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팀원들과 영화 번개로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Sweeney Todd :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을 보고왔다.
탁월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팀 버튼과 그 이름 만으로 카리스마를 뿌리는 조니 뎁이 다시 한번 조우한 영화 스위니 토드는 한 이발사의 복수극을 다루고 있다.
잔혹한 비주얼과 상반되는 아름다운 음악이 가득한 기묘한 영화 스위니 토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줄거리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둔 이발사 벤자민 바커. 하지만 그의 행복을 시기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커는 그의 아내를 탐하는 터핀 판사의 음모로 누명을 쓰고 15년 동안 긴긴 감옥 생활을 한다.
그런 그가 다시 고향인 런던의 플릿가로 돌아온다. 스위니 토드로 이름을 바꾼 그에게 남은 건 아내와 딸을 앗아간 이에 대한 복수심뿐... 스위니 토드의 잔인한 복수는 그렇게 시작된다.
인간의 본성... 그 원초적 욕구에 충실한 작품
사랑, 배고픔, 복수 등 스위니 토드의 주요 소재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것들이다.
과거 아내와 딸을 사랑했던 그래서 그 마음이 대중에 대한 무차별적인 복수심으로 옮아가는 토드의 사랑과 과거 자신이 탐하던 여인의 딸을 양녀로 키우면서도 그녀와 결혼할 마음을 먹고 음흉한 눈빛으로 훔쳐보기 바쁜 더핀 판사나 모두 사랑에 솔직하다 못해 본능적인 욕구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그 뿐인가. 어떤 내용물이던 맛만 있으면 된다는 런던의 시민들이나 주린 배만 채울 수 있다면 좋은 런던의 빈민들. 그게 고양이 고기든 러핏 부인의 인육이든...-_- 뭐 배고픔이란 욕구가 그런게 아니겠냐마는 조금 무섭기까지 한게 이 작품이 배고픔을 다루는 방법이다.
또 영화의 주요 테마인 복수라는 주제도 병적일 정도로 복수에 집착하고 그 복수의 대상을 일반에게 돌려버린 토드의 충격적인 연쇄 살인으로 잘 녹여내고 있다. 더욱이 그 복수가 부르는 또 다른 복수를 통해 인과응보라는 주제의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역시 팀 버튼... 역시 조니 뎁...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팀 버튼과 조니 뎁이 만들지 않았다면 -_- 아마 보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겐 이 정도의 슬래셔
(?)도 기피의 수준에 이르는지라 굳이 보고나서 찝찝할 영화를 보러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 둘의 브랜드 네임이 그런 마음을 돌려 먹는데 큰 역할을 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런던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스위니 토드에 관심을 가졌다는 팀 버튼이 연출한 런던은 암울하고 빈민으로 넘쳐나는... 당장이라도 화면에서 시궁창 냄새가 뿜어져 나올 듯한 분위기였지만 빛과 그림자를 조절하고 어두움에 대비되는 이미지를 통해 구성한 런던은 을씨년스러운 동시에 매혹적인 공간이었다.
토드의 이발소 주변에 무겁게 내리 깔린 잿빛과 그와 대비되는 붉은 기운이 가득한 파이 가게 지하실, 또 토드가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러빗이 꿈꾸는 행복한 미래의 모습도 현실의 런던과 기괴할 정도로 확연히 대비되는 덕에 더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이렇게 팀 버튼이 완성한 화면의 디테일이나 톤위에서 자유로운 연기를 펼치는 건 역시 그이 페르소나 조니 뎁. 스위니 토드를 포함 어느새 이 둘의 만남으로 완성된 영화가 6개째라고 하는데 그만큼 서로를 잘 이해하고 감독의 독특한 시각을 독특한 캐릭터로 완성해나가고 있는 듯 하다.
명불허전이라고 이번 영화에서도 조니 뎁의 연기와 노래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조니 뎁이 이번 연기를 위해 노래 연습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래 실력도 흠잡을 때 없었고 특유의 카리스마와 분장의 힘을 빌어
(사실 분장이 아니라도 그는 특별하다.) 공포스럽고 기괴한 복수심에 불타는 스위니 토드라는 인물을 매끄럽게 연기하고 있다.
주옥 같은 배우들의 호연...
스위니 토드가 팀 버튼과 조니 뎁의 영화이긴 하지만 이 외에도 빛나는 배우들이 함께 연기를 펼쳤는데 토드에게 연정을 품고 기꺼이 그의 공모자가 되어 피의 복수극을 돕는 여인으로 분한 파이 가게의 러빗 부인을 연기한 헬레나 본햄 카터도 좋았다.
토드 만큼이나 창백하고 기괴한 얼굴과 헤어스타일을 한채 음습한 지하실에서 파이를 구워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인육 파이를 팔아 돈을 벌며 행복해하는 그녀는 가난이라는 현실 앞에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우연히
(?) 거두게 된 토비에게 쏟게되는 모정과 토드에게 느껴지는 애정 사이에서 토드를 선택하지만 그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조금은 가련한 여인을 썩 잘 연기해냈다.
그리고 더핀 판사로 분해 욕정에 순순히 영혼을 저당잡혀 부당한 힘을 휘두루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알란 릭맨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토드와 더핀이 주거니 받거니 부르는 Pretty Women는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부조화가 이루는 앙상블이 가히 압권이었다.
안타까운 건 뮤지컬에선 더핀 판사가 그의 수양딸을 훔쳐보면서 펼치는 특별한
(?) 연기가 있다고 하는데 영화에는 그 부분이 빠져 있어 아쉬웠다. 그 장면이 들어갔더라면 한결 더 악인으로 여인을 탐하는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이 잘 드러났을텐데...
인과응보를 뛰어넘는 매력 요소...
스위니 토드는 음울한 런던의 풍경, 선혈이 낭자하는 기괴한 이발소와 인육 파이를 파는 가게 등을 배경으로 사랑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칙칙한 화면과 대비되는 선명한 피의 이미지는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라는 부제를 정말이지 잘 살리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플롯은 단순한 편이다.
과거의 사건과 그로 인한 복수, 복수가 부른 또 다른 복수...
결국 악은 악으로 망한다는 식의 평범한 마무리라는 이야기다. 물론 결말 부분을 단순한 인과응보로 볼 것인가. 엇갈린 사랑의 흉흉한 끝으로 보느냐 등에 대해 얘기해 볼 여지가 있긴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해도 스위니 토드는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는 익순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
하지만 스위니 토드에서 지켜봐야 할 건 이런 평범한 이야기 구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슬픈 사랑과 잔혹한 복수. 그리고 그들을 이어주는 매력적인 노래와 배우들의 연기일 것이다.
물론 놀라운 디테일로 재창조된 런던 세트나 이발소, 파이 가게 등의 공간이 주는 매력도 상당하지만 뭐 이런거 더 떠나서 -_- 팀 버튼과 조니 뎁의 팬이라면 닥치고
(?) 봐야할 지도...
실화를 바탕에 깐 잔혹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19세기 런던에서 일어났던 160명 연쇄 살인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이후 후대의 이야기꾼들에 의해 소설로 만들어지고 연극으로도 각색돼 상영되어 오다가 1979년 드디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초연됐다고 한다.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진 작품인 것이다.
또 헤어스프레이도 그랬지만 요즘은 원작 뮤지컬과 영화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쌍끌이 흥행을 노리는게 유행인가 보다. 스위니 토드도 이미 지난 해 뮤지컬로 먼저 공연한 후 영화가 그 뒤를 따라 개봉했기 때문이다.
이미 뮤지컬을 본 팀장님의 제보에 의하면 영화와 뮤지컬은 일부 디테일을 제외하곤 유사한 플롯을 고스란히 밟아간다고 한다. 러닝 타임 때문인지 몇 곡 빠진 노래도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 멋진 곡이 끼어있다고 해서 아쉬운...
전체적으로 스위니 토드에 소개된 곡들은 어둡고 침울하면서도 아름답다.
Johanna나 Pretty Women과 같은 곡이 아름다운 편이라면 The Worst Pies in London, A Little Priest와 같은 곡들은 기괴한 유머러스를 느끼게 한다. 다양한 감정을 담고 뿜어져 나오는 이런 노래들.
최근 이례적일 정도로 뮤지컬 영화들을 많이 보고 있지만 대부분 매우 만족스럽게 감상을 남기는 걸 보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매혹되는 유전자가 내 몸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나보다.
그건 그렇고 스위니 토드는 분명 잔혹하다.
선혈이 낭자하고 인육이 굴러다닌다. 하지만 단순히 공포스럽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볼까 말까를 한참이나 망설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챙겨보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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