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재즈 사에 길이 남을 보컬리스트.
그녀에 대해 그리 아는 게 없는 나조차도 감히 명곡이라 칭하고픈 I'm A Fool
To Want You 등 익숙한 그녀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으리라.
때로는 현에 때로는 건반에 실려 조용히 읊조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잔뜩 긴장한 누군가의 방어를 풀어낼 만큼 충분히 부드러웠고 가끔 장난스럽기도
(?) 했지만 그녀의 지난했던 삶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자 지금껏 그녀가 전했던 아우라가 또 다르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지난 1959년 7월 17일에 세상을 떠난 그녀는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 이상의 무게 있는 삶을 살다 갔다.
Lady Day의 삶...
그녀는
출생부터 남달랐다. 그녀를 낳은 어머니는 13세의 미혼모였고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빌리에게 평탄한 삶이란 애초에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15살 되던 해부터 살아가기 위해 부르기 시작한 노래. 하지만 음악적인 소양을 제대로 쌓지 못한 체 성장한 그녀는 얼마간의 무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허나 그렇게 지난하게 보내온 시간이 남긴 고독과 우울의 감성이 그녀의 음악은 결국 그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남보다 뛰어나지 않았던 음악적 소양 대신 남보다 더 고단했던 삶을 살면서 목에 베었을 고통이 남긴 상처가 그녀를 더 그녀답게 만들었단 얘기다.
1933년 운 좋게 베니 굿맨 등과 앨범을 냈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데 실패했고 당시 착취에 가까운 대우를 받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다가 이후 그녀에게 Lady Day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그녀의 삶에서 영원한 친구로 남은 레스터 영과 다시 작업하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로서의 삶을 살아가게된 그녀지만 웬일인지 그녀의 삶은 그 다음에도 그리 평탄하지 못했다. 그녀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남자들에 의한 학대로 세 번의 결혼이 모두 파경을 맞았고 쉴 사이 없이 그녀를 흔드는 세상의 무게에 결국 그녀는 술과 헤로인에 몸을 맡긴 체 시들어간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감성과 목소리를 팔아 번 돈을 헤로인에 쏟아 붓고 감옥과 재활원 등 그리 행복하지 않은 곳에 발을 들이게 된다. 재활의 의지를 불태우고 인기를 다시 얻은 적도 있지만 벌어들인 돈은 모두 헤로인으로 다시 써버려 결국 그녀는 인기와 성공의 끝에도 부를 모으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녀의 마지막도 헤로인 때문에 들어간 재활원에서 맞이했다니 이 얼마나 지난한 삶인가. 그렇게 빌리는 1959년 약 45세의 많지 않은 나이로 영면에 들게 된다.
애환을 담은 그녀의 노래...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 50년이 지나도록 그녀의 목소리는 전세계인의 귓가를 맴돌고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다. 슬플 때는 더 슬픈 음악을 들어보란 얘기가 있다. 슬픔의 바닥에 도달하면 다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설명을 달고 있는 그 말에 난 동의하는 편이다. 울적할 땐 울고 슬플 땐 정말 슬퍼해주는 것. 그렇게 슬픔을 털어내고 다시 현실로 발을 디디면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얻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때로는 누군가를 우울함의 수렁에서 꺼내주고 더 없는 위안이 되어주었던 그녀지만 돌아보면 그녀가 가졌던 그런 치유의 힘은 반대로 그녀가 살았던 지독한 삶이 남긴 흡사 사리와 같은 유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독한 슬픔의 시간이 남긴 자국들.
엘라 피트제랄드나 사라 본 등과 함께 역대 3대 디바로 늘 꼽히는 그녀.
우울의 정서가 가득했던 그녀의 낮은 읊조림을 추억하고파 그녀의 명반 'Lady In Satin'을 꺼내들었다. 이 한여름의 밤을 더 깊은 블루로 물들일 그녀의 음악, 그녀를 추억하며 함께 들어보는 건 어떨지.
조심스레 그녀의 노래와 삶을 반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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