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를린행은 IFA 2019 참관 목적이 컸기 때문에 베를린 여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잠깐 짬을 내 베를린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미떼 지구를 찾았는데요. 슈프레 강을 따라 걷다가 도착한 곳은 박물관 섬(Museuminsel)이었습니다. 박물관 섬이라는 이름처럼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museum),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Alte Nationalgalerie), 베를린 신 박물관(Neues Museum), 베를린 구 박물관(Altes Museum) 같은 다양한 박물관들이 작은 섬 안에 모여 있고, 베를린 궁전(Humboldt Forum im Berliner Schloss)까지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죠. 아예 베를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통권 중에 박물관 입장을 패키지로 묶은 베를린 뮤지엄 패스가 있을 정도인데요. 번외의 얘기지만, 박물관을 많이 둘러볼 생각이라면 교통권과 박물관 입장이 함께 해결되는 요 베를린 뮤지엄 패스를 알아보시는 게 좋으실 거예요~^^
다시 저희 이야기. 슈프레 강을 걷다가 잠시 카페에서 쉬기도 했지만, 다들 걷는 게 마뜩찮았는지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인 라임(Lime)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지하철, 트램, 버스, 자전거 등 전통적인 교통수단이 많은 베를린에서도 꽤 많은 업체들이 전동 킥보드를 공유하고 있더라고요. 이용 방법도 아주 쉬워서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신용카드나 페이팔에 연결한 후 QR 코드를 찍기만 하면 끝. 이후 탄 시간과 거리 등에 맞춰 비용을 내는 방식인데요. 베를린 현지에서도 몸치 폭발이라 그런지 다른 분들은 씽씽 잘도 타는데 혼자 고전했던...=_= 그리고 생각보다 비싼 이용료에 깜짝 놀랐습니다. 30분 정도 탄 거 같은데 7~8 유로라니;;;
아무튼 그렇게 라임에 몸을 싣고(휘청거리며) 도착한 게 베를린 구 박물관과 베를린 돔(Berliner Dom) 사이의 루스트 정원(Lustgarten)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그곳에 가겠다는 목표는 1도 없이 그저 저녁 식사 시간 전까지 어디를 둘러볼까 하다가 다다른 곳이었는데 꽤 느낌이 좋았습니다. 푸른 잔디밭에서 휴식을 즐기는 많은 베를리너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매사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모습. 물론 외국에서 여행을 온 관광객이 한강 둔치에서 여유를 즐기는 한국인을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밤도 아깝다며 불야성으로 보내는 우리와는 달리 빨리 가게를 닫는 모습 하나만 봐도 그들의 삶은 우리와는 많은 시차를 갖고 있는 것 같았는데... 루스트 정원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버스킹을 하거나 비눗방울로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는 거리의 예술가는 물론이고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와 공원의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평일 오후였는데도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마무리하는 사람들. 그들에게도 치열한 삶이 있을 테고 시간을 쪼개 살고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별히 뭘 하지 않고 잔디밭에 앉아 베를리너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도 충분히 재밌더라고요. 뭔가 그들의 여유를 마음에 담아보고 싶기도 했고요. 저녁 일정 때문에 마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베를린의 여유를 담고 왔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겠습니다.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게 여행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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