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헷갈리는 긴 제목의 영화를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났다.
긴 제목 만큼이나 긴 러닝타임을 자랑한 영화는 8시에 시작한 시사회가 10시 45분이 될 때쯤야 끝났는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란 제목의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멋진 배우들을 통해 거꾸로 세상을 살았던 벤자민 버튼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평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좀 특별한 남자와 그녀의 이야기...
줄거리는...
벤자민이란 소년이 있다. 아이를 낳다가 부인이 죽자 화를 못이긴 아버지의 손에 버림받은 소년은 남과는 확실히 달랐다. 백내장 때문에 눈은 안보이고 귀도 제대로 안들리는 벤자민. 의사는 그를 곧 죽을 노인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녀를 기르게된 흑인 엄마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를 키워낸다.
주변의 걱정 속에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벤자민. 헌데 아무도 그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걸 모른다. 태어날때부터 80세 할아버지 같았던 그가 휠체어에 의지하는 신세에서 목발을 짚기 시작하고 중년의 아저씨 같은 10대를 보내는 와중에도 그의 변화를 눈치채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벤자민 자신조차...
어쨌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벤자민은 아름다운 소녀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데이지.
벤자민에게 평생을 품을 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삶의 의미... 순환하는 사랑...
이 영화는 그 벤자민과 그녀 데이지의 슬픈 사랑을 담고 있다.
갈수록 어려지는 남자와 늙어갈 수 밖에 없는 아니 평범했던 여자와 특별했던 남자의 사랑 이야기. 한마디로 판타지 멜로라는 묘한 장르...
평범한 사람들과 반대로 나이가 들수록 어려지는 외모를 가졌다는 것은 동안 열풍과는 다른 의미에서 그를 특별하게 만들지만 남과 다름은 그만큼 힘든 사랑을 품도록 한다. 데이지가 한창 20대의 빛을 발할 때는 노쇠한 중년의 모습이었다가 그녀가 나이가 들무렵 20대의 빛을 발하는 육체를 선보이는 벤자민의 사랑이 어찌 순탄할 수 있겠는가.
때론 멀어지고 가까워지길 반복하는 그들의 애닯은 사랑이 나름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긴 하지만 애잔한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갈때는 찡하기도 했다. 물론 돌아보면 우리네 삶은 누구하나 소설 아닌 사람이 없고 찐한 에피소드가 없는 경우는 없는 듯 하지만 벤자민의 존재로 영화는 또 다른 의미의 사랑을 그린 것 같다. 그녀를 보호하다가 그녀에게 보호를 받게 되는 설정까지...
포레스트 검프가 오버랩되다.
벤자민은 1918년 1차 세계 대전이 끝나던 날 태어난다. 그리곤 미국의 근현대사를 정면으로 지나간다. 역마살이 끼어있는지 자신의 몸을 건사할 나이가 되자 본격적으로 세상을 누비기 시작한다. 남과 다른 외모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적인 삶을 열어가는 그. 노인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다시 청년이 되기까지 그의 모험적인 삶은 계속된다.
그 사이 그는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기도 하고 세계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데... 이런 설정들이 왠지 포레스트 검프의 그것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은 모자라지만 자신 만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부딪쳐가고 세상을 사랑했던 검프와 특출난 외모에도 굴하지 않고 세상을 누비던 벤자민의 모습만 이야기해도 이 둘의 느낌이 많이 오버랩될 게다.
걸출한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를 더 빛나게 하다.
독특한 미장센으로 영화를 재단하던 데이빗 핀처 감독과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같은 배우드들이 일군 이 영화는 독특한 소재가 주는 재미보다는 독특하지만 묘하게 납득되는 상황과 인물들이 그려가는 평범함과 사랑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던져준다.
아니 던지는 메시지조차 일상적인 것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여운은 제법 길게 드리워지는데 이는 이야기 자체의 힘과 배우들의 연기가 이뤄낸 결실일 것이다.
대단히 서사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쉼없이 쏟아지는 에피소드는 벤자민 버튼이라는 한 남자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손에 잡힐듯 그려낸다. 왜 그렇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사랑하며 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관객들에게 옹색한 변명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조금 어색한 CG 느낌이 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훌륭한 노역
(?)을 선보인 브래드 피트의 관록이나 눈부신 20대부터 초로의 노인까지를 무난히 소화한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특히 좋았지만 딱 그녀다운 아우라를 쏟아낸 비중있는 조연 틸다 스윈튼. 안타깝지만 나이든 티가 너무 났던 줄리아 오몬드. 사랑 넘치는 벤자민의 엄마 퀴니를 연기한 타라지 P. 헨슨의 연기도 좋았다.
결국 거꾸로 가는 시간을 살았던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이렇게 흘러간다.
오랜만에 잘 잡은 시사회였다는 느낌...>.<
[관련링크 : Benjamin200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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