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비행정 시대에 지중해를 무대로
명예와 여인과 돈을 걸고 하늘의 해적과 싸워 "빨간 돼지"라 일컬어진
한 마리의 돼지의 이야기다.
1992년 작품인 Porco Rosso..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를 어제 서야 봤다. 작품을 다 감상하고 난 후의 느낌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꿈과 낭만이 담긴 작품이구나.'라는 생각... 붉은 돼지의 스토리 라인은 무척이나 간결했다. 거기에 후반부 처리를 왠지 일을 보고 뒷처리를 안한 마냥 힘빠지는 면도 있었고... 하지만 그래도 멋진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주인공 붉은 돼지 포르코와 그의 비행정..
판타지스럽게도 작품의 주인공은 포르코라는 이름의 돼지다. 어쩌다 돼지가 된 것인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지만.. 본인은 돼지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으니 어쨋든 비행기를 모는 돼지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 주로 공적
(하늘의 도적)이 저지르는 사건을 해결하고 상금을 받아 유유자적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돼지였을 뿐이다.

다른 작품들처럼 당연하게도 로맨스가 등장한다..^^
돼지가 되기 이전부터 그와 관계가 있었던 그녀.. 그녀는 포르코가 평범한 사람이던 시절 함께 비행을 하기도 했던 친구이자 늘 포르코를 지지해주는 연인이었다. 아드리아노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예쁜 외모에 노래도 잘해 주변의 공적 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여인이지만 늘 그녀의 마음이 향하는 곳은...

포르코의 라이벌로 기용된 커티스.
이야기를 이끄는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 바로 커티스. 미국인으로 공적들에게 돈을 받고 일하게된 용병. 그렇지만 만인의 애인이길 자청하는 바람둥이 타입에 순수하고 귀여운 면도 있는.. 절대 악인이 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실상 이 작품에는 악당이라고 부를 만한 적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이탈리아의 파시즘 정부 정도.. 하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도 않으니...

또 다른 히로인 '피오'와 피오를 흠모하는 공적들..
고장난 포르코의 비행정을 수리하면서 포르코와 함께하게 되었고 포르코에게 강하게 이끌리는 귀여운 아가씨. 그렇지만 그녀의 강렬하고 발랄한 이미지 덕분에 주변의 공적이나 심지어 커티스도.. 그녀에게 빠져버렸다.
순수하고 맑은 사랑의 주인공...

포르코와 커티스의 귀여운(?) 도그 파이트 장면
영화의 줄거리래봐야 사실 그다지 대단한 것은 없었다. 그냥 하늘을 자신의 세계로 여기고 날아다니는 포르코의 이야기.. 그 사이에 다른 등장인물들이 적당히 포진해 있고 파시즘이라는 이탈리아 정부와의 대립도 살짝 들어나지만.. 이내 흐지부지 되고 마는.. 어쩌면 뭔가 2% 부족한 듯 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이 아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마냥 이해가 가는 작품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그는 하늘을 나는 것에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그의 관심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천공의 성 라퓨타'도 그랬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그랬다. 심지어 '이웃의 토토로'조차 하늘을 난다라는 그의 꿈과 닿아있다. 또 주인공인 돼지라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종종 자신을 그릴때 돼지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그는 돼지라는 동물에 남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작품안에서도 돼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바타가 된 것이다. 또한 그는 대단한 비행기 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붉은 돼지는... 그가 가장 하늘을 날고 싶었던 세계관과 그를 투영하는 돼지라는 캐릭터가 그리고 가장 타고 싶었던 비행정 등이 어울려 하늘을 날고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온전히 그의 꿈을 담은 작품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간혹 거론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사상이나 그의 생각을 가지고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사람은 다 자기만의 생각과 영역이 다른 법.. 다만 그 생각과 영역을 온전히 투영해 보여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 사람을 단순히 어떻다라고 판단해버리는 것은 실수가 아닐지...
창공을 비행하는 꿈.. 그저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붉은 돼지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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