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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Culture/Movie

이유 있는 흥행작... 원스(Once)

라디오키즈 2008. 1. 22. 19:16
2007년 연말 영화계의 이슈 중 하나는 작은 영화 원스(Once)의 성공이었다.
성공이라고 해봐야 20만명 수준의 관객을 모은게 고작이었지만 겨우 10여 개의 극장(그것도 확대 개봉해서)에 걸렸던 것에 비하면 의미있는 스코어였으며 영화에 쏟아진 관객의 찬사는 그 이상으로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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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돈 1억 4천만원 정도가 투입된 초저예산 영화.
사랑의 감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노래와 거칠지만 현실적인 영상이 관객의 마음을 동하게 했던 영화 원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줄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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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는 남자와 그의 노래를 들어주는 한 여자.
우연처럼 만나게 된 둘은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서로 격려하고 도와가며 차차 호감을 느끼는 남녀는 이내 새로운 노래들을 만들어가는데...

그 남자 이야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함께 살며 그의 일을 돕는 남자. 하지만 그는 공식적인(?) 직업인 수리공보다는 거리의 악사로 낡은 통기타 하나만 둘러메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새로운 곡을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과거의 여인을 그리며 혹은 후회하며 만들어가는 노래가 한곡씩 쌓여갈 때쯤 거리에서 만난 그녀에게 애정을 갖기 시작한다.

그 여자 이야기

매일 그 남자 주변에서 노래를 듣고 있던 그녀. 남편과 별거 중 아일랜드로 건너온 체코 여인이다.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그녀 또한 외롭고 팍팍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거리의 악사와 이야기를 하고 함께 노래를 만들며 그의 삶속에 발을 담그면서 조금씩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다.  
 

너무나 현실적인... 인간극장식 감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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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를 보면서 느껴지는 감성은 뭐랄까.
인간극장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이었다. 핸드헬드로 찍은 투박한 영상에서 전해지는 진정성은 화려하기 보다는 다분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당장 내가 살고있는 이 마을의 어딘가에서 실제로 이런 연인이 살고 있지 않을까하는 물음을 가지게 할 만큼...

투명하게 비치는 창 너머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손님이 없는 점심 시간 악기 판매점에서 화음을 맞춰가며 노래도 부르고 집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마트에서 건전지를 사오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 등은 드라마적인 설정으로 한없이 비틀어대는 사랑 이야기와는 한참이나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런 현실성 덕분에 더 아픈 제약들도 따른다.
둘의 사이가 깊어지고 서로를 원할수록 가까이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들이 나타나지만 여타의 영화들처럼 이런 현실적인 제약들을 '오직 사랑으로 극복했어요'식의 진부함에 안주하지 않기에 더 오랜동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된 것 같다.


낯설지만 공감가는 아일랜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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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영화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서 다른 분위기를 내곤한다.
아바를 배출한 스웨덴 음악이 대체로 밝았던 이유가 풍요로운 복지 정책 속에서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 국민성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원스를 보기 전에 아일랜드의 음악과 영화는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했었다.

한때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었던 아일랜드는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배경으로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전보다는 좀 더 살만해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달리 원스 속 아일랜드는 여전히 꿈과 현실이 충돌하는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조그만 전파사(?) 수준의 수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주인공도 그렇고 체코에서 넘어와 길에서 꽃을 팔고 가정부로 일하는 여주인공의 삶은 음악이라는 도피처가 있어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는 팍팍한 것이다.

음악이란 꿈과 위안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려 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이 엿보이는 그곳은 우리가 사는 이 공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현실에 안주하며 매일 매일이 패턴화되어가는 삶에 염증을 느끼다가도 다시 그 쳇바퀴에 몸을 맡기는 하루를 보내는 우리네 삶은 아일랜드나 우리나 비슷하다는 이야기.

특히 노래를 부르며 행인들의 돈을 챙기는 거리의 악사와 블로그에 광고를 걸어놓고 글을 쓰는 내가 중첩되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지나친 생각이겠지?


음악 영화 원스의 신선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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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뮤지컬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영화 원스에서는 다양한 노래를 만날 수 있는데 원스 속 노래들은 주인공들의 사랑과 회한,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과거의 사랑을 그리고 새로운 사랑에 혼란을 느끼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인상적인 가사와 선율로 더 없이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OST도 제법 많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

재밌는 건 원스의 출연진이 단순히 우리에게 낯선 배우일 뿐 아니라 실제로 인디 뮤지션이란 사실인데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글렌 한사드는 영국의 인디밴드 The Frames의 리드보컬이며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마르케타 이글로바도 체코 출신의 뮤지션이라고 한다.

그리고 감독인 존 카니도 한때 The Frames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했었다니 감독부터 배우까지 음악이 무엇인지 그 꿈을 향해 살아간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 덕분에 관객에게 더 사실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정해진 이름이 없다는 점도 신선하다.
각각 Guy와 Girl로 표기되는 두 주인공의 이름은 사랑을 경험한 이들에게 각각 나와 너를 치환해 넣어도 어색할 것 없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또 한번 현실적인 사랑의 느낌을 갖게 하는 요소가 되어주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다는 미사여구보다는 현실적이다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아일랜드 영화 원스는 오랜동안 내 기억 속에 자리잡을 듯 하다.

혹여 아직 원스를 보지 못했다면 지난 달 DVD로 출시되었으니 챙겨보시길 권하는 바이며 14일간 촬영됐다는 영화 속 음악과 진솔한 사랑에 마음을 맡겨보시기 바란다.

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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