야 하는 HTC와 그 뒤에선 SKT의 움직임이 2010년 5월 모바일 시장에 불꽃을 던져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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