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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았다, 그저 지금에 감사할 뿐...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본문

N* Culture/Movie

울지 않았다, 그저 지금에 감사할 뿐...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라디오키즈 radiokidz@daum.net 2009. 9. 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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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형이라 해도 좋을 병. 육신 안에 영혼이 갇혀 버리는 병.
병이 진행됨에 따라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다가 죽어가는 병.
치료는 엄두도 못내고 그저 병의 진행을 늦춰 지상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데 급급한 병.
질병에 신음하는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만났던 루게릭이라는 희귀병.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그런 루게릭병으로 신음하는 남자 종우와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 지수의 슬픈 사랑 이야기. 지난 주말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왔다.


줄거리는...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를 떠나 보내던 날 우연찮게 만난 어린 시절의 그녀 지수.
한 동네에 살았던 그녀는 장의사로 일하고 있었다. 어렵잖게 사귀자는 종우의 말에 직업 때문에 사랑의 상처를 갖고 있던 지수의 마음은 조금씩 움직인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둘은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종우가 입원한 병원을 보금자리 삼아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병원에서의 시간이었지만 둘은 사랑을 알콩달콩 키워갔다. 하지만 종우가 앓고 있는 루게릭은 육신의 자유를 조금씩 앗아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사랑은 위기로 내몰린다.

시시각각 진행되어가는 병으로 신음하는 종우와 그의 옆에서 그만큼이나 힘겨워하는 지수. 그리고 같은 병실에서 또 다른 이유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는 그렇게 흐른다.


역시나 빛났던 김명민의 연기...


올초였던가? MBC스페셜을 통해 한창 강마에로 주가를 올린 김명민을 재조명한 적이 있다. 정상의 배우가 되기까지 쉽지 않았던 그의 과거와 최고의 주가를 올린 최근. 거기에 한창 촬영중이던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그가 펼치는 연기를 미리 살펴볼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엄청난 체중 감량으로 본인도 힘들어할 정도로 연기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를 더욱 기대케하는 홍보가 됐고 이번에 영화를 본 것도 그가 당시 촬영장에서 보여주던 몸을 아끼지 않는, 아니 엄밀히 말하면 몸을 쓰지 않으며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던 그의 진지한 모습 때문이었다.

물론 배우라면 자신이 연기할 인물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온전히 영화 속 인물이 되기 위해 애쓰는게 당연하다지만 180cm에 51.6kg이라는 평소 체중에서 20kg 이상을 다이어트한 그의 외모는 왠지 생경하기까지 했으니 그것 만으로도 그가 이 영화에 기울인 노력은 단연 돋보였다. 다이어트가 전부는 아니었다. 백종우로 살기 위해 그가 보냈을 시간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시를 준비하던 청년 백종우를 내 이웃의 누군가로 느끼게 할 정도로 생생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던 것 같다.


울라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고...


영화는 종우 외에도 다양한 병이나 사고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을 등장시킨다. 훈련 중 사고를 당해 손가락 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운동 선수나 수년간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켜내느라 삶을 저당잡히고 포기해야하는 가족들.

절망의 나날을 보내는 그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힘이 빠지는데 주인공은 점점 육신 안에 영혼이 갇혀버리는 루게릭. 이렇게 영화는 시종일관, 아니 결말로 흐를수록 슬픔이란 정서를 꺼내며 관객을 압박해간다.

진행성 질병인 탓에 조금씩 몸은 망가져가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게될 때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절망 속으로 떨어져가는 인물들을 조망해가기 때문이겠지만 클라이막스를 넘어 죽음에 이르는 상황까지 때론 담담하게 때론 극적으로 그려낸다.

헌데 왠지 좀처럼 눈물이 나지 않았다.
감히 그 병의 고통을 상상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몇 분간 다큐에서 봐오던 내용을 두시간 동안 그저 늘려서 본 것 같은 느낌 때문일까? 아니면 영화적인 재미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런걸 다 떠나 내 감정이 메말라 버린 탓일까.-_-

당연히 제법 눈물 좀 쏟고 오겠다고(평소에도 자주 찔금 거리는 터라) 생각하고 찾은 극장에서 몇번의 울컥 외에는 통 눈물이 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간탓도 있었겠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무난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지 모르겠다.


조금은 아쉬운 영화로 기억될 듯...


왜 그렇게 됐을까?
노골적으로 '그가 당신을 울릴거라던' 카피가 무색하게 말이다.

일단은 시종일관 어둡게 그려진 병원 풍경. 그 침울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이된 탓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나을 수 없는 병과 뻔히 죽는다는 걸 알고 시작하는 설정도 그렇고 육신에 갇힌채 24시간 옆에서 간호하는 사람도 못알아보는 환자들의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었고 싫었다.
울어줄 만큼 극적이라기 보다는 일견 건조하게 느껴질 만큼.

질병의 고통에서 누군들 자유롭겠느냐마는 건강을 열심히 챙긴다고 해도 피해갈 수 없는 이런 병의 존재는 평소 알고 있던 것 이상의 답답함으로 영화를 보는 두시간 내내 날 짓눌렀고 병을 가운데 놓고 종우와 지수가 나누는 사랑의 모습도 아름답기 보다는 측은함에 더 가까웠다.

물론 이런 것들은 감독이 의도한 부분이고 내가 공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온전히 영화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으리라. 영화는 김명민, 하지원을 필두로 주조연의 안정적인 연기 속에 삶과 질병, 그 사이에 끈끈한 사랑과 정을 나름의 화법으로 이야기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그런 영화 속 모습 만으로 답답하고 슬펐던 영화.
헌데 정작 눈물은 나지 않았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거기에 옥의 티다 싶을 정도로 12세 이상 관람가와 맞지 않는 성적 표현이나 대사는 좀 아니올씨다였다. 종우의 병증과 관련된 일부 장면 외에는 굳이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표현했어야 할까 싶었다.

다만 아무리 몸관리를 잘해도 덜컥 걸릴 수 있는 병. 의학이 발달했다해도 누군가는 영화보다 더 어두운 그곳에서 지금도 신음하고 있겠다는 생각 덕분에 지금의 삶에 자족하는데는 확실히 큰 도움이 된 영화였다.

PS1. 설경구나 가인 같은 예상치 못한 출연자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PS2. 종우, 지수 커플 외에도 영화에선 온통 슬프고 안쓰런 커플들만 보인다.

내 사랑 내 곁에
  • 감독 : 박진표
  • 출연 : 김명민, 하지원 더보기
  • 〃나 몸이 굳어가다 결국은 꼼작 없이 죽는 병이래. 그래도 내 곁에 있어줄래?〃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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